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3-02
입 춘(立春)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이따금씩 바람이 잠잠한 동산 위에서의 겨울은 고요하기까지 하다. 그러다가 동산 위에서 바람이 일면 그 바람은 스산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나이 어릴 때의 겨울은 눈도 많이 내리고 몹시 추웠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전에 비하면 한겨울에도 한철 지나친 겨울날씨 마냥 그렇게 춥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런데도 추위가 찾아들면 나이 많으신 어른처럼 몸을 더욱더 작게 움츠리게 된다. 그러면서 빨리 봄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오늘은 2월 4일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다. 말에 어울리게 날씨가 매우 따뜻하다. 그간에 기다리던 봄소식을 달력을 한 장 넘기고 나서야 보게 된다.
나는 연세 많으신 마을의 어른으로부터 입춘에 관하여 이야기를 전하여 들을 수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말하듯, 입춘(立春)은 일년의 스물 네 개의 절기 가운데 맨 처음의 절기이다. 그래서 새로운 한해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때가 되면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를 한다. 여자들은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 내고, 남자들은 겨우내 넣어둔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며 한 해 농사에 대비했다. 소를 보살피고, 재거름을 부지런히 재워두고, 뽕나무밭에는 오줌을 주고 겨우내 묵었던 뒷간을 퍼서 인분으로 두엄을 만들기도 한다. 바야흐로 바빠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년 농사의 시작이 이제부터이기 때문이다. 또 이날 내리는 비는 만물을 소생시킨다 하여 반겼고, 입춘 때 받아둔 물을 부부가 마시고 함께 하면 자손이 번성한다 하여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입춘한파’니, ‘입춘 추위 김장독 깬다’고 간혹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 봄을 시샘하기도 한다. 더 기억되어지는 것은 나무대문에 여덟팔자 모양으로 입춘방(立春榜)을 써서 붙이는 것이다. 그런 글귀에는 잘 알려진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따스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으리라)이 있다. 그리고 찾아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흥부집 기둥에 입춘방(立春榜)’이란 속담이 있다. 잠결에 기지개를 켤 양이면 발은 마당 밖으로 나가고 두 주먹은 벽 밖으로 나가며 엉덩이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 동네사람들이 걸리적거린다고 궁둥이 불러들이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 앉아 대성통곡하는 그런 집이다. 그러한 집 기둥에 입춘(立春)을 맞아 입춘방을 써 붙였으니, 격에 맞지 않음을 빗대는 말이다. 나도 집에 옛말을 빌어다가 입춘방을 써서 붙이고 싶다.“敬天愛人 多多益善”(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은 복이 있으리라).
친구의 전하여준 말에 의하면 ‘다시 본다’해서 봄이라 하였고, 입춘은 ‘다시 선다’는 의미란다.
공동체 이야기
냉 기(冷氣)와 열 기(熱氣)
창가에 따뜻한 볕이 드리우는 포근해지기 시작하는 철에 미처 우리에게서 비껴 가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겨울의 한파이며, 이에 뒤따르는 불청객인 바로 감기이다. 몸이 오슬오슬 추워지며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며 콧물이 나온다. 감기(感氣)라는 말처럼 몸 안에 지니고 있는 기운을 다 덜어 가는 것 같다. 지난 토요일에는 예보대로 간밤에부터 늦 겨울비가 내리고있었다. 아침에 한껏 차려입고 집을 나서다가 구두를 신은 발로, 밤사이 한랭에 빗물이 슬쩍 얼어붙은 집 앞의 내리막길에서, 연이어 두 번이나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엉치뼈가 아팠다. 일 후의 오후 시간에 돌아오는데 쌀쌀한 날씨에 감기와 엉덩이까지 아팠기에 빨리 집으로 돌아가 자리에 눕고싶은 마음뿐이었다. 집에 돌아왔는데 오한이 났다. 그리고 엉덩이가 들쑤셔댔다. 그 아픔이 여러 날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기운을 덜어 가는 감기가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는지, 집안 곳곳 여러 사람에게서 맹위를 떨친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그 모진 감기로 고생 중이다. 감기가, 엄습해드는 한파처럼 우리들에게 찾아들었다. 사람들 사이에 냉기만이 감도는 것 같다.
사람들이 여럿이 사는 공동체에는 감기처럼, 불어닥치는 한파로 인한 냉기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배어나는 온기가 감돌아야 할 것이다. 낮으로는 놀이를 일 삼듯이, 윷놀이와 장기 두기를 한다. 이런 것들이 때로는 시간을 잊게 하는 열전(熱戰)의 순간 순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함께 하는 것 사이에서 즐거움이 오고간다. 그런데 이런 재미가 섞인 일들은 스스로들 하게 된다. 이끄는 사람이 하자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재미가 붙으면 스스로 하게 되는, 자생적(自生的)인 생성력(生成力)이 있다. 이것이 공동체의 아름다움이다. 사람들 사이에 돋우어주는 힘이 있을 때에 삶에 탄력도 붙는다. 여기에는 어떠한 일을 자기 스스로 하고자 나서는 자원함이 있을 때에 다른 사람도 동조하며 함께 나서게된다. 이럴 때에 함께 맞장구가 쳐진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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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이헌철
박주홍
지명수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여러분).성남교회안수집사회.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최길애외10인).모빌리아.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사람들(5인).예전교회김기홍.어귀녀.정무래.대전교회(4인).새내교회(박완철.전일호외9인).김춘근.추부새마을금고(3인).충남도청(2인).김성두.대덕교회(이중삼외1인).대전노회남부시찰교역자부인회(이현정).지명수.박종만금산천주교회(1인).진명구.채윤기(박현실).세광교회.추부면사무소(2인).추부파출소(이홍구외1인).이영미.대덕교회.대전노회.정명래.옥천동부교회.박상기.주식회사EG(이광형).현대목회연구회.이은술.금산읍교회(김철우외3인).김종서.이원교회(김은진.금영하).향림원(2인).대전일보(김세원외1인).오정교회여전도회협의회(이정화.이갑훈.권선화).이종국.대전교회중고등부(7인).성대초등학교30회동창회(5인).추부제일교회.윤정준(정현진)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