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을 할 때마다
그다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옆집 이웃사촌이 혼자 다니기
심심했는지 같이 운전 배우러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졸지에 친구따라 강남 가듯이
운전 학원에 등록했다
여자들의 운전은
멋지고 부러웠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일 이라
관심 밖이었는데 어쩌다
겁나는 운전의 길로 들어섰는데
오죽하랴 소질이 없는지 성의가 없는지 열번도 넘게 낙방
해가 바뀌어도 불합격!
진작부터 옆집 운전 동기는
보란듯이 한손으로 멋드러지게
핸들을 돌리며 운전하는 마당에
어렵게 운전을 해도 된다는
국가의 허가를 맡았어도
변변치 못한 운전 실력이라
막상 갈데 있어도 생각해 본다
높은 언덕길이나 험한 길
복잡한 길은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형편였지만
그러나 배운 기술이라고
버스 노선이 없던
아들 등교 길을 내가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엄마니까
그날도 이른 아침 허둥지둥
아이를 교문에 내려주고
집에 도착하니 아차!
현관문 열쇠가 없다
마지막에 나온 아들이
현관문 잠그고
열쇠를 갖고 있다는 걸
생각 못했네
다시 학교로 되돌아가야 한다
잠옷 겸용 실내복에다
자다 일어난 부스스한 생얼
이런 몰골로 아들 교실로
진입해야 하니
이 노릇을 어찌하나
참으로 난감했다
학교는 맵씨나는 옷에 공들여
단장하고서 예를 갖춰 방문하는
성스러운 곳
내 허술한 차림이 아들 만나는데
장애물이 되어 007 작전을 방불케해서 겨우 열쇠를 받았다
큰 아이 기사 노릇 할 때 에피소드다
딸 아이도 여기 저기 모셔다
드려야 했다
꼴난 운전 실력에 아침부터 밤까지
아무때나 상전을 모시는 운전 기사
늦은 밤 딸아이의 학원 근처는
나를 포함해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모시러 온
부모님들이 타고 온 차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상전 모시기는 아들 군대시절까지
이어져 휴학을 안하고 복학 날짜를 맞춘다고 부대가 있는 벽제에서
신촌 학교까지 한달 여를
서울 강남 집에서 출발
부대 벽제로
벽제에서 신촌 학교로
신촌에서 강남 집으로
의연하게 대장정을 누비고 다니며
차안에서 군복에서 사복으로
갈아 입고 등교하는
상전 모시는 일을
내가 해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대견했다
길치에다
운전 실력은 불안한데도
엄마는 자식 일에는 초능력이
나오나보다
이제 학교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었는데 요즘도 그 버릇이 남아
"엄마 나 데려다 주면 안돼~?"
딸아이가 눈 웃음을 살살치며
부탁 한다
영원한 상전인데 꼼짝 못하고
모셔다 드렸다
늦겠다고 옆에서 "밟어 밟어!"
그러면
얼른 시간에 맞춰
늦지 않게 내달리는 엄마 기사!
엄마아빠는 이제 다키웠으니 너희 결혼하면 시골에 내려가 여유롭게 살려고 생각하는데~!"
그랬더니
"어딜 가세요 우리 애 봐주셔야지요"
가만 있자... 앞으로 손주들까지
유치원 모셔다 드려야 하는 건가?
장래의 내가 불 보듯 훤하다
아이들 버릇을 잘못 들인다고
걱정을 듣는데도
정년도 없는 상전 모시기를 기꺼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