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 힘들었던 시간의 휴유증은 발진으로 왔다
열도 다시 오르락내리락 분위기도 다운이다
담당의에게 물어보니 면역력이라고 한다
고단백의 영양제를 투여했다
눈이 조금 떠지는 듯 했으나 진땀이 흐르고
발진이 많아졌다
원래도 가려움증으로 불편했는데
말도 못하고 긁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것이라면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닐텐데‥
서울에서 내가 습진으로 쓰는 수입연고를 구입해
골고루 발라주었디
구찌뽕 기름도 병행하였다
두어 달이 지났고, 진전이 없이 발진은 더욱 늘었다
내려가 보면 괴로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담당의는 앵무새같이 면역력이라고만 하고 있었다
일주일 내내 꿈을 꾸고 있었다
무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었다
확실하게 손에 잡히는 사건이나 풍경도 없이 그저
몸부림을 치다 눈을 뜨곤 했다
일어나면 한 밤중이거나 새벽이었다
그러면 후다닥 일어나 시동을 걸고 주안으로 달렸다
병원을 들어서면 아침 일찍 일제히 기저귀가는
시간과 맞물리고는 했다
가서 들여다보면 특이 사항은 없었고
괴로워하는 표정의 얼굴만이 둥글게 떠있었다
발진은 어떠한 약에도 자꾸만 퍼져가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밤마다 이어지는 꿈 때문에도 기운이 빠졌다
슈퍼바이러스도 약초물과 홍삼물로 이겨냈는데
이만큼의 약을 썼는데도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사설 119를 불렀다
길 병원 응급실로 갔다
담당의가 와서 흘깃 들여다보더니 바로
격리실로 이송시켰다
간호사도 보호자도 당장 비닐장갑을 끼라고 했다
조직검사가 나와야 알겠지만 설령 조직검사가 아니라고
해도 저는 "옴" 처방을 할 겁니다! 단호하게 말했다
"옴"이라니?! 이것이 옴이었다는 말인가!?
극악스럽게 가렵워 긁다가 살 껍질이 다 벗겨진다는
한 밤중이면 사타구니를 비롯 지옥처럼 가렵다는
그 옴.. 그제서야 꿈의 정체를 알았다
밤이면 가려움의 지옥에서 시달리고 있었으니
나의 꿈이 온전할리가 없었다
예감과 직감과 예지몽을 주셨다면 해몽의 능력도
함께 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학병원으로 오니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마음인지
표정이 평온해졌다
"선일아 작은 누나한테 길 병원왔다고
사진 한 장 보내주자"라고 하며 폰을 들이대자
그 상황에서도 빙그시 웃음이 스며나왔다
가족의 명칭에는 커다란 힘이 있는 것이다
바르는 옴 전용 연고를 받아와서 간병 여사님과
함께 동생의 온몸에 도포했다
이제 끝났다
가려움의 석달, 진작에 대학병원으로 갔으면
고생을 안했을텐데 미안하구나
주안병원에서도 비상이 걸렸고 서울도 비상이었다
보라메 병원가서 발진은 없으나 잠복기간이 있을지도
모르니 연고를 받아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달을 도포했다
주위의 접촉자에게도 연고를 주고 온몸에
도포하라고 전했다
그리고 혹시 모를 가려움을 대비한 약도 처방되었다
병원보다 서울에서가 더 비상이었다
다행스럽게 외부로는 균이 나오지 않았다
2018년 8월이었다.
진료를 기다리다 "작은 누나에게 보고 해야지
병원 왔다고 사진 한 장 찍어 보내자" 하며
카메라를 들이밀자 가려움 속에서도
금방 웃음이 퍼진다
가족이 지닌 명칭은 애수의 마음을 일궈내는 권력이다
첫댓글 그런일이
잘 모르는 증상에는 무조건 병원으로
행 불행도 희노애락도 아픔도 모두를 초월하여
무 의 상태에 놓이는 것
그것이 부처의 깨달음이라고‥
나가보니 오늘 바람이 기가막히게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