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참 이상하다. 길을 가다가 예쁜 물건을 발견하면 한참을 서성이며 만지고 또 만지고 고민하다,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귀 기울여 줄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고작 물건 하나 사는데 무슨 친구 의견이 그리 중요한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는 건 기본이요, 통화는 30분 이상이다. 푸조 2008 GT라인과 데이트가 결정된 후, 기자 역시 제일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아야, 뭐 해, 바뻐? 커피나 한 잔 할까?” 인아는 한 동네에서 자란 28년 지기 ‘불알친구’다. 그녀는 뮤지컬 <아이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일곱 난쟁이> 등에 출연하며 연기경력을 쌓았고, 이제는 TV 드라마와 CF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우리는 서로의 집에 크고 작은 소식은 물론, 오늘 그 집 밥상에 무슨 반찬이 올라가는지도 모두 아는 사이. 그만큼 서로를 잘 알기에 2008 GT라인을 보자마자 그녀가 떠올랐다.
붉은색 푸조 레터링이 자리 잡은 프런트 그릴과 블랙 하이글로시로 마무리한 안개등. 같은 톤으로 ’깔맞춤’을 한 사이드미러 커버와 루프바까지. 시크한 블랙룩으로 꾸민 프렌치 감성 SUV 2008 GT라인은, 딱 그녀 스타일이다.
“어머 어머 이 촘촘한 빨강 스티치 좀 봐 너무 예쁘다~.” 예상대로다. 조수석에 앉자마자 감탄이 줄을 잇는다. 오늘도 빨간색 미니백을 매고 나올 만큼 평소 붉은색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레드 컬러 스티치로 마무리한 스포티한 GT라인 실내는 취향저격 그 자체다.
근처에 있는 드라이브 스루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사고, 이 날씨 좋은 봄날 어디로 나들이를 가야할 지 고민이 이어졌다. 드라이브도 하고 맛난 것도 먹을 수 있는 그런 곳 어디 없나? 한참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데 그녀가 물었다.
“근데, 이 차 이름이 뭐야?” 전형적인 자동차 ‘무식녀’인 그녀. 태어나 오늘 처음으로 ‘푸조’라는 이름을 들었단다.
“프랑스에서 온 푸조 2008 GT라인이야. 컴팩트한 크기의 SUV인데, 뒷좌석을 완전히 접었다 펼 수 있어 적재공간이 최대 1천400리터로 넉넉하고, 연비도 리터당 16.6킬로미터나 돼. 완전 실용적이지? 너처럼 소품 많이 싣고, 공연 때문에 지방에 가는 일이 잦은 사람들에게는 딱이야.” 최대한 짧고 쉽게 설명을 한다고 했는데, 수많은 단어 중 그녀의 귀를 사로 잡은 건 단 하나, ‘프랑스 자동차’였다.
“어쩐지, 예쁘더라! 프랑스에서 만든 건 자동차도 역시 다르네.”
“그래? 뭐가 어떻게 다른데?” 사슴 같이 큰 눈망울을 요리조리 굴리며 차안을 훑어본 그녀가 말한다. “일단, 시트가 직물인데도 푹신하고 ‘엉뜨’ 기능이 있어서 따뜻해. 그리고 발을 쭉 뻗고 앉았는데, 발을 놓는 곳이 깊숙하게 파여 있어서 신발이 닿지 않아. 협찬용 신발을 신고 앉아도 흠집 날 걱정이 없겠어”
당연히 파란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제일 먼저 말할 줄 알았는데, 열선시트와 여유로운 레그룸을 꼽는 걸 보니, ‘새삼 우리가 나이를 먹긴 했구나’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오늘의 목적지는 여자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핫 플레이스 ‘스타필드 하남’이다. 최근에 문을 연 이곳은 잘나가는 맛집과 백화점, 쇼핑몰, 찜질방을 한 공간에 모두 모아놓은 여자들의 완벽한 놀이터. 목적지에 가까워오자, 한껏 흥이 오른 홍배우는 미국 재즈 밴드 핑크 마티니의 <쥬 느 부 빠 트라바이에>를 흥얼거린다. 노래 가사처럼 너무 일하기 싫은 날, 일을 핑계(이럴 때마다 내 직업이 너무 좋다)로 친구와 멋진 차를 타고 뻥 뚫린 도로를 달리니, 절로 가속페달을 밟은 발에 무게가 실린다.
“야, 코너에서는 천천히 몰아. 무서워!” 고속주행의 안정감에 탄력을 받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코너를 돌아나가자, 다음 달 스케줄이 꽉 차있는 홍배우가 앞날 걱정에 잔소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정신줄 놓은 기자는 물 만난 고기처럼 이리저리 차선을 바꾸기 바빴다. 운전실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안정감을 주는 운전석이 크게 한몫했다. 또한, 시선 분산을 최소로 줄여주는 i-콕핏, 작지만 묵직한 그립감을 지닌 스티어링 휠, 여기에 푸조의 자랑이자 전통인 민첩하고 예리한 몸놀림까지, 정말 푸조 맞다.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는 25.9kg.m이지만, 실제로 체감한 출력과 토크는 제원표에 쓰여있는 숫자 그 이상이었다.
빨간불 신호에 차가 멈추자 곧바로 스톱 앤 스타트시스템이 작동한다. 바람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분위기. 한바탕 잔소리가 나올 타이밍이다. 그런데 의외로 “너 차 운전하면서 오랜만에 즐거워 보인다”라며 그녀가 웃는다. “그럼, 기름값 걱정 없이 이렇게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가 흔한 줄 알아? 그리고 꾸미지 않은 듯 과하지 않은 디자인에 노면환경에 따라 지면 컨트롤 기능을 높인 그립컨트롤, 단거리 레이더센서가 전방추돌을 감지해 자동으로 정지하는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 기능처럼 꼭 필요한 기능을 갖춘 ‘츤데레’ 자동차는 많지 않다고!”
“야, 나 그렇게 말해도 하나도 몰라. 기자처럼 설명하지마.” 역시, 친구에게 보도자료 속 기능을 나열하는 건 먹히지도 않았다.
“차 얘기는 됐고. 너도 빨리 웃기나 해. 그래야 사진 잘 나오고, 촬영도 빨리 끝난다. 나 저번에 이니스프리 CF때 처음 만난 모델이랑 친구처럼 하루 종일 웃는 컨셉트였는데, 억지로 웃다가 죽을 뻔했잖아. 오늘은 진짜 친구라 얼마나 편한지 몰라.” 그녀의 진심어린 조언에 빨리 촬영을 끝내주겠다며, 엠블럼에 붙어있는 예쁜 사자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며 카메라를 노려본다. 최대한 무심한듯 시크하게. 그리고 우리의 홍배우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