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도 280랠리가 강진에서 열리면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6번째 랠리참가를 합니다.
24시간내에 완주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우선 6월 초 시간을 내어서 코스답사를 하고 정보를 수집합니다.
임도와 도로는 무난하고 싱글이 좀 험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타임스케줄을 만들어봅니다.
더불어서 물과 에너지원을 공급할 시간과 장소,
지원팀을 구성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특성을 가진 동호회에서 선두지원을 고집할 수는 없답니다.
주작산싱글 너머까지만 마지막 지원을 염두에 두고 식당과 편의점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금요일 오후 늦게 강진에 도착합니다.
배번을 수령하고 정리하니 저녁 10시가 넘어 잠시 눈을 붙입니다.
새벽 2시 기상하여 서둘러 준비하고 차량을 의료원 주차장에 두고 운동장으로 향합니다.
목표는 해지기 전에 의료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주차된 차량에서 보급품을 챙길 생각입니다.
새벽에 운동장은 수많은 참가자들로 넘쳐남니다.
기념 사진도 찍고 서로의 안부도 묻고..
이제 출발입니다.
캄캄한 어둠속에 들소 무리들처럼 질주를 시작합니다.
첫 번째 임도 정상 미인치 부터는 드문드문 달리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여명속에 가우도를 건너고 주작산휴양림 위쪽에 도착합니다.
간단하게 지원조로부터 바나나와 물을 챙겨 먹고 다시 북일면 쪽으로 달립니다.
작년에 같이 달렸던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안부도 전합니다.
드디어 주작산싱글 시작점에 도착합니다.
떡을 2개 정도 먹고 물백에 물을 체우고 등정을 시작합니다.
올라가는 길은 거칠고 험난하지만 경치는 정말 예쁘고 환상적입니다.
가쁜 숨결과 함께 보는 이른 아침의 주작산.. 정말 좋았습니다.
답사 때는 힘들었고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아직은 힘이 남아도는지 거침없이 나아갑니다.
바위돌길을 지나고 첨봉을 향해 나아가는데..
풀들이 자꾸 드레일러에 끼어서 지체됩니다.
3명이 같이 가는데.. 나머지 두 분이 저보다 빠릅니다.
알게 모르게 경쟁이 되면서 체력이 소진되어 갑니다.
랠리에서 가장 편안한 상태는 나의 몸에 맞는 속도로 가는 것이더라구요.
근데 같이 가면 자꾸 따라 갈려하여 오버패이스가 되어 문제가 되더라구요..
슬며시 속도를 줄여 내 속도로 혼자 달립니다.
싱글에서 의외로 속도를 냈는지 2시간이 안 걸리고 통과해서..
모든 예상시간이 앞당겨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서기산 임도를 타러갑니다.
한참가는데.. 개한마리가 유난스럽게 짓으며 따라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우측 뒤에 개한마리가 밭에 있는 그물에 걸린 듯이 보였던게 기억납니다.
아마도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던 것으로 판단되더라구요
근데.. 이미 상당히 지나친 뒤여서 되돌아가기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답니다.
달리는 내내 그 개가 걱정되더군요.
나중에 아마도 다른 분이 구해 주신 것 같습니다.
랠리 후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봤더니 빠져 나갔더라구요..
서기산임도는 참 멋진 길이랍니다.
꾸불꾸불하면서 남도에 있는 산 같지 않게 길고도 울창합니다.
오르막 중간쯤에서 같이 가다 먼저 보냈던 분을 만남니다.
모든 면이 저보다 뛰어났는데.. 오르막에서 상체를 많이 움직입니다.
체력 소모가 많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얼마 못가서 제가 앞서서 가고 뒤로 사라집니다.
서기산 임도 지나서 지원조한테 전화를 걸어봅니다.
혹시 지원가능한지? 아니면 성전면에서 마트로 직행해야 합니다.
마을 입구에 대기 중이랍니다.
물과 바나나를 챙기고 랠리를 계속합니다.
자그마한 임도를 가진 산을 2개넘고 아스팔트 도로로 계속 달립니다.
햇살이 너무나 따가워 나무그늘 쪽으로 붙어서 갑니다.
앞을 봐도 선수가 없고 뒤를 봐도 선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혼자만의 랠리 시작입니다.
벌써 영암읍교차로... 이제 활성산을 오를 차례입니다.
시간은 정오 가까워지고 있고.. 이거 너무 빠른거 아냐?하는 생각이 듭니다.
활성산을 오르는데 뜨거운 날씨 때문인지 어지럽고 두통이 오기 시작합니다.
이거 일사병 전조증세인데.. 생각하며 오릅니다.
3거리부근에서 280랠리진행본부장님인 김현님이 레드불 협찬과 함께 계시더라구요..
제가 일등이라고 합니다.
앞에 가시던 분은 쉬러 가셨나봅니다.
프랭카드에 24시간완주하겠다고 큼지막하게 사인을 하고 다시 달립니다.
풍력발전기를 보면 바로 앞인데.. 계속 올라갑니다.
달이 바로 앞에 있는 듯해도 엄청 멀 듯이 풍력발전기도 엄청 큰가? 라는 생각하며 갑니다.
뒤에서 선수한명이 바짝 붙었습니다.
슬며시 비켜주며 “ 와~ 대단히 잘타시네요~” 하니
“힘들어요~” 하며 추월해간다.. 말투가 동남아 사람인 듯합니다.
역시 뜨거운 지방에서 와서 잘달리는구나..
눈이라도 왔음 내가 훨씬 빠를텐데.. 생각해봅니다.
눈앞에 펼쳐진 바람개비들의 향연... 활성산정상의 멋진 경치입니다.
활성산 다운에서 제가 다시 앞서서 내려옵니다.
국보두부집 식당에 도착해서 미리시켜 놓은 백반을 먹습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염분섭취를 위해 일부러 짠 밑반찬까지 싹싹 쓸어서 먹고 출발합니다.
유치면 임도를 달리는데 너무 많이 먹어서 인지 배가 거북합니다.
천천히 풍광을 즐기며 갑니다.
예전에 유치면이 수몰되기 전에 이곳 공중보건의 보건지소장으로 근무했었답니다.
더수기(어깨)가 아프다고 왔는데.. 거시기(?)가 아픈 걸로 착각했던 것..
약 처방을 하는데 몸무게 물어보니 200kg 정도라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송아지 감기약 지어간 거 하며..
혼자달리다보니 예전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웃음 짓습니다.
참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었는데..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살아서 그랬나봅니다.
탐진임도는 길고 아름다워 초보MTB타기 딱 좋은 코스인 듯합니다.
너무 멋진 경치에 사진도 한 장 찍어봅니다.
이제 수인산을 들어갈 차례입니다.
가장 뜨거운 시기인지라 물이 바닥났습니다.
지원조에 연락해보니 엉뚱한 곳에 있습니다.
포인트를 착각했나봅니다.
물을 얻기 위해 뒤돌아가다가 다시 진행하는데..
서산팀의 수야풍륜 지원버스가 와 있습니다.
언른 물과 포카리를 보충하고 안부를 묻습니다.
수인산을 올라가는데.. 체력이 거의 탈진에 이른 듯 호흡이 가프고 안돌아옵니다.
가다쉬고 가다쉬고.. 그런데.. 기다려도 아무도 안옵니다.
수인산성을 지나고 대나무길을 지나고..
오르락 내리락..
처음에는 끝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포기입니다. 무념 무상..
멋진 풍광이나 즐기면서 터벅터벅 걸어다닙니다.
이번280랠리는 완주자가 무척 적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벽에서 경치를 즐기며 소리도 한번 질러봅니다.
그 뾰쪽쬬쪽한 능선을 거의 다 도는 코스인가 봅니다.
이제 내리막 탈만한 구간들이 가끔 나오기 시작하고..
라이딩에 목 말랐던 만큼 거의 모든 코스를 타고 내려오는 나를 봅니다.
이거 뭐 완전히 스키장 최상급자 코스 경사입니다
스스로 감탄하며 바퀴를 거의 스키 다루듯이 타고 내려오는데.. 참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초반 지루하고 힘든 코스 때문에 다시 오기는 힘든 코스인 듯합니다.
마지막을 즐기듯이 신나게 타고 내려옵니다.
코스설계하신 분께 이런 멋진코스를 안내해주셔서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병영면에서 물과 아이스크림만 챙기고 달립니다.
뒤 주자와 간격이 벌어지면서 지원하기 힘들어지기 시작 했다 합니다.
서기산싱글까지 통과하고 여유가 있으면 보자고 하고 길을 나섭니다.
미리와 있던 다른팀 지원조가 저더러 4등이라고 합니다.
앞에 3명 지나갔다고..
그런가보다 하며 진행해서 일봉산으로 향합니다.
일봉산 싱글은 지도를 보며 강진 바로 뒷산이라 아주 쉽게 봤답니다.
서산에도 옥녀봉이라는 뒷산이 있는데..
자전거 타기 아주 재미있는 코스랍니다.
그것을 연상한 듯합니다.
그런데.. 이건 뭐 봉우리가 여러개인가 봅니다.
끝났다고 생각하면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오르락 내리락.. 체력은 소진되어가고..
초반에 벌어놨던 시간들을 차곡차곡 까먹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의료원 8시이전 도착”이라는 목표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오르락 내리락 봉우리숫자에 질려 세기를 포기할 무렵 멋진 싱글길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늦은 오후의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들 사이로 펼쳐지는 환상의 멋진 싱글길..
진입구간이 좀 쉬운 곳이 있다면 다시 와 보고 싶은 길입니다.
길을 가는데.. 산속에서 다시 280랠리진행하시는 김현님이 다시 보입니다.
아마도 길을 알리는 조명을 켜기 위함인 듯합니다.
코스의 험난함 때문인지 얼굴에 약간의 근심스러움이 스쳐 보입니다.
저보고 선두라고 합니다만.. 이젠 나두 등수나 완주시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멋지고 재미있는 싱글길을 타고 의료원에 해지기 전에 도착합니다.
화장실가서 세수도 하고 미리 세워둔 차에서 라이트를 꺼내 장착하고 옷도 갈아입습니다.
준비해 놓은 미숫가루를 먹는데 맛이 좀 이상합니다.
20년전쯤 강진의료원응급실에서 당직의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이곳은 심각한 환자들이 아주 많이 오는 곳이었답니다.
남쪽의 완도나 마량, 해남 등지에서 대도시인 광주로 중환자가 이송되는 통로라서
이삼일에 한 두 번씩 심폐소생술을 해야 했던 끔찍한 근무처였던 곳으로 기억됩니다.
이제 야간라이딩을 시작합니다.
도로따라 서기산임도로 가는 도중 완전 밤이 됩니다.
체력이 고갈되어 속도도 느리고 지겹습니다. 엉덩이가 까진 듯 쓰리고..
그 잘난 체.. 잘만 치던 댄싱도 이제는 못하겠습니다.
선두라는 말만 안 들었어도 포기하는 건데..하는 생각을 합니다.
시간이 빨리 빨리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서기산 정상에서 싱글길을 달립니다.
타다끌다.. 타다끌다..
근데 이상한거는 답사때 보다 3배는 길어진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답사할 때는 재미있었는데..
밤이라 물도 적게 가지고 나섰는데.. 벌써 물은 다 떨어졌습니다.
아까먹은 미식가루가 이상했는지 자꾸 신물이 넘어옵니다.
수많은 날 벌레들이 달라붙어 괴롭히고.. 가는 곳곳마다 거미줄이 얼굴을 휘감습니다..
싱글길 맨 마지막.. "위험하니 내리세요"
제 답사기에대한 배려인 듯해서 감사했습니다.
청자주유소옆 한식부페에서 지원조로 수고하시는 김박사님랑 같이 밥을 먹습니다.
물도 챙깁니다. 하지만 이제는 목표의식도 없고 등수니 뭐니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몇시까지 마지막 지원예정 포인트인 남도2막학교로 올꺼냐는 이야기에..
지금상태로는 알수 없으니 가서 주무시라고 합니다. 혼자 알아서 가겠다고 하고..
만덕산싱글을 끌고 가는데.. 자전거 한 대가 바닥에 있고 조금 가니
싱글길을 씩씩거리며 걸어내려오는 하프선수가 있었습니다
리본위치가 잘못되어서 이 시간까지 헤메고 다녔다고..
굉장한 코스완주에 대한 열정이나 집착? 아닐까 생각하며..
나두 저런 모습 아닐까 하며 갑니다.
자전거도로를 시원하게 달립니다.
가우도 다리 하나를 멋진 밤바다의 풍경을 감상하며 신나게 넘고
가우도에서 새벽에 왔던 데크 밑에 길로 속도 내면서 들어서는 순간 ..
아침에는 길이었는데.. 지금은 밀물로 바다가 되어 있었나봅니다.
바다로 가는 나를 발견합니다.
무릅까지 바다로 들어가다 급히 브레이크를 잡고 내리지만,
온몸은 이미 바닷물에 풍덩 젖어버렸습니다.
이후로 브레이크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계속됩니다.
대구면 뒤 임도를 가는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별짓을 해도 눈꺼풀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눈을 떠도 앞이 안보입니다.
임도 중앙에 그대로 누워서 눈을 감고 몇 분을 잡니다.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일어나서 갑니다.
판단력이 희미해지고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판단도 잘 안됩니다.
체크포인트가 있는데 그냥 지나칠 뻔합니다.
자꾸 GPS로 확인하며 가도 확신이 안섭니다.
느릿 느릿 대덕읍에 도착해서 편의점에서 김밥과 음료수...
그리고 핫식스를 마시고 출발합니다.
에너지 음료를 마셔서 인지 졸음은 조금 가셨습니다.
천관산임도 후반부가 엄청나게 지겹게 느껴집니다.
다왔다고 생각되는데.. 코스는 자꾸 산 위쪽을 가르킵니다.
천관산을 벗어날 때쯤 여명이 밝아옵니다. 이미 새벽 5시가 넘었습니다.
남도2막학교에서 차안에서 자고 있는 김박사님을 깨워서 들어가서 자라고 하고 물 한모금 먹고
진행을 계속합니다.
이제 마지막 임도입니다.
눈앞에 착시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졸음과 피곤함이 몰려오지만 힘차게 패달을 돌립니다.
마지막 인데 달려보지 뭐~ 하면서...
미인치 정상부근에서 김박사님한테 전화가 옵니다
운동장인데.. 아직 들어온 선수가 없다고.. 슈렉~님이 일등같다고..
설마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혹시하는 마음으로
내리막을 신나게 달려서 내려옵니다.
그리고 도로를 뒤에서 삑삑대며 호위해주는 차랑과 같이 달립니다.
진짜 1등인가? 하면서 신나게 달려서 골인 합니다.
기록은 26시간 40분..
18회 강진 280랠리 첫 번째 완주자 였답니다.
비록 목표로 했던 24시간 완주는 벗어났지만..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행복한 일이 나한테도 일어난 거랍니다.
가장 험난했고 아름다운 강진280랠리 코스..
그 코스의 첫 번째 완주자는 슈렉~ 이었다는 멋진 추억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코스설계하시고 안내해주신 강진MTB클럽에 감사합니다.
첫댓글 전라도 말로 겁나게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주 대단하십니다. 또한 강진280랠리 1위 완주 다시한번 축하 드립니다.
생동감 있는 완주후기 감사합니다. 빨리 몸 회복하시고 시간되시면 강진내려오셔서 다시 타보고 싶은 코스 함께 달려봅시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에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습니다..ㅎㅎ
이번280랠리를 통해 강진 매운 맛을 톡톡히 보고왔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바람의딸 바딸님도 멋져요
완주 축하드리고 몸 빨리 회복하셔서 서산과 강진의 합동라이딩 한번 추진하자구요
여성 3명의 완주자중 1인 정말 멋져요
수고하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님의 열정과 투지에 찬사를 보냅니다.
멋진 우리 회장~슈렉님!
짱 멋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