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변에 흐르는 침묵속의 고요함[경기 별곡] 양평 1편
남한강변에 흐르는 침묵속의 고요함
[경기 별곡] 양평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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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듣기만 해도 설레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그 이름. 우리나라의 수많은 지역 중에 이름 자체가 고유명사가
된 도시가 더러 있다. 서울은 수도를 뜻하는 이름이 되었고, 경주나 부여는 역사도시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강릉이나 속초 같은 도시의 이름을 들어도 푸른 동해바다가 연상되는 것처럼 양평이나 가평이란 이름만 들어도 당장
시원한 강바람을 쐬야 할 것만 같다. 서울에서 장중하게 흘러가는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남양주를 지나 북한강과
남한강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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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읍에서 바라본 남한강의 풍경 가평 부근에서 지나는 북한강과 양평의 남한강은 같은 강이지만 만들어가는 풍경이 조금씩 다르다. 양평 부근에서 보는 남한강은 정적이면서 잔잔한 피아노소나타를 듣는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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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한강이건만 북한강이 지나가는 가평과 남한강이 지나가는 양평의 성격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상을 준다.
가평하면 청춘이란 단어가 먼저 생각난다. 청량리나 성북(현재 광운대)에서 출발했었던 경춘선 무궁화호 열차는 대학생들을
싣고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등 가평의 북한강변을 따라 산재해있는 일명 펜션촌에 내려다 주었다. 방 한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청춘을 불살랐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다. 그런 선입견 때문인지 몰라도 북한강은 유난히 푸르고
물살의 세기도 빠르게 보인다.
하지만 남한강이 흐르는 양평은 이름부터 뭔가 편안함을 주는 듯하다. 실제로 은퇴자들이 내려와서 생활하는 도시 중 양평의 비율이 꽤나 높고, 지역마다 전원주택단지가 산재해있다. 최근 스타벅스가 국내 최대 규모의 매장을 양평에 오픈한 게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한강을 양변에 끼고 용문산을 비롯한 아름다운 명산을 병풍으로 두르고 있는 양평은 인구당 예술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고장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용문면에 예술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예술인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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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 군립 미술관의 전경 양평은 비록 인구 10만의 작은 군이지만 인구당 예술가의 비율이 가장 높기로 유명하다. 양평읍의 양평 군립 미술관은 충실한 컬렉션과 전시 주제로 외지에서 부터 많은 사람이 몰리기로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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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읍 한복판에 자리한 양평군립미술관은 일개 군의 미술관 치고 전시회의 주제나 구성이 알차기로 유명하다.
몇 달마다 바뀌는 참신한 주제로 지역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유도하고 지원하는 종합센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문학 쪽으로는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이 자신의 고향인 양평에 아름다운 문학촌을 조성해놓고는 자신의 묫자리를
함께 만들었다. 발길 닿는 데마다 눈에 밟히는 갤러리와 미술공원은 양평의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양평과 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가깝다. 두물머리에서 북한강 강변을 따라 가평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서종면 지역은
강의 경치가 특히 아름답다고 소문이 났었다. 아름다운 강변의 길을 따라 테라로사, 나인 블럭, 투썸플레이스 등 우리나라의
주요 카페 체인점과 수많은 카페들이 들어서 있어 주말에는 카페를 찾는 사람들로 인해 늘 혼잡하다. 굳이 서종 지역이
아니더라도 남한강변의 한적한 곳 어디를 가든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발길이 닿는 곳 어디든지 자연과
맛있는 음식이 있지만 먼저 가야 하는 장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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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 두물머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수십년전 팔당댐이 들어서며 주변 환경이 꽤 변했다고 한다. 새벽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신비로운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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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는 물고기 모양의 길쭉한 섬이다. 과거 양수리는 남한강 최상류의 물길이 있던
강원도 정선과 단양, 그리고 물길의 종착지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마지막 정착지인 탓에 매우 번창하였다.
그러나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고 나서 지역 전체가 그린벨트로 지정되었고 양수리는 나루터의 기능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팔당호에는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양수리 강변에 늘어서 있는 오래된 고목들과 조화가 아름답다고 입소문이 나며 양평의 제일가는 관광지로 탈바꿈하였다.
양수리의 끝머리, 넓고 푸른 강변을 한 없이 쳐다볼 수 있는 두물머리는 주말마다 몰리는 사람들로 인해 초입부터 수많은
차량들로 길이 북적인다. 주차장 입구부터 난잡해 있는 카페와 식당들로 인해 주위는 꽤 어수선하다.
골목을 따라 강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한없이 펼쳐진 백사장과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 같은 강의 풍경이 어느새
나를 마주한다. 백사장에서 오직 앞만 바라본다면 수목화 속에 내가 들어온 듯하다. 한없는 고요함과 침묵의 목소리만
환청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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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물머리의 도당할배 느티나무 "한강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두물머리는 고고한 한강의 물결과 고목들의 조화가 마치 수목화를 연상시킽다. 400년 이상 자랑하는 도당할배 느티나무는 언제나 그자리에 서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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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우람한 자태의 고목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고 있어 저절로 발길이 그리로 가게 되는데 400년 전부터 두물머리의 자리를 늘 지켜왔고, 배 타는 이들의 무사안녕과 마을의 안정을 기원하던 도당굿을 지내던 도당할배 느티나무란 장소다.
원래는 할매 느티나무도 옆에 자리하고 있건만 팔당댐 수몰로 사라지고 더 이상 제를 지내지도 않는다. 현재는 외로이 홀로
서서 제를 지내던 주민들은 더 이상 없고, 풍경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의 휴식처 또는 포토존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
이제 봄의 문턱에 왔지만 강바람이 꽤나 쌀쌀하다. 길가에 새워져 있는 빈 황토돛배는 언제쯤 사람들을 싣고 다시금 강가로
나아갈지 기약이 없다. 오직 드넓은 호수 같은 강가를 건너는 것은 찬 바람뿐이다. 멀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성질 급한 북한강이 어머니 같은 품의 남한강과 만나 한강으로 변모하는 모습은 무척 경이롭다. 이제 한강은 서울로 향하면서 그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가지기 위해 수많은 아파트들이 경쟁을 펼칠 것이다.
두물머리 건너편에는 연꽃으로 유명한 경기도 유일의 지정 지방정원 세미원이 있다. 세미원과 두물머리는 일명 배로 연결한
배다리로 건너갈 수 있는데 그전에 배가 조금 출출하다. 마침 두물머리에는 최근 미디어를 타고 명물로 자리 잡은 연
핫도그란게 있어 가기 전 간단하게 먹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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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물머리의 명물 연핫도그 두물머리에 오면 십중팔구 이곳의 명물인 연핫도그를 사먹는다. 맛의 가장 큰 비결은 빠른 회전율로 인한 신선함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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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가 그리 특별한 맛은 아닐 테지만.......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요인과 차별점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궁금증도 한몫했다.
과연 명성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연핫도그를 한 손에 들고 있었고, 푸드 트럭의 수준이 하니라 거대한 비닐하우스 안에 자리를 잡고 많은 종업원들이 각자의 임무를 척척 해내고 있다.
빠른 회전율 덕분에 금세 나의 손에도 핫도그가 잡혔다. 외형으로 봤을 땐 조금 큰 핫도그의 느낌이다. 하지만 한입 베어
물고 그 차이점을 조금 알 것 같다. 우선 튀김옷은 두 번 써서 크리스피 한 느낌이 들었고, 소시지도 조금 좋은 걸 쓴다.
하지만 최고의 장점은 신선도가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이 핫도그를 사 먹으니 재료를 그때그때 쓸 수밖에 없고, 갓 반죽해서 튀긴 핫도그를 먹게 된다. 새삼스레 왜 사람이 많은 곳에 가서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조금 알겠다. 이제 조금 위장에 연료가 채워진 기분이 든다. 이제 다음 장소로 천천히 이동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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