[재미있는 과학] 방귀
성인은 하루 25회까지 정상… 청어는 포식자 나타나면 뀌죠
방귀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오주비 기자 입력 2024.07.09. 00:30 조선일보
“뿡, 뽕, 뿌웅….” 방귀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입니다. 방귀를 뀌지 않고 참으면 가스가 쌓여 속이 불편하고 더부룩하게 됩니다. 우리 건강을 위해선 방귀를 잘 뀌는 게 중요한 것이죠. 또 방귀를 얼마나 자주 뀌는지, 냄새는 어떤지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해요. 오늘은 우리 몸의 건강 신호등인 방귀에 대해 궁금한 점을 풀어볼게요.
그래픽=유재일
입에서 항문까지 방귀가 만들어지는 과정
우리가 먹은 음식들은 소화계를 거쳐요. 소화는 음식물 속 영양분이 몸속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큰 덩어리의 음식물을 잘게 부수는 작용을 말해요.
입을 통해 들어온 음식물은 먼저 위에서 일부 소화돼요. 위는 소화 효소인 펩신(pepsin)을 분비해 음식물 일부를 소화하죠. 이후 음식물은 소장으로 이동해요. 소장에서는 간과 췌장에서 분비되는 담즙과 여러 효소 등이 섞여 소화가 진행돼요. 대부분 영양분은 소장에서 소화되고, 찌꺼기는 대장으로 내려가요.
대장은 영양분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니에요. 물과 일부 미네랄만 흡수하죠. 그런데 미처 분해되지 않은 영양소가 있으면 대장에 있는 세균이 이를 분해해 흡수하기도 해요. 이때 불필요한 가스가 만들어지고 음식을 먹을 때 입으로 들이마셨던 공기와 섞여요. 이것이 항문을 통해 배출되는 게 바로 방귀예요.
방귀는 질소·산소·이산화탄소·수소·메탄 등 성분이 98% 정도를 차지해요. 질소와 산소는 입으로 들이마신 공기 성분이고, 이산화탄소·수소·메탄은 대장 세균으로 인해 만들어진 기체입니다.
사람이 하루 뀌는 방귀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하루 평균 13~15회 방귀를 뀐다고 해요. 성인의 경우 하루 25회까지는 정상이라고 합니다. 양으로 보면, 하루 평균 600mL 정도래요. 적게 뀌는 사람은 200mL, 많이 뀌는 사람은 1500mL에 이르는데 2000mL까지는 정상 범위예요. 건강 측면에서 보면 방귀는 참지 않고 시원하게 뀌는 게 좋대요.
고약한 냄새의 정체
방귀에서 냄새가 나는 건 방귀로 배출되는 가스 중 1% 정도를 차지하는 성분 때문이에요. 바로 달걀이나 치즈, 생선처럼 단백질과 지방의 분해 물질인 암모니아, 인돌, 스카톨 등의 성분이 원인이랍니다. 특히 황화수소는 달걀 썩는 냄새 같은 악취를 풍겨요.
대장과 직장에 똥이 많이 찼을 때도 방귀를 자주 뀌고 냄새가 심해요. 똥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면 나쁜 균이 증가해 대변이 발효되기 때문이래요. 그래서 변비가 있는 사람이 방귀를 더 많이 뀌고 냄새도 심하게 나는 거예요.
과일과 채소가 풍부한 식단은 그다지 심한 방귀 냄새를 만들지 않아요. 대신 방귀 횟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채소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에선 가스가 쉽게 생성돼요. 이로 인해 복부 팽만감이 높아지고, 방귀 뀌는 횟수도 늘어나지요. 또 방귀를 가장 잘 만들어내는 음식은 고구마처럼 탄수화물이 많이 든 식품이래요.
스트레스가 심할 때도 방귀를 자주 뀌어요. 미국과 영국, 멕시코에 사는 성인 6000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방귀를 자주 뀌는 사람은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장 근육이 수축돼 원활한 위장 운동이 어려워져요. 이로 인해 소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배에 가스가 차 방귀 횟수가 늘어나게 된대요.
그래픽=유재일
스컹크 방귀 냄새 독하기로 유명
동물들도 대부분 방귀를 뀌어요. 하지만 조류는 장 속에 가스를 만드는 세균이 없어서 방귀를 뀌지 않아요. 방귀를 뀌는 동물 중 ‘독방귀’로 유명한 건 스컹크예요. 스컹크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대상이 다가왔을 때 항문에서 기체가 아닌 액체를 뿜어내요. 항문 근처에 한 쌍의 항문선이 있는데, 이곳에 냄새나는 액체를 저장해뒀다가 스프레이처럼 노란 액체를 분사하는 거예요. 방귀가 자신의 몸을 지키는 무기인 셈이죠.
스컹크의 방귀는 얼마나 독한지 곰도 쫓아버릴 정도의 썩은 냄새를 풍겨요. 그 냄새가 최대 4m까지 퍼져나간다고 하니 대단한 위력이에요. 그런데 고약한 냄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스컹크 방귀 액체에 들어있는 ‘티올’이에요. 티올에는 양파를 만질 때 눈물이 나게 하는 것과 같은 화학 성분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스컹크가 내뿜는 액체가 다른 동물의 눈이나 코 점막에 닿으면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해요. 시력을 잃을 수도 있대요.
방귀 소리로 의사소통하는 청어
바닷속 방귀대장은 청어예요. 대부분의 물고기는 부레로 의사소통을 해요. 부레를 움직여 그 안의 공기로 소리를 내는 방식이죠. 하지만 청어는 방귀 소리로 의사소통을 해요. 포식자가 다가올 때 항문에서 ‘뽀글뽀글’ 공기(방귀) 방울을 뿜어내 위험 신호를 알려요.
청어는 수면으로 올라와 공기를 삼키고, 이를 부레에 보관해둬요. 주로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없는 밤에 공기를 항문 밖으로 내보내 소통한대요. 어두운 곳에서 상황이 위급해질수록 더 심하게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청어는 다른 물고기보다 청력이 뛰어나요. 최대 18만Hz(헤르츠)의 초음파까지 들을 수 있죠.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가청 범위가 50~3000Hz라고 해요. 청어의 방귀 방울 소리는 포식자에겐 들리지 않는대요. 그래서 자기들만의 대화가 가능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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