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오쿄투어중애 만난 다보탑 모작품
첫 주는 강의실에 비치해 놓은 과일바구니가 문제였다. 첫 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나나는 한 개밖에 남지 않았다. 사람수대로
주어서 체면상 나 혼자 안 먹었기 때문이다. 일본사람들에게 창피하지 않게 첫 시간에 다 먹지 말고 시간을
나누어서 먹으라고 주의를 줄 수밖에 없었다.
강사는 휴식시간이면 과일바구니를 가르키며 도우죠(드세요)라고 했지만 연수생들은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 열흘 지나니 자연적으로 해결되는 듯했다. 여관에서
아침을 제대로 먹은 탓도 있지만 바나나가 호기심은 있어도 그리 맛있는 과일은 아니어서 곧 물린 탓인 것도 있었다.
그 대신 오렌지로 집중되었다.
2주차 주말에는 후지쓰우에서 도우쿄오 투어를 준비해주겠다고 했다. 어떤
면에서 검수원으로 받을 수 없는 혜택이라 사양했지만 대만팀도 필립핀팀도 했다면서 부담을 갖지 말라는 것이었다.
2주째 일요일 직원의 안내에 따라 함께 하도버스(비둘기버스, 옛 동경시내관광버스)를 탔다. 관광버스는
일본궁전의 니쥬바쉬(二重橋), 메이지신궁을 먼저 둘러보았다. 메이지신궁은 5년전 건이가 안내했던 곳이라 건이 생각이 났다. 지금쯤은 그가
평생 목표였던 모교의 교단에 섰는지? 한동안 떨어져 살아 소식이 궁금했다.
메이지 신궁을 보고 가이드를 따라가던 중 한 동료가 ‘어, 다보탑’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영락없는 다보탑이었다. 가이드를 따라가야 되어 자세히는 못 보고
길거리에서 인증샷만 하나 찍고 가이드를 쫓아가기가 바빴다.
가이드에게 다보탑에 대해 알아보려고 조금전 길거리에서 본 다보탑 이야기를 했다. 그는 ‘다호우도우?(다보탑의 일어발음)'하며 그게 무어냐고 거꾸로 되물었다.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다보탑은 한국의 신라시대 건축된 1000년이나 된 유적인데 조금전 가이드를 따라오다 어느 집 앞에
있는 걸 봤다니까 아마 작은 사찰에서 모조품을 만든 것 아니겠느냐며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로 들었다. 하기사 일본에서는 탑이라면 목탑 건물이지 석조물이 아니니 그럴만도 했다. 아직
도오쿄 주변에 4개월이상 체재할 터이니 우리끼리 와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 후에 2번이나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아쉬움이 많았다.
다음은 아사쿠사로 갔다. 아사쿠사는
전기제품을 싸게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며 아사쿠사에 있는 사원을 보여주고는 긴자(銀座)로 자리를 옮겨 중식을 했다.
가이드는 긴자거리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 겸 자랑을 하고 식후 1시간의 산책시간을 준다고 했다.
특히 긴자 욘조메(4丁目)에서 주오도오리(中央通)와 하루미 도오리(晴海通)가 만나는 곳이 일본의 가장 번화한 거리라고 하며 옛 상가에 불이나 잿더미가 되었던 긴자지역을 일본 정부가 계획적으로
만든 최초의 근대화거리라고 했다. 그곳에는 일본의 최초백화점인 긴자 미스꼬시(三越) 백화점이 있고 하루미 도오리에는 일본전통 음악과 무용, 기예(伎藝)를 종합한
일본전통 연극이 공연되는 가부키자(歌舞伎座)가 있다고 하며 주변에서 가끔 가부키자 배우들을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관광버스를 탄 일본사람들은 지방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미쓰꼬시 백화점으로 가는 듯했지만 우리는
물건을 살정도의 여유가 없어 가부키좌 쪽으로 갔다.
도중에 가이드의 설명대로 길을 걸어가는 가부키자 배우를 만났다. 일본 전통 기모노 복장에 나막신을 신고 안장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옛 일본 기생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솔직히 얼굴에 횟가루를 두껍게 발라 눈만 깜박거리고 입술에 루주만 발라서 희극배우 같이 보이기도 했다.
오후는 일본사람들이 파리 엣펠 탑에 비유하며 자랑하는 도오쿄타워로 갔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엣펠탑보다 높이가 더 높지만 소요된 철강량은 거의 40%나
더 적게 소요되었다고 했다. 건설한 연대가 엣펠탑보다 약 70년
정도 후라 그사이에 철강산업이 발전되어 더 가볍고 강한 철을 생산해서 철강량이 적게 들었다는
것이다.
도오쿄 타워에는 두개의 전망대가 있다. 지상에서
150여m쯤 되는 1층전망대는
주변을 바라보는 정도이고 그보다 약 100 m 더 높은 특별전망대에는
도오쿄 시내가 다 보이고 날이 맑으면 서부의 후지산이 보인다고 했다.
기본은 1층전망대까지인데 후지쓰우에서 동행한 직원이 어느새 특별전망대 표를 사와서 특별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설명한대로 온 도오쿄 시가지가 보이고 후지산을 전망대 표지판에 후지산쪽이라는 표지판은 있었지만 날씨 탓인지
보이지는 않았다. 주변을 살펴보다 숲 속에 잠긴 뉴오다니 호텔이 바로 아래 보였다. 5년전 귀국할 때 체크인 후 서울의 폭설로 하루를 더 도오쿄에서 머물면서 항공회사(KLM) 덕분으로 하루 밤을 체험했던 곳이라 그곳을 내려다보는 마음은 나만의 옛 생각에 젓기도 했다.
다음은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이었던 도오쿄 올림픽의 요요기 수영장을 견학했다. 일본에서 콘크리트 예술품으로 소문나 건이와 함께 와본 적이 있었지만 내부는 처음이었다. 요요기 수영장 벽에는 당시 수영대회 금메달리스트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한국에서
올림픽을 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꿈도 꿀 수가 없어서 일본이 부러웠다.
마지막으로 도오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신주꾸의 건물로 갔다. 향후 신시가지로 미래의 도오쿄오가 될것이라며 그 빌딩 신주꾸 전망대에 올랐다.
신주쿠는 당시 한참 개발 중이지만 아직
울창한 숲으로 뒤 덥힌 도오쿄의 서북부의 전망을 보고 그 앞에서 동승한 관광객전원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관광지마다 가이드는 기를 들고 설명을 했지만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행한 후지쓰우 직원에게 잘 못 듣겠다고 했더니 당연하다는 것이다.
가이드는 관광용어(최상의 존대말)로 설명해서 일본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배워서 알아듣지만 일어를 공부한 외국인은 반도 못 듣는다고 했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건이가 몇 곳을 보여주었지만 제대로 도오쿄투어를 한한
것은 잊지 못할 일이었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다니며 나름대로 도오쿄에서 좋은 추억으로 기념사진들을
찍으며 하루를 즐겼다.
당시 하도버스를 함께 타고 도오쿄 투어를 한 일행 사진(여행사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