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갈이(줄 바꾸기)
시조는 자유시와 다르게 행갈이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행갈이를 하는 목적은 글의 흐름이나 운율, 시각적 효과나 시조 형식의 통일성. 시조의 정형에서 오는 균제미(均齊美)와 같은 미학적 측면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행갈이를 한다. 그러나 작가가 주관적 견해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고시조는 한줄 쓰기였으나 개화기에 접어들어 국어문법이 정리되기 시작하면서, 또는 서양 시의 영향으로 행갈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당시 시조 학자였던 안확은 <시조시학>에서 시조를 초장 중장 종장으로 구분하여 행갈이를 해야 한다며 형식과 운율을 규정한 바 있다.
현대시조를 보면 각양각색이다. 2019년 (사)한국 시조 협회에서는 <시조 명칭 과 형식 통일안>을 만들어 처음으로 행갈이에 관한 규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협회 회원들마저 이를 잘 모르거나 알고도 어기는 작품이 종종 나타나고 있음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행갈이는 단순히 멋내기에 머무르는 행위가 아니다.
시조는 자유시와는 다르게 작품의 가지런함에서 오는 균제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시조협회> 회원이라면 누구나 협회가 제정한 규칙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시조 작품의 행갈이 방식은 대개는 두 가지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하나는 장별로, 다른 하나는 구별로 묶는 방식이다.
그 이유는 자유시를 닮은 것같은 행갈이는 시조의 품격이나 특징을 스스로 깨뜨리기 싫기 때문이다.
자유시에 없는 균제미라는 미학이 시조에는 들어 있다.
시조의 특징을 깨뜨리는 일은 시조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몇 작품의 예를 본다.
⓵자유시를 닮은 것
눈/***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저 황금빛
시간은
야금야금
누가
갉아 먹는가
이제는
색을 비우고
자서전을
써야 할 때.
⓶완전 자유형
붉은 감기/***
-종장
단풍만 담으라 했는데
봄을 안고
왔
는
가
⓷띄어쓰기를 벗어난 것
완도를 가다/***
주주룩면발처럼작달비가내린다바람은날을세워빗줄기를자르고지하방몸을일으켜물빛냄새맡는다.
⓸ 이해가 안 되는 것
유 에프 시(UFC)/***
옥죄고 메치고 글세, 이판사판 거품물고
우리 겨운 한 살이는 엎·뒤치락 맞장뜨기
거꾸로 곤두박이다
쿵! 되우치는 반전(反轉)이다.
⓹새로 나타난 것
인연/***
삼십여 년 직장생활 수많은 만남 중에
더러는 오랫동안 따듯하게 사귀었어도
무심한
시절을 따라
끊어지고 마는데.
또는 여백의 미를 살린다며 다음과 행갈이 한 것도 있다.
삼십여 년 직장생활
수많은 만남 중에
더러는 오랫동안 따듯하게 사귀었어도
무심한
시절을 따라
끊어지고 마는데.
이 밖에도 그림을 그리듯이 쓴 작품도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러한 행갈이는 시조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흐트러져 산만한 작품에 무슨 미학이 들어 있겠는가?
작가의 주관적 사고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선택한다 해도 규제할 방안은 없다.
다만 작가가 시조를 사랑하고 자유시와 다른 가지런함을 존중한다면 예로 든 작품처럼 행갈이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첫댓글 행갈이
감사합니다
김고문님! 잘 숙지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히
배람합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