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은 또 이렇게 흘러갔다
심영희
매일 일기를 써야 한다. 1주일이 또 한 달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아련한 추억을 남기며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에 새한국문학회 하반기 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온 후 일요일에는 손자와 만났다. 서울 행사장에 거의 도착할 무렵 손자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가 서울 간다는 것을 깜빡 잊고 전화를 한 것이다.
서울 행사에 왔으니 내일 일요일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일요일이 되자 내가 즐겨 보는 '진품명품' 프로 시간이 되기 전 마트에 가서 손자가 좋아하는 반찬거리를 사가지고 왔다. 12시 조금 넘어 손자가 왔다. 점심을 먹으며 맛있다고 계속 엄지손가락을 쳐들었다. 이번 달에는 대학생들 시험을 치르는 기간이라 놀지는 못하고 3시 넘어 집으로 갔다.
월요일은 정해진 일과다. 복지관에서 민화수업을 하고 집에 와 결석생 두 사람을 위해 오후에 시간을 냈다. 한 명은 공모전 작품을 가지고 오고, 다른 수강생은 보충수업으로 그림을 그렸다. 다른 때는 결석하면 그냥 지나가는데 앞으로 '강원실버 은빛 예술축전' 이라는 공모전에 출품할 작품을 그리느라 보충수업까지 했다. 그림을 더 많이 그렸으면 좋겠는데 굳이 저녁을 먹으러가자고 하여 함께 저녁을 먹었다.
화요일에는 어제 수강생이 가지고 온 작품과 내 작품을 가지고 운전을 하고 서울에 가서 제17회 '한국민화협회공모대전'에 출품을 했다. 8.90년 대는 춘천에서 서울 종로까지 가면 1시간뿐이 안 걸렸는데 지금은 거의 세 시간이 걸린다. 신호도 많고 차량이 많아 한 번에 신호를 통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30분 주차하고 왕복 6시간을 운전한 셈이다.
수요일은 수필가 세 명이 점심을 먹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데 이날따라 손자손녀가 학교에 태워다 줄 수 있느냐는 전화와 카톡이 왔다. 다행히 시간 대가 달라 손녀를 먼저 학교에 태워다 주고 집에 올라가려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고 출입 금지다. 9층까지 걸어 올라갔다가 손자 전화를 받고 다시 걸어 내려와 학교에 태워다 주고 주차장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여고 후배 수필가가 도착해 내 차로 옮겨타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목요일 어제는 '춘천여성문학회' 출판기념회가 있었는데 참석을 안 했다. 못 했다기 보다는 안 한 것이 맞다. 출판기념회 예정일이 오늘 18일이었고 어제는 세 명의 수필가가 정기적으로 모이는 날이다. 그것도 원래 매달 둘째 주 목요일인데 한 사람의 사정으로 일주일 뒤로 미뤄진 것이다. 그러니 모임은 1주일 미루어졌고, 문학회 행사는 하루를 앞당기다 보니 행사가 겹치게 되어 나는 고집스럽게 문학회 행사에 불참을 통보하고 소모임을 택했다. 고집도 고집이지만 더 큰 이유는 이번에는 내가 당번이라 밥을 사는 날인데 또 날자를 미루면 11월로 넘어가는 게 싫어서다. 세 사람이 만날 수 있는 날은 목요일뿐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김유정문학촌'에서 행사가 있는데 불참하고 집안 일을 할 계획이다. 어제 목요일 아침에는 걷기 운동을 나갔는데 조금 일찍 나가기도 했지만 절기는 못 속여 아직 날이 밝지 않아 외등이 켜져 있어서 공지천의 새벽이 정말 아름다워 또 사진을 찍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