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야 김민식
덕향의 평론 중 김기택 시인의 시 ‘꽁치구이’를 감상하다 불현듯 꽁치구이 포장 식당집 추억에 잠기고 있습니다.
이민생활 30여년이 넘도록 고국방문이 8번 있었습니다.
5번은 가족 경조사이고 3번은 공무公務, 모두 체류 시일이 10일 전후로 촉촉박해서 좀처럼 시간 내기가 어렵습니다. 여유가 없는 중에서도 청계천 종로 사이골목 생선구이집이나 소 내장 요리집을 좋아해서 혼자 찾아 가곤 하던 주막집들, 꽁치구이 전문집을 좋아했습니다.
대를 이어 영업하는 친근감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생선이 아주 싱싱해 비린내가 적어서 즐겨 찾았던 몇십년 단골집이었습니다.
꽁치는 신선도가 좋지 않으면 맛이 떨어집니다. 유명 일식점에서도 맛을 좀처럼 볼 수 없는, 연탄불에 직접 서서히 구워먹는 싱싱한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특유의 굽는 냄새만 기억해도 먹은 진배 나 다름없습니다.
꽁치는 부둣가 바다낚시를 하다보면 성질이 급해서 바로 죽습니다. 주로 물 상층에서 배회하고 생선 중에서 소화 시간이 제일 빨라서 내장이 깨끗합니다. 낚시해서 바로 토막내서 통째로 토막회 쳐서 먹으면 그 고소한 맛의 일품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약한 연탄불 위 꽁치는 2차 죽음의 경지에서도 가즈런한 모습입니다.
긴긴 대화가 시작됩니다.
나는 꽁치를 관조하고 꽁치도 나를 관조하고 있습니다.
조용하게 아득한 것 처럼 대화가 잔잔하게 흐릅니다.
‘고향에 있을 때는 아주 정갈한 몸
정어리와 비교하지 마세요.
두 해 살이 수명이라 죽음도 두렵지 않지요.
상위포식자도 아닙니다. 그러니 방사능 염려가 없어요. 이순간 만이라도 서로 기쁘게 만나 반갑습니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서서이 익으면 툭툭 기름방울만 튀길 뿐 차분한 대화가 계속됩니다. 육질이 단단한 탓인지 기름향만 연신 피웁니다. 노릇노릇할 때 소주 한 잔에 취하는 맛, 어느새 함초롬한 향취에 덩달아 취기가 더 오릅니다..
김기택 시인은 숯불 위의 불타는 꽁치를 보았을 것 입니다. 시 전편에 흐르는 내용은 솔직담백하지만 마치 후다닥 오두방정,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젊어서 지은 시라 기백으로 관찰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70세 초반일 것 같으니 농밀은 시 한편을 다시 읽고 싶습니다.
노년의 가을, 가는 세월을 툭툭털며 죽음을 향한 행진을 이어 가더라도 꽁치처럼 죽고 죽어서도 가을 맛과 향기를 내내 풍기고 싶습니다. 저는 그것이 인생의 부활이라고 믿고싶습니다.
첫댓글 글을 공유하니 청야 선생님의
'꽁치구이'가 수필로 완성되었습니다.
노년의 완성은 허세가 아닌
노력하는 자세인 거 같습니다.
같은 소재로 함께 사유할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