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 궁전 까지 왔는데 정원 내에는 수백만 그루의 기하학적으로 조경된 나무와 잔디, 장미의 정원, 분수, 호수까지 그리고 별궁인 루이14세가 맹뜨농 부인과 밀회를 즐기기 위해 지은 그랑 트리아농과, 마리 앙뜨와네뜨가 좋아했다던 쁘띠 트리아농이 있어 프랑스 정원의 최고의 걸작이라는 베르사유 정원을 못보고 가야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베르사유궁전을 떠나 에펠탑을 보러 간다. 지도에는 에펠탑이 분명히 세느강 남쪽에 있는데 버스는 세느강을 건너 북쪽으로 간다. 가이드가 에펠탑을 가까이서 보면 전체적인 감흥을 느낄 수 없어 에펠탑 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사요 궁으로 간다고 한다.

토고 국기를 앞세우고 시위하는 사람들
버스에서 내려 언덕을 조금 오르니 두 개의 곡선형 건물이 양쪽에 날개처럼 대칭으로 들어서 있는데 두 건물 사이에서 아프리카 토코 국기를 든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뭐라고 외치고 있다. 토고는 유일한 합법 정당인 토고 인민대회당의 의장을 겸하는 대통령이 다스리는 1당 독재체제 국가라고 알고 있는데 에펠탑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에게 토고의 민주화를 호소하는 듯하다.

사요 궁 전경
샤요 궁은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중심 건물로 사용하기 위해 원래의 트로카데로 궁전(Palais du Trocadéro) 자리에 현대식으로 다시 지은 건물이다. 그 때문에 트로카데로 궁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프랑스 건축가 루이 히폴리트 부알로와 자크 까를뤼 그리고 레옹 아제마가 설계한 사요 궁은 두 개의 곡선형 건물이 양쪽에 날개처럼 대칭으로 들어서 있고, 그 앞에 대형 분수가 있는 커다란 광장이 있다. 1948년에는 이 샤요 궁에서 유엔 총회가 열려 세계인권선언을 발표하기기도 하였는데 샤요 궁의 서쪽 건물은 해양 박물관과 인류학 박물관이고, 동쪽 건물은 프랑스 건축과 문화유산 박물관과 샤요 국립극장이라고 한다.


사요궁에서 바라 본 에펠탑
센 강 서쪽 강변에 드넓게 펼쳐진 샹 드 마르스 공원(Champ de Mars) 끝에 세워진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 때 지어진 것이고, 샤요 궁은 그로부터 48년이 지난 1937년 만국 박람회 때 역시 상징 건물로 지어진 것으로 당초 설계부터 에펠탑과 서로 마주보게 지어져 사요 궁 중앙 테라스에서 두 건물을 등지고 광장을 가로질러 센 강 건너편을 보면 에펠탑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샤요 궁에서 에펠탑을 보는 전경이 파리에서 가장 손꼽힌다고 한다. 그래서 테라스와 테라스 아래 분수가 있는 대형광장에는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에펠탑을 배경으로 갖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촬영에 바쁘다.

에펠탑이 요만해

에펠탑이 내 손바닥 위에
아내와 손가락으로 에펠탑을 집는 모양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손바닥 위에 얹어놓은 모양으로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하며 다른 관광객들을 무심히 바라보니 모두 다 행복해 보인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모두 건너 편 에펠탑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에펠탑! 그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바로 현재 자신이 파리에 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사요궁 앞 잔디밭
우리는 어느 정도 사진을 찍고 갈증이 해소되자 사요 궁은 구경할 생각도 하지 않고 중앙 분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반대편 언덕을 따라 내려간다. 언덕 중간에 융단 같은 푸른 잔디밭이 있다. 마침 그늘이 져 있어 햇볕을 의식하지 않고 쉬어 갈 수 있다.

사요궁에서 에펠탑으로 가는 알마 다리

에펠탑 매표소
이제 세느강을 건너 에펠탑으로 간다. 에펠탑 앞 광장에는 에펠탑을 올라가는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을 이루고 있는데 관광객 중에는 중국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인다. 1978년 등소평이 개혁개방을 추진하기 전에는 일 년에 수백만 명씩 굶어죽던 중국인들이 이제는 세계의 큰 손으로 부상해 세계 관광지 어느 곳을 가더라도 중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어 차이나 머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만약 중국이 더 발전해 GNP가 2만 달러에 이르면 중국인 관광객으로 항공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사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

에펠의 흉상

에펠탑의 엘리베이터
에펠탑 전망대는 1층 57m, 2층 112m. 3층 276m 등 3개가 있는데 입장료는 층별로 다르다. 우린 2층 전망대까지만 가는 것으로 한다. 4개의 콘크리트 받침대 위에 반원형 아치로 이루어져 있는 탑의 철골 기단은 에펠의 예술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데, 철골 기단을 따라 올라가는 4개의 유리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놓았다. 철골 기단 옆에는 에펠탑을 세운 에펠의 흉상이 근엄한 모습으로 자기의 업적을 자랑하는 듯 우릴 쳐다보고 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우리 차례가 돼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오른다. 에펠탑 기둥 기울어진 면을 따라서 엘리베이터가 올라 가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창밖 파리시가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옛 학창시절 시내버스처럼 가득 관광객을 태워 창밖을 볼 수 없고 엘리베이터 스피커에서 나오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불어 안내방송 만 나온다.

에펠탑 전망대에 오르니 파리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130년 전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으면 거대한 강철을 조합해 이토록 거대한 탑을 세울 수 있었을까? 2층에서 내리니 전망대 안쪽에는 기념품점과 아이스크림가게 등이 있고 문을 열고 나가니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전망대에도 사진촬영을 하는 사람들, 멍하니 파리 시내를 감상하는 사람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등등으로 매우 복잡하다. 간신히 인파를 헤치고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저 멀리 몽마르뜨 언덕 쪽을 바라본다. 파리 시내는 볼 것도 많고 계획도시로 잘 정돈되어 아름답지만 성당 등 몇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건물들이 5,6층의 석조 건물에 검은 색 지붕으로 다양성이 적어 보인다.

에펠탑 전망대에서 본 사요 궁
전망대 난간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니 세느강 건너편으로는 에펠탑 사진을 찍기 가장 좋다는 사요 궁이 예쁜 모습으로 보이고

파리의 중심을 흐르는 세느강
프랑스 파리의 한강과도 같은 세느강이 파리 시내를 엄마 품처럼 품고 있는 모습도 전망할 수 있으며

마르스광장과 왕립육군사관학교
왕립육군사관학교 연병장으로 쓰였던 마르스 광장 건너로 나폴레옹이 다녔다는 왕립육군사관학교 건물도 보인다.

에펠탑 전망대 난간
30여분 정도 전망대에서 파리 시내를 조망하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내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 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전망대나 종탑 등을 올랐을 때처럼 올라가기 전 상상했던 기대감은 내려오면서 한 번 올라가 본 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2005년 파리여행 시 에펠탑을 못 올라가 내내 서운했지만 이번에 올라가 봤으니 만약 다음에 또 파리를 오게 된다면 에펠탑은 패스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