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해리스. [그리스도의 종인가 노예인가?]. 이여진 옮김. 서울: 이레서원, 2023(1999). 300쪽. 18,500원.
이 책은 1세기 로마 제국의 노예제에 비추어 신약성경에 언급된 “종” 또는 “노예”에 대한 언급을 이해하기 위한 바른 지침을 제시하는 종합 연구서입니다. 이 책은 일찍이 NSBT(성경신학 연구서)로 출판된 Slave of Christ[그리스도의 노예]의 번역서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의 명예교수로 있는 머리 해리스로서, 이 연구서를 통해 성경에 사용된 “종”(그리스어로 둘로스)의 정확한 번역과 그 단어가 뜻하는 사회적, 종교적 의미를 제시합니다.
머리 해리스 교수는 이 책에서 1세기 로마 제국에서 “종”이라는 용어가 하인이나 종을 의미하지 않고 노예제에서의 “노예”를 뜻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신약성경에 사용된 “하인”이나 “종”(영어로 servant)이라고 번역된 모든 단어들을 “노예”(영어로 slave)로 바꿔 번역하고 그 정서로 이 용어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의 부제에 제시되어 있듯이, 그리스어 둘로스를 "노예"로 번역한다는 것은 노예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분에게 전적으로 순종해야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저자는 노예제도가 시행되던 상황에서 노예의 사회적 지위, 특권, 의무 등을 소상하게 밝히면서 노예와 그를 소유하는 주인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책은 총 아홉 개의 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장에서는 1세기 로마 제국의 노예제를 다루고, 3~7장은 노예와 자유, 노예 됨과 주 되심, 노예 됨과 소유권, 노예 됨과 특권을 비롯한 노예와 관련한 다각적인 주제를 제시해요. 이에 대해 신약성경은 노예제를 반대하지도 찬성하지도 않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 상황에서 그리스도와 신자의 관계를 “주(인)님”과 “종(노예)” 관계로 제시한다고 설명합니다(3장). 당대 상황을 제시하는 마지막 장인 8장에서 저자는 신약에서 “그리스도의 노예(한글개역성경에서는 ‘종’으로 번역됨)”의 의의가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저자는 노예제하에서 노예는 분명히 권리도 없고 자유도 없는 주인의 소유물에 불과했지만, 저자에 따르면 노예의 신분은 그를 소유하는 주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노예가 명예롭고 자비로운 주인에 속한 사람이라면, 심지어 노예라도 명예로운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신약성경에서 “노예”라는 용어가 높으신 우리 주인님(만주의 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해서 사용될 때 그분의 노예로 있는 우리의 지위와 명예 역시 달라진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죄의 노예에서 의의 노예로, 사탄의 노예에서 만왕의 왕의 노예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 책은 현대 독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와 신자의 관계를 “주님과 종(노예)”로 제시하는 신약의 표현을 조금 더 당대의 정서에 비추어 이해하게 해주는 성경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라고 부를 때 우리의 마음 자세가 어떠해야 할지를 더욱 실감 있게 느낄 수 있게 해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