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양에서 7월 26일 주일 오전 연주 후에, 점심식사를 하고 출발한 우리 일행은 버스로 4시간을 달려서,
단동에 도착하였다. 압록강변에 위차한 작은 도시 단동(丹東)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익히 들어 온 지명
(地名)이었다. 북한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 땅에 들어서는 첫 관문이 바로 이 단동 아닌가.
저녁 무렵에 도착한 우리는 강가로 이동하여 압록강을 구경하였다. 역사의 애환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은 이곳에서 하류를 이루며 서해바다로 흘러 간다.
강 건너 저편으로 북한 땅이 보인다.
북한 주민들과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압록강 철교로 향했다.
새로 건설한 다리였다. 옛날에 세운 다리는 한국전쟁시에 폭격을 받아 파손된 채로, 볼성 사납게 서 있다.
그야말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보게 되었다. 나는 착잡한 상념에 젖어 다리에서 내려 온 일행들과 함께
배를 타고, 강 주변을 유람하였다. 말은 유람선이지만 분단의 현장에서, 그것도 초라한 행색의 북한사람들
을 바라보면서 유람의 기분이 날리 만무하다. 그저 배가 가는 대로 몸을 맡기며, 북한쪽을 살펴 보는 데
몰두하였다. 배가 나아가는 한 쪽 곁에 가까이 보이는 섬이 바로 위화도(威化島) 라고 한다.
고려 왕조의 요동정벌군의 우군도통사였던 이성계가 이곳까지 와서 4대 불가론을 외치며, 군사를 회군한
바로 그 섬이라고 한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일대 사건의 현장이 아닌가. 그 위화도를 또한 찬찬히 살펴
보지만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역시 이곳에서도 북한 쪽은 이곳 중국보다 훨씬 빈약하고 초라한 모습
들이다. 간간이 오가는 사람들의 행색도 초라해 보여 마음이 안쓰럽다. 언제나 남과 북이 한데 어울려 거룩
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마음것 찬양해 볼 것인가....!!
내 생전에 그런 날이 오기는 올 것인가...만감이 교차하며, 우울하고 답답한 심정에 젖게 된다.
조용히 남북의 평화통일을 기원해 본다.
강에서 올라 온 우리는 근처에 있는 칠도교회로 향한다.
이 교회에서 영락교회를 개척하신 한경직 목사님께서 젊은 날에, 시무하신 바 있는 교회라고 알려 준다.
우리는 이 교회에서 저녁 연주를 하였다. 심양에서의 연주가 약식 연주였다면, 이곳에서는 준비한 전곡을
모두 연주하여 그 감동은 배가(倍加)되었다.
갈라진 조국의 맞은 편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서 있다는 그 자체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칠도교회' 성도들과 찬양을 통해 은혜와 감동의 시간을 보낸 우리는 교회에서 대접하는 수박을 나누면서
삼삼오오 담소의 시간을 가졌다.
깊어가는 여름밤의 찬양연주를 마친 우리는 다시 숙소를 찾아 고단한 몸을 뉘였다. 오늘 하루동안 분주히
움직이며, 할 일을 마친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안식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내일 일정들이 역시
만만치가 않다. 아니 가장 힘든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 주의 도우심을 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