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 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01 윗글의 표현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반어적 표현을 통해 시의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② 영탄법을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③ 감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을 묘사하고 있다.
④ 상징적인 소재를 통해 화자의 기대감이 드러나고 있다.
⑤ 대화 형식을 통해 대상에 대한 친밀감이 드러나고 있다.
02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 시는 비둘기를 통해 당대 상황을 우의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 비둘기는 현대 문명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자연, 또는 문명의 발전 속에 사랑과 평화를 잃어버린 현대인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①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비둘기의 ‘번지가 없어졌다’는 것은 인간을 위한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은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② ‘가슴에 금이 갔다’를 통해 비둘기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음을 말하려는 것이겠지.
③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는 자연의 평화가 파괴된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④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은 비둘기의 모습은 보금자리를 잃고 쫓기는 처지를 형상화 한 것이겠지.
⑤ 비둘기가 ‘채석장에 도로’ 찾아간 것은 ‘사랑과 평화’를 낳기 위해서겠군.
03 윗글을 [보기]와 비교하여 감상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60년대 초 당신이 살던 성북동에서는
비둘기들이 채석장으로 쫓겨 돌부리를 쪼았다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 성북동에 비둘기는 없는 걸요.
채석장도 없어요.
요즈음은 비둘기를 보려면
도심으로 들어와 시청 광장쯤에서 팝콘을 뿌리지요.
순식간에 몰려드는 비둘기 떼
겁 없이 손등까지 올라와 / 만져도 도망가지 않고
소리쳐도 그냥 얌전히 팝콘을 먹지만
나머지 부스러기 하나 마저 먹으면
올 때처럼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는
비둘기를 만날 수 있어요, 그때에는
눈으로 손으로 애원해도 / 다시 오지 않아요.
- 김유선,「김광섭 시인에게」
① 윗글에서는 [보기]와 달리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② [보기]에서는 윗글과 달리 ‘비둘기’를 긍정적인 존재로 형상화하고 있다.
③ [보기]에서는 윗글과 달리 장소의 이동에 따른 화자의 정서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④ 윗글과 [보기] 모두 ‘비둘기’가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⑤ 윗글과 [보기] 모두 시대에 따라 달라진 ‘비둘기’의 모습을 과거와 대비하여 드러내고 있다.
도움자료
[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A)
김광섭,「성북동 비둘기」
01 ③ 02 ⑤ 03 ⑤
해제 ㅣ 이 시는 삶의 터전을 잃은 ‘비둘기’를 통해 1960년대부터 급격하게 진행된 근대화와 산업화의 어두운 면을 보여 주고 있다. 여기서 ‘비둘기’는 화자가 관찰하는 시적 대상이자, 화자에게 깨달음을 주는 존재이다. 시인은 ‘비둘기’가 보금자리를 잃고 ‘채석장 포성’에 놀라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향수를 느끼는 모습을 통해 현대 문명에 의해 자연이 황폐화되고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는 비정한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이 시에서 ‘비둘기’는 평화와 사랑이라는 관습화된 의미를 넘어서서 문명의 발달로 훼손되어 가는 자연이나 소외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주제 ㅣ 현대 문명에 의한 자연 파괴와 인간성 상실 비판
구성 ㅣ
1연: 문명에 의해 삶의 터전을 상실한 비둘기
2연: 파괴된 터전에서 향수에 젖은 비둘기
3연: 사랑과 평화의 의미를 상실한 비둘기
01 표현상 특징 파악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이 시는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을 묘사하고 있다. ‘돌 깨는 산울림’, ‘채석장 포성’ 등은 청각적 이미지로, ‘새파란 아침 하늘’은 시각적 이미지로 나타난다. 또한 비둘기가 입게 된 마음의 상처를 ‘가슴에 금이 갔다’라고 표현한 것도 시각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금방 따 낸 돌 온기’는 촉각적 심상에 해당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반어적 표현은 이 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② 영탄법이 사용된 부분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이를 통해 화자가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비둘기는 ‘사랑과 평화의 새’로 상징적 소재이지만 이를 통해 화자의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둘기를 통해 ‘사랑과 평화’의 긍정적인 가치를 바라거나 희망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⑤ 화자와 비둘기가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며 비둘기에 대한 친밀감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02 구절의 의미 파악 ⑤
정답이 정답인 이유
[보기]는 작품의 중심 소재인 비둘기의 의미를 문명 파괴와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는 글이다. 비둘기가 ‘채석장에 도로’ 찾아간 것은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기 위해서이고, 이는 자연이 파괴되기 이전을 그리워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비둘기가 ‘사랑과 평화’를 낳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새로 생긴 ‘번지’는 사람들을 위한 집을 의미하는 것이고 비둘기의 ‘번지’는 자연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을 위한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이 파괴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② ‘가슴에 금이 갔다’는 비둘기가 입게 된 마음의 상처를 시각 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③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는 자연의 평화가 파괴된 공간, 생명력을 상실한 공간을 의미한다.
④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은 비둘기의 모습은 자연에서의 보금자리를 잃고 쫓기는 처지를 형상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03 작품 간의 공통점, 차이점 파악 ⑤
이 시를 모티프로 하고 있는 다른 작품을 통해 상호 텍스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이다. 두 작품에서 시적 화자가 주목하고 있는 비둘기의 속성이 무엇인가를 비교하는 데 유의 한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보기]는 김유선의「김광섭 시인에게」라는 작품으로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고 있는 시 이다. 김광섭 시인의 시에서 비둘기는 ‘사람 가까이 / 사람과 같이 사랑’하다가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 사랑과 평화의 사 상까지 /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음을 드러내고 있다면, [보기]에서 20년이 지난 현재의 비둘기는 마치 인간과 제법 친해진 존재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져도 도망가지 않고 / 소리쳐도 그냥 얌전히 팝콘을 먹’는 비둘기는 결국 먹이가 없으면 ‘눈으로 손으로 애원해도 / 다시 오지 않’는 비둘기가 된 것이다. 이는 이해관계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이기적인 현대인의 소시민적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성북동’, ‘산1번지’를 시적 배경으로 하여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 사람 가까이 /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비둘기가 이제는 ‘돌 깨는 산울림’과 ‘채석장 포성’에 의해 상처받아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보기]에서는 1행~4행에서「성북동 비둘기」를 모티프로 하여 시를 시작하지만 ‘요즈음은 비둘기를’ ‘도심’의 ‘시청 광장’에서 볼 수 있다는 내용을 통해 60년대의 비둘기와 대비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과 [보기] 모두 시대에 따라 달라진 ‘비둘기’의 모습을 과거의 모습과 대비하여 드러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이 작품은 현대 문명의 발달에 따른 자연 파괴와 인간성 상실을, [보기]는 이해관계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이기적인 현대인의 소시민적 모습을 지적하고 있지만, 두 작품 모두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② 오히려 ‘비둘기’를 긍정적인 존재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은 이 작품으로,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 사람 가까이 /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 사랑과 평화의 새’로 표현하고 있다. [보기]는 팝콘을 다 먹으면 ‘눈으로 손으로 애원해도 / 다시 오지 않’는 비둘기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부정적인 대상으로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③ [보기]에서는 ‘시청 광장’에서의 비둘기의 모습을, 이 작품 에서는 ‘성북동’ ‘산1번지’의 비둘기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을 뿐 장소의 이동은 드러나지 않으며, 화자의 정서 변화 또한 나타나 있지 않다.
④ 이 작품과 [보기] 모두 ‘비둘기’가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작품에서는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이라는 표현이 나타나 있지만, 비둘기의 상징적 의미에 주목한 것이지 직접적 전달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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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 이 작품은 김광섭의「성북동 비둘기」를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비둘기의 모습을 통해 이해관계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현대인의 소시민적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주제 ▶ 비둘기를 통한 이기적인 현대 도시인에 대한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