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시의 기원과 그룹들 집시들의 기원과 유랑생활의 시작은8세기에서10세기로 추정되고 있다. 이 시기에 일련의 무리들이 집시들의 본거지로 알려진 북인도로부터 여러 지역으로 이동을 한 것이다. 10세기에는 근동의 여러 나라에 출현했고, 14세기와15세기에는 몇 차례에 걸쳐 서아시아에서 발칸 반도로,그리고 동·서 유럽의 여러 지역으로 유입되었으며,근년에는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이주하고 있다.현재 대략300만이 넘는 집시들이 유럽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집시들의 주요 그룹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첫번째 그룹은 발칸 반도의 국가들과 헝가리에서 집단생활을 영위하는 로마(Roma)족이다.이들의 일부는19세기에 중부 유럽과 미국으로 건너갔다.두번째 그룹은 신티(Sinti)족으로 독일에,그리고 세번째 그룹은 칼레(Kale)족으로 남부 프랑스와 이베리아 반도(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모여 사는 집시를 일컫는다. 신티,로마 그리고 칼레 족은‘치고이너(집시:영어Gypsies ,독어Zigener)’라는 명칭을 모욕적으로 여기고 있다.하지만 학계에서는 이 명칭을 가치중립적으로 사용하고 있다.집시들의 음악은 각각의 생활공간과 이 그룹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의 동화과정에서 비롯되어 각기 상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집시음악 리스트(liszt)는1859년에 파리에서 출간된 자신의 저서〈보헤미안과 헝가리 음악에 관하여(Des Boémiens et de leur musique en Hongrie)〉에서 당시 사회 전반에 유포된 의견을 대변하여 주장했다.즉,헝가리 집시음악(영어:Music of Gypsies,독어:Zigeunermusik)이 본래의 헝가리 민속음악이라는 것이었다.하지만 이 주장은 훗날 헝가리 태생의 작곡가인 벨라 바르토크(Béla Bartök, 1881~1945)의 종족음악학적 연구에 의해 반박되었다. 20세기 학계의 연구 역시 리스트의 주장을 근거 없는 것으로 규정했다. ▲ 헝가리 집시음악 헝가리의 집시음악은 여러 악기 연주자들이 모여서 바이올린,클라리넷,첼로,더블베이스 혹은 심벌즈 등을 연주한다.이들의 리더는 제1바이올린 주자이며,프리마스(Primas)라고 불린다. 19세기에 가장 유명했던 헝가리의 프리마스는 야노스 비하리(János Bihari)였으며,그는 빈 궁정에서 높은 명예를 누렸으며, 1814년에는 빈 의회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동유럽의 치고이너 음악 특유의 음향을 만들어내는 화성적 특성은 이른바‘치고이너 음계’이다.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그중 하나는‘치고이너 단조’로서‘라-시-도-레#-미-파-솔#-라’이다.이 음계에서는 첫 음과 네번째 음의 증4도 음정‘라-레#’가 특징적이다.다른 하나는‘치고이너 장조’로서‘도-레b-미-파-솔-라b-시-도’의 음계이다.여기에서는 첫번째 음과 두번째 음의 간격이 기이하게도 단2도, ‘도-레b’이다.서구의 전통적인 장단조 체계에 이러한 치고이너 음계가 도입되어 채색될 때 종종 낯선 분위기가 연출된다. 리스트는 40여 년(1846~85)에 걸쳐 집시들이 연주하던 멜로디를 차용해 자신의〈헝가리언 랩소디〉를 작곡했으며,그들의 연주방식을 피아노용으로 편곡했다.그리고 작품의 시작에“고집스럽고 심오한 집시 스타일로 연주할 것”이라는 지시어를 기입하곤 했다.〈헝가리언 랩소디〉는 형식적인 면에서 당시 널리 알려진 집시음악의2부 형식을 차용했다.즉, 느린 템포(Lassú)의 1부에서는,감상적인 분위기와 즉흥적 요소가 강조되었다.그리고 빠른 템포(Friss)의 2부에서는 격정적이고 생동감이 있으며,리듬성이 강조되면서 춤곡의 멜로디가 뒤따랐다. 리스트 외에 브람스(헝가리 무곡),바르토크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도 자신들의‘랩소디’에서 치고이너 음계를 구사함으로써 음악에서의 헝가리적 표현을 만들고자 했다.사라사테(치고이너바이젠),바르토크(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랩소디, Op.1),라벨(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치칸)등도 집시음악의 특징을 자신들의 작품에 활용한 작곡가이다.집시음악은 요한 슈트라우스의〈치고이너바론(Zigeunerbaron)〉에서처럼 오페레타나 오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 스페인(특히 남부의 안달루시아)의 집시음악 동유럽의 집시음악과 차이를 보이면서 독자적인 음악 전통을 발전시킨 것은 이베리아 반도(특히 남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의 집시 음악이다.이들의 음악 역시 화려한 기교와 즉흥성이 그 특징이다.특히 플라멩코와 스페인 최남단에 위치한 안달루시아에서 유행하는 음악형식과 춤곡인 칸테 지타노(cante gitano)는19세기 초 이래로 자주 집시들에 의해서 연주되어왔다.그리고 이 음악은 오랫동안 치고이너의 민속음악으로 오해되어왔다. 이 음악은 노래와 춤 그리고 기타 연주가 혼합되어 있는 아주 매혹적인 예술음악이며,노래를 부르는 스타일에 따라 두 종류로 구분된다.그 하나는 비련의 고통이나 인생의 절망 등 깊은 비탄의 심정을 토로하는 칸테혼도(cante jondo, cante grande라고도 함)반주를 맡는 기타를 압도하는 열광적인 비가(悲歌)가 그 특징이다.이 노래는 사회 하층부 사람들에게 특히 애용되기도 했다.또 다른 하나는 인생을 구가하는 경쾌한 리듬으로 이루어진 칸테치코(cante chico, cante flamenco라고도 함)인데,이 종류의 노래는 매우 단순하고 소박하다.집시들의 비애와 희열을 표현하고 있는 이 두 종류의 음악은 약간의 변화가 가미되어 여러 가지 지류로 나누어진다.춤곡의 경우에는 혼자 혹은 몇몇이 쌍을 이루어 춤을 춘다.이때 발을 구르거나 박수를 치기도 하고 캐스터네츠를 사용하기도 한다. 20세기 전반기에 스페인 음악을 부흥시킨 알베니스(I. Albéniz),그라나도스(E. Granados),드 파야(M. de Falla),투리나(J. Turina)는 플라멩코의 음악적 특징을 자신들의 작품에서 활용한 대표적인 스페인 작곡가들이다. <출처: 서양음악사100장면,pp.202~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