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이경혜 지음 /이은경 그림 /문학과지성사 /2022
9기 김민정
나만 없어 냥이! 인터넷 밈처럼 아이가 요즘 고양이에 빠져있는데, 내가 읽는 책을 보더니 귀여워 죽는다. 표지, 속표지, 책 속 삽화까지 책에서 만나는 고양이가 너무 귀엽다고. 그도 그럴 것이 그림작가가 고양이에 진심인지 새까만 털에 하얀 양말 신은 듯한 네 발로 스탠드 불빛 아래 책에 집중한 고 앙큼한 모습이라니.
심쿵하게 하는 그림의 주인공은 서꽁치, 자그마치 글을 읽을 줄 아는 고양이다. 선대 할아버지가 독풀을 먹고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이후 대를 이어 한 세대에 한 마리씩만 나타나는 글 읽는 고양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며 벌어지는 묘생의 모험과 성장을 물 흐르듯 재미있게 풀어냈다. 꽁치가 읽어가는 「장화신은 고양이」, 「보물섬」, 「백만 번 산 고양이」 등 익숙한 이야기 제목들도 반갑고, ‘이게 웬 꽁치람! (인간 속담으로는 ’이게 웬 떡이람!‘)’ 같은 고양이어로 번역된 속담들에서 보이는 작가의 유머도 유쾌하다.
노력하지 않아도 글로 된 모든 언어를 읽을 수 있고, 문해력이 화두인 세상에 먹이나 생명의 위협보다 책에 푹 빠질 수 있는 꽁치의 재능이 부러운 한편, 이야기를 따라가며 어도연에서 함께 읽었던 로이스 로리의 「기억전달자」가 생각났다. 인류세대 과거의 기억을 홀로 짊어진 조너선과 스승을 보며 주변과 교류할 수도 공감을 나눌 수도 없는 기억전달자의 사명감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 책에서 한 세대에 한 마리씩만 발현된다는 글 읽는 재능이 그와 닿아 있는 듯 느껴졌다.
책 속 묘물(猫物)들의 마음도 비슷했나보다. 성정 강한 엄마 명월이 꽁치의 능력을 알고 "재능을 물려받아 기쁘지만 네가 살게 될 삶이 힘들지도 몰라 걱정이 되어서...“(p52) 눈물을 보인거나 꽁치가 유일하게 곁에 남은 자식 가을이에게 책을 읽혀보려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보여주기로 마음먹은 걸 보면.
그럼에도 “들판에서 키워보려는 마음이 불쑥 들었(p38)."다며 아직 어린 자식들을 인간의 안전한 손에서 벗어나 세상 속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나, 글 읽는 행위가 가져올 위험을 알면서도 꽁치가 보이는 글에의 갈망과 희열을 인정해주는 듯한 명월의 모습은 육아에 관한 내 지향점과 닿아있어 반가웠다.
매체에서는 요즘 아이들이 결핍없이 자라 갖고 싶은 것도 꿈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데 안전하고 순탄하기만 한 삶에서는 좀 벗어나더라도 내 아이가 무언가를 향한 열망을 가졌으면, 평생을 살며 가슴뛰는 일을 만나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으면 바라는 마음 말이다. 책에서는 기프티드로 인하지만 내 아이는 스스로 찾아낼 수 있길.
하나 더 바라자면 꽁치의 재능이 들켜 영미누나에게 잡혔을 때 한번은 당했어야 할 일이었다며 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는 이 책의 명월처럼 부모로서 아이가 넘어졌을 때 한번은 손잡아 일으켜줄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첫댓글 아니, 민정님. 이케 재기발랄한 분이셨어요~ ? ^^ 넘 아기자기 재밌는 글이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