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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숙 원장이 자신의 조리학원에서 제자들과 함께 조리한 요리를 뽐내며 웃음짓고 있다. 강릉/김우열 | 강릉시 성내동 ‘음식나라 조리학원’의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감을 자극하는 구수한 냄새가 가득했다. 앞치마를 둘러맨 후덕한 인상의 고은숙(57) 원장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고씨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와 조리법을 활용해 향토음식을 연구·조리하는 요리 전문가이자 요리학원 원장이다.
그녀는 감자와 더덕, 방풍, 옹심이, 두부, 해산물 등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와 누구나 한번쯤은 맛본 음식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첨가해 요리의 맛을 배가시킨다.
음식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매운 맛과 짠 맛을 잡아주는 홍시 김치, 감을 발효한 단감 김치, 동해안 특색이 잘 나타난 명태·오징어김치, 치아가 불편한 노인 등도 씹어 먹을 수 있도록 무를 익혀서 담그는 무선 김치 등 연령·계층별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향토음식들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TV 예능프로그램의 팔도 김장대첩에 강원도 대표로 출전, 바다 냄새 물씬 나는 동해안의 특색을 살려 명태·통오징어 김치를 선보여 더욱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녀는 주특기인 한식을 비롯 양식, 일식, 복어, 칵테일, 다도, 커피, 제과제빵 등 요리 관련 자격증만 무려 22개에 달한다.
향토음식의 대모로 불릴 만큼 강원도 대표 요리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그녀는 여기에 이르기까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왔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요리에 도전하기 위해 지난 1999년 강릉시청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뒀다. 그때 나이 42세.
주변에서 제정신이냐고 말렸지만, 자신의 결정을 믿고 2000년 강릉영동대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고 원장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일 밭에서 감자와 호박, 가지 등으로 음식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있는 동네 어른들에게 새참으로 제공했다”며 “당시 어른들의 특급 칭찬을 받은 것을 계기로 요리사의 꿈을 갖게 됐고, 직장에 들어가서도 요리에 대한 갈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강릉원주대에서 식품학으로 학사·석사학위를 받았고, 한중대와 동우대, 강원도립대 등 대학을 비롯 평생학습센터와 농업기술센터 등에 출강까지 하고 있다.
평일에는 하루 10시간 이상 요리 강좌에 나서고, 주말에는 지자체에서 의뢰한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메뉴 개발 프로젝트 연구를 하는 등 1년 365일을 요리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리 노하우 전수와 후진 양성을 위해 5년 전에는 조리학원을 냈고, 그녀의 손을 거치며 요리사가 된 제자만 해도 수천여명에 달한다.
그녀는 ‘2018겨울올림픽’에 대비해 국내·외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지역 향토음식 발굴·육성과 세계화에 앞으로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강릉/김우열 woo96@kad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