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專制보다 더 강한 위력이 있으며 독재獨裁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요 전제는 제가齊家의 한 방법이고 독재는 치국治國의 시스템이라지만 깊이 들어가면 같은 말입니다 전제정치政治의 준말이 전제며 전제정체政體의 준말입니다 무엇이든 혼자서 결정하고 제 마음대로 처리하니 독불장군獨不將軍입니다
오늘날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예전에는 좀 심했습니다 남녀평등이라고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일반 가정에서는 남편이 가장이고 아내는 주부입니다 가장家長은 집家의 대장長이고 주부主婦는 주인主이 맞으나 청소帚 맡은 여인女입니다 가장과 주부는 으레 다릅니다 분명 남녀가 평등하지는 않습니다
대한민국을 벗어나면 거의 모든 나라 안주인들은 남편 성姓을 따르고 있습니다 여성으로 결혼하기 전에는 가족 중 아버지 성을 따르다가 결혼하는 즉시 성이 바뀌지요 나중에 헤어져 재혼을 하면 그동안 함께 살던 남편 성에서 재혼한 남편 성으로 다시 바뀝니다 성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혼례 문화와 아무런 상관없이 아내는 자신의 성을 갖고 있습니다 태어난 자녀는 엄마와 상관없이 아버지의 성을 따릅니다 전남편의 유복자라거나 또는 아주 어린아이일 경우 만일 재혼한 남편이 허락한다면 재혼 남편의 성을 따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평등해진 것일까요?
남자라 하더라도 무능하다면 가부장적 전제는 고사하고 가문의 도를 이어갈 수 없습니다 무능한 남편이라고 여겨질 때 아내는 틈새를 이용합니다 옳지 못한 아내로 회자되겠지만 가족과 가정을 지키려면 할 수 없지요 남편과 아내 둘 다 무능하다면 통째로 남의 도움을 필요하겠지만 둘 다 그런 경우는 드무니까요
삼종지의三從之義가 있습니다 달리 삼종지도三從之道니 삼종의탁三從依托이니 하는 말들이 있는데 모두 같은 고사성어입니다 봉건 시대에서 여성들이 따라야 할 세 가지 도리입니다 어려서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간 뒤에 남편을 따르며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릅니다
칠거지악七去之惡이란 게 있습니다 옛날 유교의 도덕에서 살펴볼 때 아내를 버릴 수 있는 조건이 일곱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째 부모님에게 불효하고 둘째 자식을 낳지 못하며 셋째 음란하고 넷째 투기하며 다섯째 불치병을 앓고 여섯째 말썽을 일으키고 일곱째 남의 물건을 훔침입니다
삼종지도는 자연스러우나 칠거지악은 문제가 좀 있습니다 일반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만 남자는 더러 우악愚惡스럽고 여자는 실로 연약합니다 곤충 세계에서는 암컷이 크고 수컷들의 모심의 대상이 되는데 동물 세계에서는 곤충과 달리 암컷은 작고 연약합니다 보호를 필요로 합니다
삼종지도는 자연스럽습니다 어려서는 부모 형제 남매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날도 위력威力을 이용한 성추행에서 성폭행에 이르기까지 실로 얼마나 무서운 세상입니까 그래서 가족이 필요하지요 삼종지도에서 첫째 어린 시절은 아들딸 손자 손녀가 다 대상입니다 삼종지도에 딸만 들어가지 않습니다
칠거지악이 유교의 도덕입니다 일부는 필요한 덕목이지만 부당한 덕목도 여럿 있습니다 첫째 부모에게 불효함은 아내에게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남편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둘째 자식을 낳지 못함에 대해서도 이는 부부가 함께 느낄 일입니다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것을 혼자 짊어질 게 아닙니다
음란淫亂이라는 부도덕을 오직 여성에게 덧씌워 내치기까지 한다고 하는 것은 남자와 여자의 지나친 차별입니다 투기妬忌는 샘내고 꺼림입니다 강샘妒이고 질투嫉妬입니다 부수를 계집녀변女에 둠으로 해서 여성의 전유물처럼 만들었지요 그러나 이들 시기와 질투는 남녀가 다 지닌 심리현상입니다
다섯째 불치병을 앓는 게 어찌하여 칠거지악에 들어가는지 깊이 생각해 보나 답이 없습니다 여섯째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아내에게 책임 지움도 문제입니다 남편이 말썽을 일으켰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지요 아내가 남의 물건을 훔치게 되면 분명 내침의 대상이 되는데 남편은 그게 적용이 되지 않습니까
알고 보면 칠거지악이 유교의 안티anti 덕목이며 동시에 남녀 차별의 덕목입니다 사사오송四四五頌으로 푼 동몽선습 원문을 다시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