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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송년산행] <한강기맥> 강원동 봉평 <보래봉(寶來峰)-회령봉> 산행
2015년 12월 20일 일요일
♣[산행코스] *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보래령 터널 입구>→ 보래령 산간도로→ 산길→ 한강기맥 보래령(1,055m)→ 보래봉(1,324m)→ 안부→ 1,244고지→ 한강기맥 분기점(1,270m)→ 회령봉(1,331m)→ 삼각점봉(1,309m)→ 쌍묘→ 삼거리→ 연지기(하산 지점)→ 귀경 길→ <정기총회> 강원도 홍천군 내면 ‘식당’→ 귀경(경춘고속도로)
♣[프롤로그] — 을미년, 2015년을 마감하는 송년 산행,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참으로 곡절이 많은 한 해였다. 사람마다 겪은 일이 다르고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그 동안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을 것이고 자기만의 회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몸으로 느끼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우울하고 답답한 기분은 나만의 과민일까. 주변 경제대국 사이에서 한국 경제는 하향 곡선에 접어들었다고 하고,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할 정치판은 국정은 외면한 채 날마다 치졸한 싸움으로 세월을 탕진하고 있다. 다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을 앞에 두고, 서로 적대감으로 충혈된 눈빛만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건전한 정당정치는 타협과 배려로 이루어진다. 사안마다 생각[주장]이 다르고 대응하는 방식[대책]이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정당의 정강정책은 정당의 존립 기반이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생각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뜨겁게 토론하고 원만하게 합의를 도출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정책으로 대결하고,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가야 할 정치가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빠져 분열과 대립만을 일삼고 있으니 여간 안타까운 게 아니다. 거기에다 사익과 이념의 노예가 된 일부 집단(集團)이 수도 서울의 한 복판에서 ‘나라를 뒤엎겠다’고 광란의 폭거를 서슴치 않았다. 소위 민주주의로 포장한 그들은 늘 약자를 위하여 싸우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평균 이상의 높은 임금을 받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노동자 집단이다. … 위아래를 막론하고 상생과 공존의 미덕이 보이지 않는다.
☆… 산(山)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때마다 세상의 답답한 숨통을 틔어줄 산이 있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우리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는 산이다. 산(山)은 ‘우주적 생명’의 본향이다. 거기 산(山)이 있고, 그 산에는 나무와 풀, 그리고 온갖 야생의 목숨들이 깃들어 산다. 무엇보다 하늘로부터 내려 받은 맑은 물을 품고 있는 산은 우리 인간을 비롯한 이 땅의 모든 생명을 살아가게 한다. 주역(周易)의 건괘(乾卦)에서 우주적 대자연을 ‘하늘[乾]’이라 하고, 그 ‘하늘’을 단도직입적으로 풀어내기를 원(元)코, 형(亨)코, 이(利)코, 정(貞)하다고 했다. 모든 사물은 원칙적으로 하늘의 작용에 지배를 받는다. 하늘의 작용은 한 해의 사계절을 살펴보면 용이하게 이해할 수 있다. 봄에는 만물이 소생하여 성장하고, 여름에는 무성하게 번창하며, 가을에는 결실하고, 겨울에는 저장하는 것이 사계절의 진행과정이다. 그러므로 원(元)은 봄이요, 형(亨)은 여름이요, 이(利)는 가을이며, 정(貞)은 겨울이다. 산(山)은 우주적 대자연의 생명체이므로 원-형-이-정, 곧 사계(四季)에 따라 끊임없이 스스로 변화하면서 무한한 우주적 생명을 창조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겨울이다. 모든 것을 갈무리하고 정지한 상태에서 새로운 봄을 기다린다.… 중요한 한 것은 겨울의 씨앗 속에는 봄의 생명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산행지 보래봉-회령봉] — 오대산에서 뻗어온 한강기맥의 부드러운 산봉
☆… 오늘의 산행지 보래봉(寶來峰, 1,331)은 한강기맥의 연면한 산줄기 중의 한 산봉이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과 홍천군 내면 사이에 솟아 있는 부드러운 육산(肉山)이다. 산의 남쪽에는 한국근대소설「메밀 꽃 필무렵」의 현장인 이효석의 ‘봉평’이 자리 잡고 있다. 산의 남쪽 봉평면과 북쪽 홍천의 내면을 잇는 고개가 바로 해발 800m의 보래령(寶來嶺)이다. 지금은 그 아래에 424번 지방도로가 생기면서 보래령 터널이 뚫어져 있다. …
[보래봉-회령봉 산행지도] : 우리의 산행은 화살표의 역방향으로 진행 되었다.
회령봉(1,331)은 보래봉에서 서쪽으로 뻗어나간 한강기맥의 한 지점에서 남쪽으로 갈라져 나간 산줄기에 솟은 산봉이다. 보래봉에서 2.5km 떨어진 지점이다. 봉평면은 해발 600~800m의 고랭 지대이므로 겨울이면 유난히 추운 곳이어서 동쪽의 계방산과 함께 적설량이 풍부하여 특히 겨울철산 행을 즐기기에 좋은 산이다. 우리 민창우 대장에 의하면, 진한(辰韓)의 태기왕이 적군에 쫓겨 숨어든 곳이 한강기맥의 횡성의 태기산이요, 그가 가져온 보물을 숨겨둔 곳이 이곳 봉평의 보래봉(寶來峰)이라 하니,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이 겨울, 보래봉은 하얀 눈과 청정한 기운을 지니고 있는 보석 같은 산이라 할 수 있다.
♣[한강기맥(漢江氣脈)] — 한반도(韓半島) 허리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산맥
☆… 한강기맥(漢江岐脈)은 백두대간 두로봉(오대산)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오대산 두로봉-비로봉(1,564m)-계방산-보래봉-청량산-삼계봉(1,065m)-횡성 수리봉-오음산을 거쳐 양평 용문산에서 양수리[두물머리] 부용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그 길이가 총 166.9km에 달한다. 한반도의 산허리를 동서(東西)로 가로 지르는 이 기맥은 북한강과 남한강을 수계(水系)를 나누는 분수(分水)의 산맥이다.
[한강기맥과 주변 지맥 개념도]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보래봉>은 계방산 서쪽 6.97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하나의 백두대간과 거기에서 갈라져 나온 한강기맥은 남한강(南漢江) 수계(水系)의 모든 산곡의 등줄기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한강기맥과 한남정맥 사이의 처처계곡에서 흘러나온 물들이 합수하여 남한강(南漢江)을 이룬다. 그렇게 한반도의 중간허리를 휘감고 올라온 남한강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양수리(兩水里), 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는데, 북한강(北漢江)은 한강기맥과 한북정맥 사이의 산곡에서 흘러내려온 화천강과 소양강이 춘천에서 만나서 이루는 강이다. 이 두 물줄기는 양수리에서 대가람을 이루어 한강(漢江)이 된다.
♣ [오늘의 동행] — 언제 보아도 정겨운 얼굴들 …
☆… 오늘은 2015년을 마무리하는 송년 산행(送年山行)이다. 오늘 산행에 참석한 대원은 27명, 연말의 여러 가지 바쁜 일 때문인지 참석 인원이 평소보다 적었다. 오늘은 장병국 회장, 김의락 총무, 남정균 부회장, ‘꼬마공주’ 김영이 부회장과 전평국 사장 내외분, ‘꽃구름’ 한영옥 부회장 내외분, ‘지평’ 민창우 산행대장, ‘승조’ 김화영 산행전문위원, 그리고 ‘호산아’ 고문을 비롯하여, ‘베토벤’ 유형상 부대장, ‘짱가’ 장태임 총무, ‘향이’ 부대장, ‘수정’ 오수정 감사, 전진국 님과 늘 동행하는 안상규, 강재훈 님, 문승배 님, 김기봉 님 등 면면이 한결같이 정겨운 얼굴들이다. ‘통통공주’ 박은배 부회장은 개인 사정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그의 친구 장영서 님 등 세 분이 나왔고, 특히 지평 민창우 대장이 두 분의 지인으로 모시고 나와서 반가웠다. 늘 만나면 반갑고 정겨운 산우들이다. …
♣ [산으로 가는 길] — 경춘선-동홍천까지의 고속도로와 56번 국도를 타고…
☆… 오전 7시 38분, 서울 군자역에서 출발했다. 오늘 우리의 분홍버스(‘진성관광’ 권용길 기사님)는 스키시즌으로 늘 붐비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까지 내달렸다. 예상대로 고속도로에는 차량이 많지 않아 원활하게 질주할 수 있었다. 동홍천I.C에서 내려 56번 국도를 타고 홍천군 서석을 지나 창촌에서 31번 국도를 만난다. 이 도로를 따라 남쪽 운두령 방향으로 가다가 424번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봉평 방향으로 가면 금방 보래령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군계(郡界)를 이루는 터널이므로 우리 일행은 홍천군 내면에서 평창군 봉평면으로 넘어온 것이다.
오전 10시 05분, 터널 입구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다. 오늘 올라갈 산을 바라보니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야윈 몸으로 산야를 지키고 있다. 민 대장이 우려한 대로 겨울 특유의 설산(雪山)의 정취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봉평쪽 산행들머리] 424번 지방도로의 <보래령 터널> :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봉평면의 군계이다
♣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 — 보래령까지의 산간 도로, 하얀 잔설이 남아있는
☆… 오전 10시 20분, 대원전체 사진을 찍고 산행에 돌입했다. 오늘은 구름이 낀 음산한 날씨, 차고 싸한 공기가 온몸에 엄습했다. 얼마간은 산간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여정이다. 이 도로는 보래봉 터널이 만들어진 후에 차량 통행을 금하고 있다. 보래봉을 넘어가는 이 비포장도로는 요철의 산기슭을 따라 고도를 높여가므로 크게 우회하여 올라가는 구절양장이다. 우리는 길의 중간지점에서 계곡으로 들어가 가파른 경사면을 치고 올라갔다. 길은 험난했다. 산록에는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땀이 흘리며 힘들게 올라가니 다시 도로였다. 지름길로 올라온 것이다. 고도가 높은 도로 위에도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선두 김화영 대장은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인 보래령 안부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고 후속의 대원들을 기다려 대열을 정비했다. 등산로는 보래령 옛길이다. 도로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곳 사람들이 넘나들던 고개이다. 그 안부에 이정표가 동쪽의 운두령 6km, 보래봉 970m를 가리키고 있었다. 운두령(雲頭嶺)은 평창의 소사와 홍천의 내면을 잇는 31번 도로로 계방산 서쪽에 위치해 있다. 운두령은 계방산의 산행의 들머리이다.
♣ [한강기맥 보래령→보래봉] — 그래도 산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 보래령부터 본격적인 산의 오름길이 시작되었다. 한강기맥의 능선을 타고 서쪽으로 진행하는 산길이다. 산록에는 얼마 전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눈밭에 서서 침묵의 세월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시퍼런 잎을 세운 산죽들이 눈 속에서 그 날카로운 기운을 세우고 있었다. 산은 토산(土山)이요, 비교적 완만하게 올라가는 눈이 쌓인 산길이다. 민 대장이 오는 길에 눈맛 못 볼 것을 우려했던 ‘하얀 눈[白雪]’이 산야를 뒤덮고 있어 겨울산행의 정취를 누릴 수 있었다. 계속 고도를 높여가는 산길에서 대원들은 묵묵히 산을 올랐다. 오전 11시 50분, 보래봉 정상(頂上)에 도착했다. 산행 들머리 보래령 터널에서부터 1.7km 올라온 지점이다. 시차를 두고 올라오는 대원들을 맞아 보래봉 정상에서 인증샷을 눌렀다.
옛 사람들이 넘나들던 <보래령>의 이정표
♣ [한강기맥 보래봉→회령봉] — 내리막길의 안부(鞍部)를 지나 다시 오르는 산길
☆… 보래봉에서 잠시 머물러 쉬면서 아이젠을 장착했다. 산(山)이 눈으로 덮여 있어 안부로 내려가는 산길에 대비하여 그렇게 한 것이다. 응달진 내리막길에는 적설량이 많아 발목이 푹푹 빠질 정도였다. 우리는 지금 한강기맥의 능선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하늘은 엷은 구름이 끼고 날씨는 음산했다. 산의 능선을 넘는 바람결이 귓불을 차갑게 한다. 한참을 내려오니 평지처럼 넓은 안부(鞍部)가 나왔다. 잠시 더운 숨결을 고르고 산행을 계속했다. 다시 산길은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졌다. 1244고지의 산봉을 오르는 길이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평평한 산길, 겨울 산의 정취는 눈 속을 걷는 맛이다. 산길에는 눈밭 속의 산죽이 시퍼렇게 살아있고, 산록에는 여름의 푸른 옷을 벗어버린 앙상한 나목들이 추운 바람을 견디고 있었다. 오늘따라 바람이 거세지 않아 쾌적하게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날이다. 한참을 올라가니 1270고지, 서쪽으로 뻗어가는 한강기맥과 남으로 뻗어가는 회령봉 방향의 갈림길이다.
♣ [봉평 회령봉에서의 점심식사] — 어울림과 나눔, 그리고 이어지는 하산 길
☆… 오후 12시 50분, 회령봉(1,324m) 정상에 도착했다. 지도상에는 정상의 높이가 1,331m로 되어 있는데, 산정의 이정표에는 1,324m로 적혀 있었다. 오늘의 두 번째 산행 포인트에 오른 것이다. 산은 토산(土山)이고 산정의 주위는 밋밋하게 너른 눈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 눈밭 위에 자리를 펴고, 점심식사를 했다. 각자가 준비해 온 도시락을 펴놓고 즐겁게 환담하며 음식을 나누었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 더운 가슴을 쓸어내린다. 오늘 문승배 사장이 준비해 온 묵은지-꽁지조림을 대원들에게 나누었는데 입맛을 돋우는 데 일미였다. 그리고 보온봉에 담아온 호산아의 따끈한 미소된장국이 팍팍한 속을 풀어주기도 했다. 서로 어울려 음식을 나누는 것은 정성을 나누는 것이므로, 날씨는 차갑지만 참 정겹고 유쾌한 시간이다.
<회령봉> 정상의 이정표
♣ [회령봉에서 쌍묘를 거쳐 내려가는 길] — 가파르게 오르고, 다시 아래로 쏟아지는 눈길
☆… 오후 1시 20분, 식사를 마치고, 정상 표지판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환하게 웃는 대원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에 좋았다. 눈 속에 핀 웃음꽃이다. 비록 영하의 차가운 날이지만 함께 어울려, 정직한 땀을 흘리며 산길을 걷는 것은 산악인의 즐거움이다. 오늘 우리의 도시는 ‘나쁨’ 단계의 미세먼지를 예보하고 있지만, 이곳 1300고지의 강원도 겨울산은 청랑하고 맑은 공기가 더운 폐부에 스며든다. 상쾌하다. 눈길을 걸으며 묵은 땀은 내 보내고 청정한 공기를 우리 몸에 들인다. 산행은 계속 되었다. 완만하게 내리다가 다시 올라가는 능선 길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고 길목에는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죽이 눈 속을 뚫고 그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다시 나타나는 가파른 오르막길, 대원들의 숨소리가 거칠다. 가파른 산길에서 수정과 향이가 상기된 얼굴로 고전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드디어 한 산봉에 올랐다. 회령봉에서 1.5km 내려온 지점이다. 그 산봉에는 살짝 논이 덮인 두 기(基)의 무덤이 있었다. 지도에 표기된 쌍묘(雙墓)였다. 이 1000고지가 넘는 이 높은 산에 조상을 모신 자손의 정성이 놀랍지만, 지금은 돌보지 않아 무덤은 퇴락하고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정표 옆에서 김의락 총무님이 포즈를 잡았다.
하산 길 <쌍묘>의 이정표 — 산에서 백발도인이 된 사나이
♣ [연지기 마을, 하산 완료] — 가파르게 쏟아지는 산길을 내려오다
☆… 이어지는 하산 길, 급하게 쏟아지는 내리막길이 계속되고, 고도를 낮추어 내려오면서 눈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수북히 쌓인 낙엽이 바쁜 발밑에서 부서진다. 인정사정 없는 가파른 급경사가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김화영 대장을 비롯한 선두는 한참 앞서 내려가 버렸고 후미에는 민창우 대장이 대원들을 수습하여 뒤따르고 있다. 바쁘게 내려오다가 평평한 산길을 가로막고 누워 있는 고목의 등걸에 앉아 휴식을 취하였다. … 그리고 다시 아래로 아래로 쏟아지는 급경사를 타고 내려왔다. 산의 무게가 실린 무거운 몸, 산의 무게와 몸의 무게가 모이는 발목이 시큰거린다. 마지막의 가파른 내리막길이 더욱 고되게 느껴졌다. 오후 3시, 하산 지점인 연지기의 한 집에 도착했다. 집은 비어 있고, 마당의 가장자리의 도랑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신발과 아이젠을 닦았다. 민창유 대장이 후미의 대원들을 수습하여 도착했다. 대원들 모두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
세월이여! 세월이여!
고사목에 핀 버섯꽃
♣ [정기총회] — 새로운 회장에 남정균 님, 총무에 민창우·박은배 님을 선출하다
☆… 오늘은 2015-송년산행이므로, 귀경 길 홍천군 내면의 한 식당에서 <송년회 겸 정기총회>를 열었다. 민창우 대장이 미리 예약한 식당이었다. 식탁에는 이미 두부전골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우선 차가운 산길을 내려온 몸을 덥히고, 따끈한 두부전골을 곁들여 술잔을 나누고 다함께 식사를 했다. 참나물, 곤드레나물 등 산나물 반찬이 맛이 있었다. 어느 정도 식사를 한 후, 예정된 <정기총회>를 가졌다. 오늘은 장병국 회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2016년 차기의 임원 선출을 하는 자리이다. 장병국 회장은 두 번의 연임까지 합하여 총 6년 간 우리 산악회을 이끌면서 물심양면으로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김의락 총무는 2002년 우리 산악회가 창립 될 때부터 지금까지 14년간을 어려운 총무의 일을 맡아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그때 40대의 검은 머리가 지금은 하얀 머리가 되어 있다. 참으로 많은 수고를 한 것이다. 두 분의 노고에 모든 회원들의 마음을 모아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감사를 드린다.
☆… 이이서 새로운 임원 선출을 진행했다. 호산아 고문이 주재하여 차기 회장과 임원진을 추대하고 회원들의 추인을 받았다. 새로운 회장에 남정균 부회장을, 총무 및 산행기획위원에 민창우 대장을 추대하여 선출하고 여자 총무에 박은배 부회장을 선출했다. 김화영 대장은 지금처럼 산행전문위원으로서 우리 산악회에 중심적인 향도의 역할을 해 주시기를 위촉했다. 그리고 나머지 임원은 김준섭, 김영이, 한영옥 부회장, 유형상·허향순 부대장, 오수정 감사 등 현재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반 새로운 회장이 취임을 기하여, 창립할 때 제정한 우리 산악회 회칙도 현실에 맞게 손질하여 다음 산행 때 회원들의 추인을 받도록 했다. 새로 선출된 남정균 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미력하나마 우리 산악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회원들의 아낌없는 협조와 사랑’을 당부했다.
♣ [에필로그] — 201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 2015년 올해도 산(山)은 변함없이 우리를 품어주었다. 2015, 을미년 새해의 1월에는 신년 산행으로 금남정맥의 ‘운장산(1,126m)’ 산행을 실시하였고, 2월은 설날 연휴 관계로 양평 근교의 ‘청계산’을 올랐다. 3월에는 우리 산악회 150차 산행을 기념하여 ‘문경새재’에서 시산제(始山祭)를 올렸다. 장병국 회장과 김의락 총무의 노고가 컸다. 그리고 4월에는 제천의 금수산의 줄기인 ‘작은 동산’을 찾아 봄맞이 산행을 했고, 신록과 찔레꽃 향기가 번지는 5월에는 섬진강과 지리산을 조망하는 구례의 ‘오산’을 타고 유서 깊은 ‘사성암’을 탐방했다. 서울에서 남도까지 아주 먼 거리였지만 그 풍치가 아름다워 장거리 여정의 보람이 있었다.
☆… 6월에는 강원도 정선의 동강을 굽어보는 절경의 ‘닭이봉’에서 땀을 흘렸고, 7월에는 제천 금수산 ‘망덕봉’을 오르며 뜨거운 땀을 흘렸으며 얼음골이 있는 ‘능강계곡’을 타고 내렸다. 장기간 가뭄으로 온 국토가 메마른 시기여서 그날도 목마른 고행을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뜨겁고 목이 타는 계절이었다. 8월에는 인제의 조경동 ‘아침가리골’을 찾아 시원한 물맛을 보기도 하고, 9월에는 인제의 ‘자작나무 숲길’을 걸으며 색다른 정취를 누리기도 했다. 그리고 시월에는 무박으로 ‘지리산’을 찾아 노고단의 일출을 보고 순결한 햇살을 맞이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청정한 ‘피아골’을 타고 내리며 불타는 단풍에 취하기도 했다. 11월은 금남정맥의 보석 진안 ‘장군봉’에서 기암의 연봉이 아름다운 산세에 취하고, 이번 12월 송년산행은 오늘 강원도 봉평의 ‘보래봉-회령봉’을 찾아 겨울 산의 멋을 만끽한 것이다. 무엇보다 민창우 산행대장과 김화영 대장의 기획과 노고에 힘입어 아름다운 산을 찾아 즐겁고 유쾌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 그렇게 우리가 오른 산(山)은 모두 우리의 인생(人生)이 되었다. 그 동안 우리가 받은 산의 정기(精氣)가 지금 우리의 혈액 속에 왕성하게 순환하고 있다. 자연의 시간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지만, 인간의 세월은, 우리의 목숨이 그러하듯 유시유종(有始有終)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우리 생애의 한 토막인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는 자신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중국 동진(東晋)의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은 그의『잡시(雜詩)』라는 책에서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歲月不待人)”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삶의 순간순간이 금쪽같은 시간이다.『주역(周易)』의 곤괘(坤卦)에 이르기를 “군자(君子)는 공경(恭敬)하는 마음으로 내면을 바르게 하고, 의(義)로움으로 바깥[행동]을 반듯하게 한다.(君子 敬以直內 義以方外)”고 했다. 우리 자신의 경의(敬義)가 바로 서면, 인정머리 없는 세상도 조금씩 나아지고 무도한 세상도 조금씩 바로 서게 될 것이다. 산(山)처럼 정직하고 고절하게 우리 생애의 자존(自尊)을 세우는 것이, 하늘에서 품부(稟賦) 받은 우리 목숨의 은혜에 값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 산우들의 건승을 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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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밤을 새워가며 새재 역사를 기술하여 주신 고문님 고맙습니다,
그 동안 늘 의지하며 기댈 수 있도록 새재의 든든한 좌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신 덕분에 지난 시간들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그 동안 우리 새재사랑산악회를 위하여
노고를 아끼지 않은 장병국 회장님과 김의락 총무님께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2016년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남정균 회장님과 민창우 총무님(기획위원) 그리고 박은배 총무님께
따뜻한 축하를 드리고 성원을 보냅니다!
삶은 늘 꿈이고 희망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우리들의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니
날마다, 일마다
새롭고 청신한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면
노 플라블럼,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새재사랑>의 벗들이여!!
우리들 '한마음 동행'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