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는 어린이집 사전연명의료 교육 후기
- 일시 : 2023년 7월 11일(화) 저녁 7시 30분~
- 장소 : 소리나는 어린이집
- 참석자 : (진행) 둘씨, 참쑥 / (참석) 바나나, 파도, 탱자(미인), 고슴도치, 한강, 네잎클로버, 날개, 기린, 알록이 / (돌봄) 별똥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처음 들은 건 엄마를 통해서였다.
“알아보니까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더라. 보건소 가서 사인만 하면 돼.”
“엄마, 살림도 사전연명 교육이 있대. 나 신청했는데, 엄마도 같이 들어볼래?”
“젊은 애가 뭐 하러. 넌 안 했으면 좋겠는데.”
모든 일에 예외 없이 똑 부러진 엄마는 사전연명의료에 있어서도 ‘신청’과 ‘사인’으로 압축하며 명확한 결심을 내비쳤다. 단, 당신의 죽음에 한해서만.
나 또한 그렇다. 당사자로서의 다짐과 가족에게 벌어질 일이라는 상상은 별개의 문제로 여겨진다. 불과 6개월 전, 한 달이 넘는 입원생활 중 맞은편과 옆자리에 계시던 두 분의 죽음을 목격했다. 두 분 다 누군가의 엄마였다. ‘아, 나의 삶과 너의 죽음 사이엔 아주 얇은 장막만이 있을 뿐이고, 이 차이는 그저 우연이구나.’ 내가 통제할 수 없음을 마음 깊이 받아들였다. 이것이 죽음 앞에 사람들이 겸허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터전(소리나는 어린이집)에 빔 프로젝터가 켜지자 5세 최* 어린이가 물었다.
“안전교육하는 거야?” 안전교육할 때 빔으로 영상을 본 모양이다.
“응. 안전교육이랑 비슷한 거야.”
살림의 미션과 활동 소개에 이어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배경을 설명들었다. 연명의료 결정 제도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여 우리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집에 와서 내용을 더 찾아보니,
- ‘연장을 위한 연명의료’가 인간의 존엄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는 입장
- ‘연명의료 중단’이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행사로서 인간의 존엄을 위한 거라는 입장
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양쪽 입장 모두 수긍된다. 나 역시 뒤섞인 마음으로 고민해 본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생명 연장이냐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것이냐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은 환자 본인의 의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는 아마(양육자) 몇 분이 교육을 마치자마자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사인했고, 진행자분들은 성급하지 않게 결정해도 된다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교육을 마무리하며 2층에서 숨차게 뛰어놀던 아이들이 하나둘 1층으로 내려왔다.
6세 권** 어린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아빠에게 “아빠도 해!”라며 강하게 촉구(?!) 했다.
역시. 앵봉산 자락에서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자라나는 우리 터전 아이들은 다르다.
(+) 이번 만남의 자리를 촉구(ㅋㅋ)해 주신 탱자 고마워요. 어디서 또 이런 얘기를 나눠보겠나 싶어요. 덕분에 잘 배웠어요.
첫댓글 "당신의 죽음에 한해서만" "안전교육이랑 비슷한거야" 에서 울컥울컥 했네요~ 후기 나눠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후기 나눠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피드백이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도 늘 말로만 듣던 소리나는 어린이집을 찾아가게 되어 반가웠어요. 끝나고 나올 때, 챙겨주신 수제 살구잼은 집에 오자마자 우리집 큰 아이들(?)이 순삭해버렸답니다. 맛있었어요. ^^
아이가 없었을 때는 죽음이 너무 별거 아니었는데(왜냐면 태어나면 당연히 죽는거니깐),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는 죽음이란 단어 앞에 여러가지 마음과 생각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참 요상해요.
같이 교육 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이렇게 후기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사이 사이 더 이야기 나누어요 ;D
진행팀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