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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대국어 갑골문자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아비
風 바람 풍
너울, 바람, 풍
風의 갑골문(凡, 鳳과 통용)
風의 고문 風의 전문
風의 갑골문 자형(1)은 凡자이며, 나머지는 머리[①]와 꼬리[②]에 특이한 깃털 장식이 달린 새와 凡[③]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갑골문자를 만들 당시 사람들의 ‘바람’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을 담아낸 것입니다.
전문 자형은 凡의 하단부에 虫[⑥]이 놓여 있습니다. 虫은 뱀이 움직이는 모양의 의태어 ‘꿈틀꿈틀’을 의미하며, 바람을 안고 있는 돛의 모양인 凡과 더하여, 물결치는 바람의 의태어 ‘너울거리다(/물결이나 늘어진 천, 나뭇잎 따위가 부드럽고 느릿하게 자꾸 굽이져 움직이다)’를 나타냅니다.
고문 자형은 凡을 기본으로 하여, 하늘을 의미하는 日[④]과 펄럭임을 의미하는 획[⑤]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만, 갑골문의 조어방식과는 판이(判異)합니다.
巳의 금문 巳의 전문
虫의 금문 虫의 전문
巳(뱀 사)의 금문 자형은 도드라진 대가리와 길고 휘는 몸으로 ‘뱀’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으며, 전문 자형은 두 개의 원을 세로로 길게 이어붙인 듯이 이리저리 굽은 선으로 뱀의 모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虫의 금문 자형은 巳의 금문 자형에 보다 강조된 머리[/크기]를 세로획[①]으로 좌우로 나누고 속에 두 개의 점[②]이 덧붙여 있습니다. 마치 코브라가 몸을 곧추세우고 몸통을 넓적하게 벌리며 위협적인 동작을 취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虫의 전문 자형은 巳의 전문 자형의 상부에 보이는 하나의 둥근 형태를 둘로 나누고 나뉜 가운데 부분에 짧은 굴곡진 세로획[③]이 덧붙여 있습니다. 이는 巳보다 훨씬 큰 동작을 의미합니다.
이는 巳와 虫은 뱀의 한 종류이거나 뱀을 달리 부르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표준어로 등재되지 않고 있어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배달말에 뱀을 ‘너불딱지, 너불떼, 너불단지, 너불치’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명칭들은 의미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아주 큰 종류의 뱀이라고도 하며, 또 특정한 종류의 뱀이라고도 하며. 공통적인 요소는 ‘공격성’이 강한 뱀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너불’의 소릿값은 ‘너울’과 비슷하며, 이는 뱀의 움직이는 모양, 즉 의태어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虫의 금문 자형에 보이는 크게 강조된 대가리와 전문 자형에 보이는 곧추서 있음을 의미하는 ③부분은 ‘대가리를 곧추 세우고 있다’의 의미이며, 좌우로 크게 갈라진 형태는 움직임이 유난히 커거나, 몸을 좌우로 크게 움직여 마치 옆으로 가는 뱀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뱀을 고대 배달말에서 ‘너불/(너울)’로 칭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䖵의 갑골문
䖵의 금문 䖵의 전문
䖵(벌레 곤)의 갑골문, 금문, 전문 자형은 虫을 나란히 둘 겹쳐 놓은 모양입니다. 虫자는 뱀[너불/너울]을 의미하면서도 움직임 자체의 소릿값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蟲(벌레 충)은 ‘너울너울’ 움직이는 것들이 아주 많이 모여 있다는 뜻입니다. 동일한 글자가 겹칠 때는 많을수록 ‘작아짐, 잘아짐’을 의미합니다. [ex. 火(불) →炎(불꽃) → 焱(불씨)]
風은 凡의 ‘바람’과 ‘너울’의 합으로 계속 불어치는 상태의 바람을 의미하는 것이며, 독(讀) [풍]은 바람 소리의 의성어입니다.
風雨(풍우), 風速(풍속), 暴風(폭풍), 風浪(풍랑), 風船(풍선) 등에서 風이 ‘바람’의 뜻입니다.
威風(위풍), 風貌(풍모), 風采(풍채), 風景(풍경) 등에서의 風은 ‘모습’의 뜻입니다. 배달말에서 ‘너울’은 ‘겉모습의 비유어’로도 쓰입니다. ‘사람의 너울을 쓰고 그런 잔인한 일을….’의 예문과 같습니다. 여기서 ‘너울’의 본 의미는 ‘예전에, 여자들이 나들이할 때 얼굴을 가리기 위하여 쓰던 물건. 얇은 검정 깁으로 만든다’를 말합니다.
逍風(소풍), 風流(풍류), 風俗(풍속) 등에서 風은 ‘바람’과 ‘놀이’의 두 가지 뜻을 다 담고 있습니다. 逍風(소풍)은 ‘소요하며 바람 쐬다/소요하며 놀다’로 풀이되며, 風流(풍류)는 ‘바람 쐬며 흘러 다니다, 놀며 흘러 다니다’로 풀이되며, 風俗(풍속)은 ‘바람과 습속, 놀이 습속’입니다. 배달말에서 ‘바람’은 ‘유행이나 사조’의 뜻이기도 하며, ‘놀이’에서 ‘놀’은 ‘너울’의 뜻이기도 합니다.
疏穖而穗大. 其粟圓而薄糠 其米多沃而食之彊 如此者不風. 『呂覽』
성기게 밭을 갈면 이삭은 커진다. 그 겉곡식은 둥글고 겨는 엷어진다. 그 쌀알은 많이 기름지며 먹기에 여문다. 이와 같이 한다면 바람 들지 않는다.
상기 문장의 風을 기존에서는 ‘떨어지다’, 즉 곡식이 익기 전에 바닥에 낙곡(落穀)함을 말하는데, 쌀의 낱알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바람에 의해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의 風은 배달말 그대로 ‘바람 들다’로 곡식 따위가 ‘푸석푸석해지다’의 뜻입니다.
馬牛其風 臣妾逋逃 勿敢越逐. 『書經·費誓』
말과 소가 그렇게 바람이 나거나, 신하와 첩이 짐 싸 달아나더라도, 감히 이에 쫓지 말라.
君處北海 寡人處南海. 唯是風馬牛不相及也. 『春秋左氏傳』
그대는 북해에 거처하고 과인은 남해에 거처하니, 바로 이래서 바람난 마소라 할지라도 서로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상기 서경의 예문에 사용된 風을 주자(朱子)는 ‘달아나다, 놓치다’ 등으로 주(註)를 달고 있습니다만, 실제의 뜻은 ‘바람나다’의 뜻입니다. 우리말의 관용표현에서 ‘바람나다’는 ‘성적인 상태로 들뜨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이 ‘바람’에 의한 성적인 표현은 현대중국어에는 없는 표현이며, 마찬가지로 고대중국어에서도 없는 것입니다.
춘추좌씨전에서는 다른 동물에 비하여 발정(發情)난 마소는 성적인 욕구가 아주 강한데, 비유적인 표현으로 서로 미치지 못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山東之國 從風而服. 『戰國策·秦策』
산동의 나라들이 바람에 따라 복종하였다.
此亡國之風也. 『呂覽』
이것은 망국의 바람인 것이다.
상기 두 예문의 風은 우리말에서는 ‘바람’으로 직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바람(/무슨 일에 더불어 일어나는 기세)’의 관용표현이 모든 언어에서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하여 중국어에서는 전국책(戰國策)의 風은 ‘교육하다, 가르치다’로 의역을 해야 되며, 여람(呂覽)의 風은 ‘관습(慣習)’으로 의역을 해야 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風俗(풍속 ; 그 시대의 유행과 습관 따위를 이르는 말)에서 風은 ‘바람’의 뜻을 나타냅니다. 風樂(풍악 ; 예로부터 전해 오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 주로 기악을 이른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聲與風翔. 『張衡』
소리와 더불어 너울이 산뜻하다.
상기 예문의 風을 일반적인 풀이에서는 ‘분부(分付)’, 즉 ‘명령(命令)하다’의 로 하고, 翔(날 상)을 祥(상서로울 상)으로 하여, ‘말씀과 더불어 분부에 삼가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역(誤譯)이며, 이 문장의 風은 배달말의 ‘너울(/겉모습의 비유어)’의 뜻이며, 앞의 聲이 나타내는 ‘목소리’와 더불어 ‘너울’로 사람의 첫인상에 관한 내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楓 단풍 풍
너울
楓의 전문
楓의 전문 자형은 木과 風의 합자이며, 風의 ‘너울너울’이 木과 더하여, ‘너울(/뜨거운 볕을 쬐어 시들어 늘어진 풀이나 나뭇잎)’의 뜻을 나타냅니다.
丹楓(단풍 ; 기후 변화로 식물의 잎이 붉은빛이나 누런빛으로 변하는 현상. 또는 그렇게 변한 잎), 楓菊(풍국 ; 단풍과 국화를 아울러 이르는 말), 霜楓(상풍 ; 서리 맞은 단풍잎. 또는 시든 단풍) 등에서 楓이 ‘너울’의 뜻입니다.
諷 욀 풍
나불나불, 나불거리다, 읊조리다
諷의 전문
諷의 전문 자형은 言과 風의 합자이며, 風의 ‘너울’이 ‘나불대다(/입을 가볍게 함부로 자꾸 놀리다)’로 쓰여, 나불대는 말에서 ‘읊조리다(/뜻을 음미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시를 읊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강원·경상 지역에서는 ‘노울’을 ‘나불’로 소리내기도 합니다.
諷刺(풍자 ;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함)에서 諷이 ‘나불거리다’로 ‘비꼬다’의 뜻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諷諭(풍유 ; 본뜻은 숨기고 비유하는 말만으로 숨겨진 뜻을 암시하는 수사법), 諷諫(풍간 ; 완곡한 표현으로 잘못을 고치도록 말함을 이른다)에서는 상대방의 잘못이나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드러내지 않고, 이말 저말 둘러대어 나타낸다는 것을 ‘나불거리다’로 표현한 것입니다.
諷讀(풍독 ; 책을 외어 읽음), 吟諷(음풍 ; 시가 따위를 읊음)에서 諷에는 ‘약한 흥겨움’의 뜻을 내포하여, ‘읊조리다’의 뜻인데, 이를 ‘나불거리다’로 나타낸 것입니다.
諷詩崇禮. 『孔子家語』
시를 읊조려서 예를 숭상한다.
상기 예문의 諷은 실제로 소리를 내어 ‘읊다’의 뜻입니다. 風이 배달말의 고유한 의태어(擬態語) ‘나불나불’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諷味(풍미)라고 한다면, 맛을 보는 동작 행위[/입을 나불거리다]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며, 風味(풍미 ; 음식의 고상한 맛,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 됨됨이)에서의 風은 ‘너울지다(/어떤 표정 따위가 강하게 나타나다)’를 나타내며, 風靡(풍미 ;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사조 따위가 널리 사회에 퍼짐을 이르는 말)에서의 風은 ‘바람(/무슨 일에 더불어 일어나는 기세)’의 뜻을 나타냅니다. 이상의 각각의 뜻은 한국 사람이라면, 아니 배달말을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라면 의미의 구분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배달사람이 아니라면 각각의 의미를 모두 강식(强式 ; 억지 방식)으로 암기해야 합니다. 명나라와 청나라의 600 년 동안과 조선왕조 500년 동안, 조선왕조에서 출간한 책의 수가 명청(明靑)의 기간보다 대여섯 배에 이릅니다. 인구수에 비견한다면 수백 배의 차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 원인이 바로 한자[보다 정확히 말하여 전문(篆文) 자형까지]의 조어(造語)시키는 근간이 ‘배달말의 소릿값’에 있기 때문입니다.
颿 돛 범/달릴 범
바람을 품다, 돛, 내닫다, 내달리다
颿의 전문
颿의 전문 자형은 馬와 風의 합자입니다. 馬는 ‘움직임이 드러나 있는 상태’의 뜻이며, 風의 ‘바람’과 더하여, ‘바람을 품다’로 ‘돛’의 뜻을 나타내며, 비유적인 표현으로 ‘내닫다(/갑자기 밖이나 앞쪽으로 힘차게 뛰어나가다), 내달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 馬가 자형의 요소로 사용되어 직접 ‘말’의 뜻을 나타내지 않을 경우, 실제적인 움직임이 요구되는(/드러나는) 상태나 상황의 뜻을 나타냅니다. 驚(놀랄 경)은 어떤 놀라움으로 인하여 동작 행위가 직접 드러나 있는 상태를 나타내며, 警(경계할 경)은 어떤 놀람의 상태가 내재되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이 경우의 言은 心과 같은 의미입니다.
帆(돛 범)은 전문 자형에 없는 글자이며, 巾으로 돛의 재질을 나타내고, 凡이 바람을 안고 있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鳳 봉새 봉
너울을 일으키는 새
鳳의 갑골문1(風, 鵬과 통용)
鳳의 갑골문2(風, 鵬과 통용)
鳳의 전문
鳳은 전설상의 새인 봉황(鳳凰)의 수컷을 말하며, 성천자(聖天子)의 치정(治政)의 징조(徵兆)로 나타나거나, 덕 있는 천자의 출현 자체를 알리는 서조(瑞鳥)를 말하며, 암컷은 凰(봉황 황)이라고 합니다.
鳳의 갑골문1은 머리[①]와 꼬리[②]에 독특한 장식이 있는 새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갑골문2는 凡[③]이 덧붙여 있는 모양이며, 전문 자형은 凡과 鳥의 합으로 갑골문2를 따르고 있는 모양입니다.
①은 辛으로 여기서는 辟(임금 벽)이나 宰(재상 재)를 나타내며, 꼬리의 장식은 깃털장식을 의미합니다. 갑골문1의 제일 마지막 자형 (a)은 다른 자형과 조형 방법이 다름을 알 수 있는데 鵬(붕새 붕)자입니다. (a)에 보이는 세 개의 곡선과 선을 따라 이어지는 무늬들은 ‘너울 치는 물결/바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鳳의 갑골문과 전문에 보이는 凡은 ‘바람’으로 ‘큰바람을 일으키는 새’나, ‘너울(/바다의 크고 사나운 물결)을 일으키는 새’로 새 희망이나 새로운 세상의 개벽을 알리는 징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鳳·鵬은 모두 전설상의 새 이름입니다. 붕새는 한 번에 9 만 리(里)를 날아간다는 전설상의 새입니다. 고대의 전설에 바람은 이 새가 날아갈 때 일어나는 것이라 하여, 風 자로 비유적으로 통용된 것입니다.
嵐 람기 람
먼 산이 너울너울, 이내
嵐의 전문
嵐의 전문 자형은 山과 風의 합자이며, 風의 ‘너울’이 ‘너울거리다(/물결이나 늘어진 천, 나뭇잎 따위가 부드럽고 느릿하게 자꾸 굽이져 움직이다)’로 쓰여, ‘먼 산이 너울거리다’에서 ‘이내(/해 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의 뜻을 나타냅니다.
晴嵐(청람 ; 화창한 날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春嵐(춘람 ; 봄에 서리는 안개), 翠嵐(취람 ; 먼 산에 끼어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흐릿한 기운) 등에서 嵐이 ‘이내’의 뜻입니다.
葻 풀바람에흔들리는모양 람
남실남실
葻의 전문
葻의 전문 자형은 艹와 風의 합자입니다. 艹는 ‘풀(/초본식물)’에서 ‘풀풀(/눈이나 먼지, 연기 따위가 몹시 흩날리는 모양)’의 의태어로 쓰였으며, 風의 ‘너울’과 합하여, ‘남실남실(/보드랍고 가볍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의 뜻을 나타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