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죽지만....
가까운 사람이, 아직 죽을 나이가 아닌데, 급작스레 떠나버리면
주위 사람들이 받는 충격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어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공유할 수 없는 감정...
제 경우....
사십 초반 한창 잘나가던 큰오빠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지요.
한 집안의 기둥이었던 맏아들, 두 아이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 세 동생의 든든한 지원자....
그 충격으로....이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 보이고, 기쁜 일도 별로 없고, 푹 가라앉은 집안 분위기...
그런데 그랬던 그 마음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옅어지는 거예요.
세상은 잘도 돌아가고....
얼굴은 또렷하게 생각나도, 그 찢어지던 마음은 서서히 아물어가고...
이 영화 '러블리 본즈'를 보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또 다른 성장의 계기가 된다고 하네요.
사랑은 아픔을 통해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진다고 하네요. 이 영화에서는....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남겨진 자들의 몫입니다.
러블리 본즈....사랑스러운 뼈들? 사랑스러운 죽음?
어떻게 번역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아픔을 통해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사랑'을 뜻하는 영화의 제목.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14살 수지 새먼(연어를 뜻하는 새먼...)
생일 날 받은 카메라를 들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보이는 것 모든 것을 담는 것이 취미였지요.
마음 속으로 좋아하던 남자 아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은 날....
그 날, 이웃집 아저씨에게 살해를 당합니다.
옥수수밭에서...
아, 옥수수밭...
그날 이후
수지는 천상과 지상의 중간 세계인 경계(In-Between)에 머물게 됩니다.
남겨진 가족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을 죽인 살인마에 대한 분노 때문에도...
다른 영화는 살해범의 정체를 끝까지 숨기면서
관객이 그것을 차츰차츰 알아가게 하는데....
이 영화는 영화가 시작되면서 바로 살인범의 정체를 알려줍니다.
살인범은 바로 누구다...
그런데...이렇게 하면 맥이 쭉 빠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긴장되고, 더 애가 탑니다.
수지의 감정 상태에 따라 수지의 영혼이 머무는 경계는
꽃과 나무가 피어나는 아름다운 곳이 되었다가
호수 밑에서 장밋꽃이 피어나는 곳이 되었다가....
또 어둡고 공포스러운 곳이 되지요.
살아 있을 때 아빠와 만든 병 속의 배는 순식간에 조각조각 깨어지기도 하고요.
평화로웠던 수지네 가정은 엉망진창이 됩니다.
고통의 늪에 빠진 아빠
그 아빠를 떠나 멀리 오렌지 농장에서 일하는 엄마.
엄마 대신 찾아온 외할머니는 알콜중독자에 지독한 흡연자...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수지와 수지의 가족은 깨닫습니다.
살인범을 응징할 때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
그 때가 바로 그 때라는 것을....
영화는 떠도는 영혼 수지가 화자가 되어
행복한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
끔찍했던 그 순간을 되돌아보기도 하면서
환상적인 화면으로 펼쳐집니다.
이 영화를 보고,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 잭슨에게 실망했다, 어쩌구 하는 평을 하더군요.
반지의 제왕은 반지의 제왕이고, 또 이 영화는 이 영화입니다.
저는....이렇게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 줄 아는 이 감독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때로는 대작도 만들고,
때로는 미작도 만들고,
때로는 졸작도 만들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펑펑 울고 나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수지 말고도 또다른 네다섯 건의 살인을 저지른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살인범은 고드름 때문에 죽게 됩니다.
작은 고드름의 위대함이여!
* 책과는 다른 결말!
첫댓글 이 영화, 판타지적 요소가 상당히 많아요. 저는 요즘 판타지 영화에 쏙 빠져들고 있어요. 얼마전에 본 '번개도둑'도 그렇구요.
사람좀 놀라게 하지 마이소...ㅎㅎ친구들 계추 좀 하고...등산 좀 가고..집안일 좀 하다보면 어느새 하루하루가 훌쩍 지나가던데 영화관은 언제 찾나요...걸어다니지 않고 날아 다니시나요..우째 그렇게 많은 일을 경험하시나요..
저는 주로 조조영화를 즐긴답니다. 때로는 영화관을 혼자 전세 내서 보는 기쁨도 누릴 수 있고요. 제가 어렸을 적부터 영화광이었는데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면서는 통 즐길 수 없었죠.
봐야겠네요~~
싱겁다고 하는 사람들도 꽤 많더라구요. 그런데 전 이렇게 싱거운 듯하지만 슬프고, 가슴 먹먹한 영화도 좋아해요!
갑자기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그 뒤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이 영화도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예...너무 슬퍼요. 가슴이 터질 것처럼...슬픔극복법을 간접경험으로 배운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