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0일 주일설교
시리즈 제목: 땅을 위한 하늘의 대리인들 41
설교 제목: 오늘의 종교개혁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영원히 기뻐하며 즐거워할지니라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을 것이며
사자가 소처럼 짚을 먹을 것이며
뱀은 흙을 양식으로 삼을 것이니
나의 성산에서는 해함도 없겠고 상함도 없으리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니라
이사야 65:17~1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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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종교개혁주일을 1주 앞두고 맞이하는 주일입니다. 종교개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500년 전에 일어난 일, 그것도 독일에서 일어난 일이 오늘 우리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사실 우리는 이미 2천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기념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우리 교회의 역사를 기념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과거로부터 온 유산을 받아서 생활하고 우리의 유산을 후대에게 물려줍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념하는 것은 곧 우리의 현재를 반성해 보고 우리가 어디에 있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저는 종교개혁의 의미를 먼저 생각해 보고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종교개혁은 영어로 The Reformation입니다. 그 의미는 모습과 형식을 바꾼다는 것이지만, 사실 그 근본 정신은 근원으로 돌아가자(Ad fontes)는 것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자주 들었습니다. 종교개혁은 그와 유사한 데가 있습니다. 초대교회로, 다시 성경으로, 이런 말은 늘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입니다. 무엇인가 우리가 잊고 있는 것, 또는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는 각성이 있을 때 개혁은 일어납니다.
오늘도 우리는 교회가 본질을 회복해야 세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종교개혁이 500년 전에 교회를 새롭게 하자는 운동이었습니다. 그것은 성경을 번역하고 연구하면서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자는 활동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 정신을 담은 표어가 종교개혁의 3대 원칙입니다. 그것은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 오직 은혜로(Sola Gracia), 그리고 오직 믿음으로(Sola fide)입니다.
이 슬로건은 종교개혁 당시 교회가 실행하는 제의와 삶과 활동을 반성하자는 것입니다. 즉, 당시에 교회는 공로사상에 치우쳐서 신자들의 삶을 종교가 피폐하게 하고 있었으므로 성경의 정신을 따라 은혜와 믿음으로 살자는 반성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500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하면서 삶에서 기독교인으로서 본이 되는 행위와 실천을 저버리고 있다고 반성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행위와 실천이 약화된 기독교회는 윤리적 기반이 흔들립니다. 목회자들의 일탈이 세상으로부터 자주 지탄을 받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중세교회에서 일어난 윤리적 타락이 다시 재현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을 치료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우리의 신앙을 근본부터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500년 전에 교회는 연옥의 교리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당시 교회에는 연옥에 있는 영혼을 위해 헌금을 하면 그 공로가 더해져서 그 영혼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르침이 만연했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들은 천국은 돈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그것은 사실상 연옥교리를 배척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 우리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오늘 우리는 천국, 즉 하나님 나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천상의 세계가 아니라 이 땅에 펼쳐질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그 나라는 피조세계가 회복되어 만물이 상생하고 평화 가운데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그처럼 새롭게 된 세상을 우리에게 상속으로 물려주시려고 하나님은 오랫동안 예언자들과 사도들을 통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가리켜 성경은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천상의 세계로 이해하는 한 교회는 세상의 빛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완성될 하나님 나라가 이 세상이 아니라 천상에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잠시 있다가 불에 타서 없어질 세상에 미련을 둘 이유가 어디에 있으며 이 세상의 복지와 번영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영원한 천국의 삶을 생각할 때 낭비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구원의 길이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교회는 ‘오직 예수’라는 믿음을 강조하면서 스스로 배타적이 되거나 자기도 모르게 타인에게 신앙을 강요하는 자리에 서게 됩니다. 구원과 천국 소망이 간절할수록 우리는 더욱 가까운 사람들에게 강압적인 입장을 취하게 됩니다. 어찌 사랑하는 이를 지옥불에 불타도록 내버려둘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구원이 하나님의 나라를 물려받는 것이며 그 하나님 나라는 우리 가운데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는 세상이라면, 우리는 하나님과 화목하고 죄사함을 받아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섬기는 선한 청지기로 사는 것을 구원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안정적이고 너그러운 삶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은혜의 복음과 하나님의 경륜을 배우고 익히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제시하는 목표입니다. 그 이유로 우리는 에덴동산과 성전, 이스라엘을 모두 교회라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빛과 은총을 받아 반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합니다.
이제 우리는 성경의 가르침에 주목하여 그리고 종교개혁의 정신을 계승하여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의 언약에 동참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500년 전과 달라진 복음전도의 상황 속에서 세계평화와 생육번성충만의 목적을 위해서 교회가 존재하며 소임을 받았음을 믿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을 받아 세상에 반사하는 거울과 같은 존재로서 예배와 봉사를 통해서 그 임무를 수행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가 아름답고 생명 충만한 곳이었음을 믿으며 그 하나님이 다시금 이 세상을 회복하실 것을 믿습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서 하나님은 자기 대리인들을 부르셨고 그들이 아담, 노아, 아브라함, 이스라엘, 그리고 예수님의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을 축복하기 위해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동역자들이며 그 역할은 언제나 희생과 순종을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십자가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가진 생각이 그 사람을 이끄는 방향타와 같음을 인식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자 노력할 것이며 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힘쓸 것입니다. 그럼에도 세상에 무질서를 증가시키고 생명을 사그라지게 하는 생각과 행동은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의 뜻에 위배되는 것임을 깨닫고 우리가 믿음으로 서 있는 이 자리를 굳게 지킬 것을 다짐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현재의 생각이 절대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는 자기우상화를 경계하고 늘 하나님 앞에 우리 자신을 순복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마음과 같은 뜻으로 개혁자들은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교회는 늘 개혁되어야 합니다. Ecclesia semper reformanda est. The Church must always be reformed. 이 말은 1947년 칼 바르트가 어거스틴의 말을 인용하여 제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시대의 교회가 마음에 간직하고 살아야 할 금과옥조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