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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내게
말씀하셨다,
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새에게 말했다.
참새가 되어야 한다고.
ㅡ 정호승, 참새
저는 왜 동물학 수업만 할 때면 늘 저 시가 생각이 날까요?
웃기기도 하지만 참 기막힌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
지난주와 주말 동안 부수적인 일로 바빠서
토요일 밤에 담양 도착,
바로 학교로 달려가서 칠판 칠하고
마르기를 기다려 칠판 그림을 그린다고 그렸는데...
급하게 하다 보니 마음에도 안 들고
다 완성하지도 못한 채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뭐 그래서 이번엔 배우는 것들마다 하나씩 그려볼까 합니다.
(미안하다, 얘들아.. 근데 그 일도 중요했어..)
아이들과 기능동물학을 배우며 첫 번째로 다룰 새는 독수리였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독수리는 철새이고 남부 지방에서는 그 역시 잘 보이지 않아서 좀 더 친근한 매와 올빼미를 다뤄볼까 했는데, 그래도 독수리가 갖고 있는 어떤 원형적인 것들이 있더라고요. 독수리를 배우고 나면 매와 올빼미에서 보이는 다른 모습들은 비교, 대조 외감의 배울 수 있어서요.
그래서 매와 올빼미는 두 번째 세 번째로 미루고,
우리나라 검독수리를 먼저 다루기로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수업 시작이 좋았습니다.
그런 날 있잖아요, 왠지 말이 잘 되는 날.
그래서 1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제가 독수리를 만난 경험들과 독수리의 삶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저도 재밌고 5 학년 아이들도 상급아이들도 재미있게 들었답니다.
아이들도 집에 가서 바로 독수리 얘기를 정신없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뭐 성공이죠. ^^ㅋ
근데 그 분위기를 여기에 쓰기가 굉장히 어렵네요. ^^;;
독수리의 독자는 한자로 대머리 禿자입니다. 한글과 한자의 합성어이지요. 우리말로는 대머리 수리쯤 될까요? 그러니까 대머리 독수리라고 부르는 일은 대머리 대머리 수리라고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독수리를 두 번 죽이는 일이죠. ㅋㅋㅋ
선생님들은 독수리를 본 경험이 있나요?
저는 젊을 때 강원도 미시령인가 한계령인가, 산길을 차를 타고 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본 기억이 있어요. 한밤중이었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경차 마티즈를 타고 힘겹게 넘고 있었어요. 밤이어서 앞이 잘 안 보여서 상향등을 키고 갔었죠. 근데 그때 저 앞에 커다란 검은 물체가 있는 거예요. 안 그래도 사람인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그 물체가 갑자기 팔을 쫙 벌리는 거에요 상향등을 켰음에도 불구하고 그 팔이 얼마나 큰지 앞이 껌껌해졌어요.
그래요. 맞아요. 사람이 아니라 바로 독수리였죠. 독수리가 날개를 핀 게 한쪽이 1 m, 대략 2 m가 넘는 큰 날개를 펴서인지 상향등을 켰음에도 불구하고 제 차 전체를 덮을 정도로 깜깜했어요. 길 한가운데 앉아 있던 독수리가 순간 날개를 펴서 퍼덕거리며 힘겹게 하늘로 날아오르고.., 그리고 급정거하던 제가 기억나네요. ㅎㅎㅎ
사실 독수리를 주변에서 보기는 쉽지 않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아니에요. 겨울에 월동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이지요. 그들이 사는 곳은 시베리아와 만주 벌판이에요. 하루에 5시간씩 보통 3주 정도를 날아서 우리나라로 찾아오지요. 11월달부터 4월달 정도에 저런 평야에 가면 논밭에서 먹이를 구하는 독수리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독수리들은 아주 높은 절벽에 둥지를 틉니다. 웬만한 강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주 강한 둥지를요. 그렇다고 해서 모양이 아주 아담하거나 꼼꼼하고, 깔끔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요. 애초부터 그런 둥지를 짓는 것은 독수리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얼음같이 차고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알과 새끼들을 보호할 수 있어요. 안락한 집은 아니지만 아주 강한 요새 같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 어렸을 때 보았던 독수리 요새라는 영화가 기억나는군요.)
어쨌든 절벽 가장자리에 튼튼한 나뭇가지들을 가지고 외부를 만들고 그 안에 잔가지들을 배치해요. 그리고 그 안에 알을 놓고 품지요.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엄미 독수리처럼 검은 갈색은 아니에요. 아직 애기이기 때문에 회백색 솜털이 뽀송뽀송하지요. 보통 몸집은 아기 오리 정도 된다고 해요. 독수리는 항상 두 세 개의 알을 낳죠.
그렇게 튼튼한 둥지에서 새끼가 태어나면 범인은 새끼를 정성껏 키워요. 마치 여러분의 부모님이 여러분들을 키웠듯 말이죠.
새끼 독수리들은 얼마나 먹성이 좋은지 부모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끊임없이 먹어요. 아직 새끼라서 날카롭한 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꺅 꺅 소리를 내면 어미는 먹이를 가져와서 부리와 발톱으로 먹이를 찢어서 입에 넣어 주지요.
하지만 늘 그렇게 응석받이로 키우지만은 않아요.
처음에는 먹이를 찢어서 입에 넣어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먹이를 그냥 둥지에 던져놓습니다. 새끼들이 스스로 먹이를 사냥해서 먹을 수 있도록 지켜보지요. 그렇다고 새끼를 방치하는 것은 아니에요. 충분한 사랑을 이미 주었고, 지금처럼 그렇게 하는 것도 일종의 사랑이죠. 새끼는 어미가 안전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먹이들을 조금씩 사냥해가면서 많이 먹고 빠르게 성장합니다. 먹성이 무척 좋죠.
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이면 어머니는 날개로 새끼를 따뜻하게 품어줍니다. 무조건 냉정하고 엄격하게 훈육하는 것은 아니죠.
어쨌든 그런 시간이 좀 지나면 새끼독수리들도 뽀송뽀송한 솜털이 빠지고 진짜 깃털이 나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깃털에 힘이 없어 날개가 휘어지고 찌그러지며 퍼덕거리는 수준이나 그럼에도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합니다.
먹는 족족 모든 에너지를 깃털로 집중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항상 헝그리합니다. 계속 먹이를 던져주지만 그걸론 택도 없죠. 그러다 보니 동생들과도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부모는 새들에게 나는 연습을 시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무작정 날기를 연습시키는 건 아니죠.
독수리들이 때가 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독수리들은 둥지 위에서 날개를 쫙 펴며 둥지 위로 떠오르기를 연습합니다. 날개를 퍼덕거리며 몇 번을 오르다가 쿵 하고 떨어지기도 하죠. 아직은 날개에 힘이 없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포기하거나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먹이를 먹은 부리로 깃을 고르기도 합니다. 날기 위해 가장 중요한 깃털을 바르게 배열하고 관리하는 거죠. 그렇게 독수리들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조금씩 둥지 위로 떠오릅니다.
시간이 지나면 바람을 타는 법을 연습합니다. 처음엔 1 m 그다음엔 3 m 그다음엔 5 m 점점 바람을 타고 몸을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하죠. 날개의 각도가 일종의 받음각을 결정하기 때문에( 고딩 때 항공정비를 배운 것이 또 이렇게 도움이 되네요. 하하하), 어느 정도 날개를 올리느냐에 따라서 몸이 더 활공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합니다.
누구나 그렇듯 떨어질 때면 아주 당황해서 더 큰 날갯짓을 하지요. 그러면 살짝 뜨게 됩니다 그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에요. 바로 떨어져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아마 새끼 독수리에 가슴은 쿵쾅쿵쾅 뛰지 않았을까요? ㅎㅎ
땅에서 그렇게 날개짓이 끝나면 발로 둥지 끝을 잡고 날개를 퍼덕거리는 연습을 합니다. 이젠 제자리에서 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저 멀리 나아가야 되니까요.
부모 독수리는 한참을 바라보고 지켜보다가, 그런 연습이 끝날 쯤 되면 더 이상 먹이를 둥지에 던져주지 않습니다. 이젠 됐다고 생각하는 걸 거예요.
그 대신 먹이를 들고 새끼 독수리 위로 갑니다. 독수리가 날아서 어미 발에 잡혀있는 먹이를 잡아먹기를 바라는 거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날개짓을 하며 날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날개를 펼치고 조금 더 날아오르지요.
큰 날개뿐만이 아니라 꼬리 날개를 쓰는 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꼬리 날개는 방향을 전환하는 데 쓰지요.
하지만 아직 새끼긴 새끼입니다. 얼마 날지 못하고 절벽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떨어지는 그 순간이 많은 법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독수리는 떨어지는 순간 날개를 피면서 아주 천천히 떨어지는 법을 배우죠.
군에 있을 때 낙하산을 좀 탄 적이 있는데 강하 순간의 낙하산이 펴지면 몸이 뒤로 확 잡아당기는 듯 하며 속도가 줄어요. 아마 독수리가 절벽에서 날기 시작하면서 떨어질 때도 날개를 필 때 그런 기분일 거에요. 날개를 편 덕분에 다행히 땅으로 곤두박질 치진 않죠. 근처의 나무에 혹은 절벽에 조심스럽게 안착하게 됩니다.. 군에서 낙하산 타던 거와 비슷하게 낙하산을 쭉 땡겨서 좀 더 웅크리게 만들었다가 순간에 낙하산 조종줄 확 놓으면은 낙하산이 팍 펴지는데 독수리도 그런 식으로 나무 위나 절벽 귀퉁이에 안착합니다.
그러나 계속 거기에 있을 수는 없죠. 나무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절벽으로, 절벽에서 절벽이 둥지까지 다시 올라가야 하니까요. 그렇게 독수리는 나는 법을 연습합니다.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그 속에서 새롭게 나는 법을 익혀가기 시작합니다.
모든 독수리는 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지만
실제로 날기 위해서는 나는 법을 연습하고 익혀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고 익히게 되면 늘 재밌고 즐겁지만,
그 배우는 과정까지 늘 재밌고 즐거울 순 없겠죠.
어렵거나 힘든 순간들이 꼭 있잖아요.
하지만 제대로 나는 법을 배운 독수리가 자유롭게 날 수 있듯이 열심히 배우고 익혀야 그것을 즐겁게 잘할 수 있는 법이죠. 거기에 도달하는 데까지는 어려움을 이겨내야 되고요. 지레 겁을 먹거나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없어요. 아마 그래서 1학년 입학식 때 이빨이 부러질 정도의 단단한 호밀빵을 먹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독수리가 그렇게 날기를 배우면 그 다음엔 독수리에게 가장 중요한 비행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음.. 공군 파일럿이라면 광주에서 받는 고등비행 훈련 정도가 되겠네요.ㅎㅎ
그 고등비행훈련은 '비상'과 '급강하'입니다.
독수리가 절벽 둥지를 떠나 날개를 쫙 펴고 바람을 이용하여 활공, 그러니까 제자리에서 떠있는 방법을 배웁니다. 절벽 꼭대기에서 적절히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하여 날개를 조금 들면 적당한 받음각이 생깁니다. 그 받음각을 받고 몸이 위로 뜨게 되죠. 매번 날개를 퍼덕거릴 필요가 없는 거입니다. 그리고 꼬리날개를 방향을 살짝 전환하면은 독수리는 나선형을 그리며 뱅글뱅글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심지어 수 km 위까지 올라간다고 해요. 한번 편 날개를 한번 더 퍼덕거리지 않고 절벽의 상승기류를 이용하여 하늘 위로 올라가는 거지요.
그렇게 아주 높은 곳에까지 올라간 후, 그 좋은 시력으로 땅의 일들을 살펴봅니다. 독수리 눈에는 순막이라는 투명 눈꺼풀이 있어요. 독수리는 눈꺼풀이 세 개나 있지요. 그중 특히 순막은 투명하게 되어 있어서 눈을 감거나 깜박이지도 않고 매섭게 뜬 채 땅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 잘 볼 수 있어요. 독수리의 시력은 사람들 중에서 눈이 좋다는 몽골 사람들보다도 훨씬 좋아요. 그러다 먹이가 발견되면 순간에 낚아채야 하기 때문에 급강하라는 기술을 익혀요. 물고기처럼 몸을 동그랗게 모으고 땅으로 순간 내리 꽂는 기술이지요.
스카이다이빙을 해본 분이 많진 않겠지만, 다이빙의 델타라는 기술이 있어요. 온몸을 일자로 모으고 땅으로 곤두박질를 치는 거죠. 엄청난 기술이죠.
그리곤 땅에 다가서면 두 날개를 쫙 폅니다. 마치 인간이 낙하산을 개방하듯이. 그러면 순간 속도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이를 낚아챕니다. 특수부대원들이 은밀히 침투하듯, 거의 소리도 나지 않아요.
비상과 급강하라는 고등 비행 기술을 배우면 혼자서 사냥할 수 있는 준비가 끝난 겁니다. 보통 6개월 정도 되면 그런 순간이 옵니다. 그때는 날개의 길이도 얼마나 커졌는지 제가 본 독수리처럼 한 2 m 정도가 된다고 해요. 그렇게 자랑스럽게 비행 훈련을 마치면 둥지로 돌아가게 됩니다.
고된 비행 훈련을 마치고 보무도 당당하게 둥지에 돌아가면 부모님이 환영해 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독수리는 스스로 날고 사냥할 수 있는 새끼 독수리를 집에서 내쫒습니다.
이젠 혼자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기를 바라는 거죠.
이제 새끼티를 막 벗은 독수리는 처음엔 오랫동안 지내왔던 둥지를 떠나고 싶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떠나기를 바라는 부모의 재촉 속에서 오랫동안 익숙했던 둥지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갑니다. 다른 독수리의 영역이 겹치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둥지를 틀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나갑니다.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집에서 정리해 온
독수리 내용들.
올해부터는 5학년이니
제가 칠판에 써주기보다는 아이들이 듣고 기억한 것을 적어봐서 각자 다르게 노트 내용을 정리합니다.
뭐 아직 맞춤법은 좀 틀리긴 하지만,
(하긴 저도 급하면...)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는 것이 점점 좋아지네요.
소이와 온아가 어떤 부분을 인상깊게 기억하고
어떻게 다르게 적어가는지를 살피는 일이
제게는 재밌고 중요한 일이네요.
독수리를 끝내고 매와 올빼미,
그리고 이미 가슴형 동물인 사자와 호랑이 고릴라까지 끝냈는데...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새로운 둥지의 나뭇가지를 모으는 일에 싸돌아다닌다고 일이 밀렸네요.
언제 이걸 다 올리나요? ㅠㅠ
근데 실은 내용이 너무너무 재밌어서
부모님들에게도 또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 문제는 늘 저만 재미있을 수도...)
하나하나 시간 나는 대로 천천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멋진 독수리 울음소리 하나 듣고 갈게요.
https://youtube.com/shorts/Kc3jZTthhSQ?si=1G8PoA12Da9EwMy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