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도 영화제 하고싶대요"
이미 영화제 일정은 다 정해졌고
극장주 모임도 모두 이루어졌고
야영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제가 뭐 별거인가요?
서류 작성해서 신청한 사람만 꼭 해야할까요?
꼭 형식을 갖춰서 준비해야하는 프로그램 사업일까요?
아니에요.
극장을 상영하고 싶다는 극장주의 마음이 있다면
여건이 되고 시간과 때가 맞다면
얼마든지 함께 영화 볼 수 있어요.
솔이와 담이와 아버지 김영태 선생님께서 극장을 준비했습니다.
지난번 다온이네 극장처럼, 밖에서 잔다 야영장에서 보기로 했어요.
저는 야영 전날, 그러니까 상영 전날, 영화를 상영하시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세한 내막을 저는 몰랐습니다.
"선생님 극장 하신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그저 이렇게 여쭐 뿐이었어요.
-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렇게 준비하셨대요.
담이는 대본을 쓰고
솔이는 그 대본을 가지고 영화관에서 안내하기로요.
영화 볼 장소는 극장주 아버지 김영태 선생님께서
야영장인 하윤이네 마당 구조에 대해 하윤이와 전화하시고
이선아 선생님과 소통하시며 허락을 구하고 장비를 설치하셨습니다.
전기는 어떻게 쓸 수 있을지 궁리하시다가,
김영태 선생님이 이선아 선생님께 부탁하시고
이선아 선생님이 하윤이 할머니 할아버지께 부탁하셔서
하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김영태 선생님께 전기 코드 쓰라고 하셨습니다.
혹시 교회 마당을 쓰게 될까봐,
김영태 선생님이 이선아 선생님께 연락하시고
이선아 선생님께서 교회 사모님과 연락하셨대요.
솔
담
김영태선생님
이선아선생님
야영장 주인 하윤이 할머니 할아버지
그야말로 극장주와 둘레 사람이 그렇게 이번 극장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옆에서 그저 "우와 고맙습니다. 멋져요. 근사해요. 이거 들고 옮길까요?" 정도밖에요..
*
영화를 상영하기 두시간 전,
김영태 선생님께서 미리 오셔서 장비를 설치하셨습니다.
조명을 매다는 장비에 흰색 천을 달아 근사한 스크린을 만드시고, 큰 스피커를 가져오셔서 설치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신 하윤이네 할머니는
김영태 선생님께 얼음 동동 칡즙을 내어주셨습니다.
아이들 좋은 경험 하게 해주신다고 고맙다고 하시면서요.
극장이 설치되고 있는 한편,
마당 한켠에서는 아이들이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습니다.
이선아 선생님께서 제게 살그머니 오셔서
김영태 선생님을 챙겨드리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극장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일 끝나자마자 오셔서 미처 마무리짓지 못한 업무 전화를 받으시면서도
극장주를 위해 땀흘리며 근사한 극장을 만드시는 극장주 아버지 김영태 선생님 모습..
저는 또 솔이와 담이에게 슬그머니 가서 다시 얘기했어요.
"솔아 너의 근사한 극장을 설치해주시는 아버지께 사랑의 쌈을 싸드려볼까?"
솔이는 고기를 가득 넣은 사랑의 쌈을 배달했습니다.
담이는 그 모습을 보고 오빠는 분명 이상한 것을 넣었을 거라며 야무진 쌈을 들고 아빠를 찾아가 입에 쏙 넣어드렸습니다.
김영태 선생님은 그런 솔이와 담이를 안아주셨습니다.
-
"너희 객석 세팅은 어떻게 할거니?
팝콘은 몇개나 해야하니?
너희가 극장주니까 너희가 정해야해"
솔과 담이는 인원을 세어보고 필요한 바를 김영태 선생님께 부탁했어요.
그야말로 극장주다운 모습이었습니다.
*
번쩍번쩍 치는 번개
우릉우릉 치는 천둥
갑자기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졌어요.
"아 역시 도서관 행사에는 비가 와 ㅠ"
전기 장비가 있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못볼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솔이 담이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비가 조금 내리면 그냥 진행해도 되겠다 판단했습니다.
다행히도
마법같이
비가 그쳤어요.
천둥 번개는 계속 쳤지만요.
.
마시멜로를 하나씩 구워 자리에 앉은 아이들
다온이가 가져온 요구르트 하나씩 손에 쥐고
쫀드기와 여러 간식을 들고 관객이 모였어요.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지고
솔이의 인삿말로 극장이 시작됩니다.
담이가 준비한 대본을 의젓하게 읽는 솔이 모습이 참 멋졌어요.
솔이가 극장에서 지켜야 할 규칙도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튀겨온 팝콘을 직접 나누어 주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자, 스크린 양 옆 가장 가까운 곳에
솔이와 담이가 앉아 영화를 봤습니다.
관객들은 극장주가 준비한 돗자리와 의자 중
편한 곳에 골라 앉거나 누웠습니다.
때때로 하늘에서는 번개와 천둥이 치고
그와중 이웃들은 아이들 모기 물릴까
모기약을 들고 다니며 뿌려주시고
모기향을 찾아 설치해주셨어요.
*
어떻게 이렇게 영화 볼 수 있을까요?
동네 친구 할머니댁 마당에서
나뭇가지 깎아 마시멜로 구워먹고
누가 가져왔는지도 모를 간식 나눠먹고
천둥 번개 치는 하늘 아래
천으로 만든 스크린으로 보는 장화신은 고양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정말 환상적인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