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26. 월) 구약과 신약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규범
한편, 만약 구약이 없었다면 신약에 나타난 메시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구약이 장차 올 메시아의 시대와 직능과 그의 죽음과 부활을 미리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위스의 구약학자 피셔는 "구약은 메시아가 어떤 분이냐를 알리는 책이고, 신약은 그 메시아가 누구냐를 알리는 책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구약에서 신약을 읽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이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기록한 책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역사는 단순한 이스라엘 역사뿐 아니라 세계 인류 전체의 역사에로 열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시초부터 주관하고 섭리 하신 분은 하느님이셨고, 그것은 구원으로 방향 지어졌습니다.
따라서 하느님 백성에게 있어 역사라는 말과 구원이란 말은 바꾸어 써도 어긋남이 없고, 이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완성될 것이기에 이스라엘 역사는 곧 그리스도의 전사(前史)요, 그리스도교인들 자신의 역사인 것 입니다. 그러므로 구약 없이는 신약도 읽을 수 없고, 신약 없이는 구약의 의미도 없어집니다. 신약과 구약은 역사적으로 연속되는 책이라기보다 하느님과 그분이 이끄시는 구세사의 내용에서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유다인들이 '율법과 예언서'라 불렀던 구약성경은 이미 예수님과 초대교회의 성경이었습니다. 2세기에 이르러서는 이스라엘의 이 '성스러운 책들'이,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의 증언을 보존한 초대교회의 문서들인 신약성경과 함께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정전(正典)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비록 신구약으로 나뉘며 73권의 개별적인 책으로 분류되거나 내용과 문체 등에 있어서 일관성이 결여된 듯 보이더라도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는 한 질(帙)의 '성경'인 것입니다.
여기에 이르러서도 구약성경을 읽어야 할 필요성에 의문이 남는 사람이 있다면,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성 금요일의 수난사건을 설명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좀더 진지하게 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루카 24,25-27). 시초의 구원에서 메시아의 죽음에 의한 구원에 이르기까지 구약성경 전반에 걸친 큰 줄기를 따라 해명하시는 말씀에서 구약과 신약은 모든 시대의 그리스도교 신앙의 규범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