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일에 친구들과 함께 남산에 있는 한양도성 길을 다녀 왔다.
1월 중순 이후에 날씨가 많이 춥기 때문에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답답하든 차에,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함께 다닌 시간들이 참 좋았다.
전에도 종종 어울려 산행을 하던 고등학교 동기 동창 친구들로 평소에도 가까이 지냈기에
우리는 스스름 없이 만나서 귀한 시간을 함께 하였다. 특히, 이번 산행 코스는 내가 제안을
하였고, 사전 답사와 함께 자세한 일정도 계획하여 진행하였기에 나로서는 각별하게 다가 온
행사였다.
오전 10시에 서울역 4번 출구로 나와 남대문 앞에서 만났다. 모두 모이게 되어 출발하기에
앞서, 나는 친구들에게 제안하여 하나님께 출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이렇게 귀한 친구들이 모여서 한양도성 남산길을 탐방합니다. 모두가
안전하고 즐겁게 다녀 오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물론, 4명 중에 크리스챤은 나밖에 없어서 다른 친구들에게는 기도가 좀 어색하였겠지만 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 주었다. 남대문을 출발하여 남산공원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도성
(都城)이 있는 안쪽 길을 걸어 올라갔다. 좀 더 올라가면 안중근 의사 기념 석물(石物)들이 서
있다. 크고 작은 돌들의 표면에는 안의사 님의 한시나 어록(語錄)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 중에
몇개를 골라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도성 길의 안내 역할을 톡톡이
감당한다.
좀 더 올라가니 성을 쌓는 데 사용된 자료들을 모아서 정리한 한양도성 사적지 현장에 도착해
산성(山城) 축성(築城)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이어서 남산 잠두봉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바라
보는 서울 주변의 산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좀 쉬면서 사진 촬영도 하였다. 좀 가파른
계단 길을 계속 올라가다 보니, 마침내 남산 타워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는 봉화대를 찾아서
옛날 통신수단의 하나였던 봉화대(烽火臺)의 기능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타워 근처 밴치에 둘러앉아 준비해 간 간식을 함께 나누며 휴식을 겸해서 담소 시간을 가졌다.
점점 나이들어 이제는 모두가 70대 중반에 들어 선 친구들이라 무리하지 않고 여유롭게 탐방을
즐겨 보기로 하면서 진행을 하였다. 휴식을 마친 우리 일행은 하산 길로 접어 들었다. 이미 사전
답사를 충실히 해 두었기에 나는 자신있게 길을 안내하며 한양도성의 이모저모를 내가 아는대로
설명을 하였다. 그 동안 남산을 여러 차례 다녔지만 이 길은 처음이라는 친구들 말을 들으면서
두벅뚜벅 하산 길을 걸었다.
내려오는 길은 성벽을 왼쪽에 두고 성벽 바깥 쪽으로 내려 오는 코스였다. 그러다 보니 성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이동할 수 있었다. 조선 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 임금 시절에 무려
20만명의 인력을 동원해, 처음 축조하였다는 이 성은 그후로 여러번 보강 공사를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대적인 차이에서 오는 축성 기술과 자재(資材)들의 변천사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특히, 각자성석 (刻字城石)이라고 하여 축성 감독을 한 사람들의 이름이 군데 군데 새겨져 있어서
그야말로 공사실명제 (工事實名制)가 옛날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들 흥미로워 하였다.
하산을 마치고 나서 좀 늦은 점심 식사를 하였다. 동대입구 전철역 근처에서 오랫동안 족발집을
운영했다는 맛집에서 우리 넷은 오찬을 함께 하며, 산행의 노독(路毒)을 풀면서 다음 탐방 코스와
탐방 일자를 정하고 헤어졌다. 그동안 집에 칩거한 답답함을 털어버리고 좋은 친구들과 우정을
다진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