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석증
담석증은 담낭이나 담도에 결석이 형성되는 매우 흔한 질환으로
선진국에서는 성인 인구의 약 10%에서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생활환경과 식생활의 서구화로 점차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담석증의 종류나 빈도는 인종이나 지역과 관계가 있고
그 중에서도 식사 습관이나 음식 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여
생활습관병이라고도 이해되고 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그 빈도가 증가하여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는 우리나라로서도
일반인의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질환이다.
담낭에 위치하면서 아무 증상이 없는 무증상성 담석으로부터
급성 담관염이나 급성 췌장염의 중대한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담관 담석, 치료가 어려운 간내 담석 등 담석증의 형태는 다양하다.
따라서 부위별 담석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법,
그리고 치료 시기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담석증이란
우리 몸의 간은 하루에 큰 맥주병으로 2병(900ml) 정도의 담즙을 생산한다.
정상 담즙은 물과 같은 순수한 액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담도와 담낭(쓸개)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분비된다.
담낭은 간 밑에 붙어 있는 어른 주먹 크기의 주머니로서,
담즙(쓸개즙)을 저장, 농축시키고 필요에 따라 담관을 통해 담즙을 분비하며
지방음식 소화, 콜레스테롤 대사, 독성물질 배출 등의 생리적 기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담즙 내에 찌꺼기(앙금)가 생기고
이 찌꺼기가 뭉쳐져서 단단한 결석이 형성된 것을 담석이라고 한다.
즉, 담석증이란 담낭(쓸개)이나 담도에 결석이 생성된 질환을 말한다.
신장(콩팥)이나 요도에 결석이 생기는 요로결석과는 다른 질환이다.
담석은 화학적 성분에 따라 크게 콜레스테롤 담석과 색소성 담석으로 나눌 수 있고,
색소성 담석은 다시 흑색석과 갈색석으로 분류된다.
이 때 콜레스테롤 담석은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전체 담석 무게의 70% 이상인 경우를 지칭한다.
서양에서는 전체 담석 환자의 3/4을 콜레스테롤 담석이 차지하고 있으며
색소성 담석의 대부분은 흑색석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까지는 압도적으로 갈색석이 주류를 점하던 것이
80년대에 들어 콜레스테롤석이 점차 증가되고 있으며 갈색석은 감소하고 있다.
콜레스테롤석의 증가와 갈색석의 감소는 고령화와 지방이 많은 식사,
공중위생의 보급 등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흑색석의 증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담석은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서 담낭 담석과 담도 담석으로 구분되며,
담도 담석은 다시 간내 담도 담석과 간외 담도(총담관) 담석으로 구분된다.
서양에서는 대부분 담낭에서 발견되나
동양인에서는 간내 담석 및 총담관 담석이 더욱 빈번하다고 알려져 왔다.
담석증을 치료할 때는 증상의 유무는 물론
담석의 해부학적 위치, 화학적 성분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증상
담석증의 증상은 증상이 전혀 없는 것에서부터
복통, 황달, 발열, 메스꺼움, 구토까지 다양하다.
담낭 담석의 경우 약 50%는 무증상으로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자신이 담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있다.
담석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biliary pain)인데,
흔히 ‘급체했다’, ‘위경련이다’라는 식으로 복통을 표현한다.
증상이 생기는 빈도나 정도는 담석의 위치에 따라서 차이가 있어서
담도 담석, 특히 총담관 담석의 경우 증상 발생 빈도가
담낭 담석보다 유의하게 높다.
또한 자주 체하는데 위장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담석증을 한번쯤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담석증의 복통(biliary pain)은 우상복부나 명치 부위에서 흔히 발생하며
30분~1시간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멀쩡해지고,
통증이 우측 늑골 하단이나 오른쪽 어깨 또는 오른쪽 등 부위로 옮겨갈 수 있다.
이때 오심이나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담석증의 복통은 고지방 음식이나 과식을 하고 난 후 잘 나타나며,
주로 밤중이나 새벽에 잘 발생한다.
통증의 정도는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거나,
숨을 못 쉬게 아프거나, 애를 낳는 통증과 비교되며,
통증의 완화를 위해 주사를 맞게 되는 경우도 많다.
담도에 위치한 담석의 경우는 황달과 간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고,
급성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무증상 담낭 담석의 경우 약 50%는 평생 특별한 말썽 없이 살아간다.
진단
담낭 담석의 진단은 복부 초음파 검사로 가장 먼저 시행해 볼 수 있고
정확하며 아주 안전한 검사법이라고 할 수 있다.
미세 담석에 대해서는 체위변환을 하면서 관찰하면 진단율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소담석의 존재 진단을 하는 것은 담낭 보존 요법의 치료 효과나
재발의 판정에 있어서 중요하다.
초음파에 더해서 CT로 담석의 석회화를 보는 것은
담낭 보존 요법을 생각하는 경우 참고가 된다.
담낭 담석의 경우와 달리 담도 담석의 경우는
증상여부에 상관없이 존재 진단만 되면 치료로 연결될 수 있다.
복통, 발열 또는 황달이 있는지,
또 간담도계 효소의 이상이 있는지를 평가 후
가장 먼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간문부에 가까운 상부의 담관은 약 70~80%에서 담석이 보이나
하부 담관에서는 소화관의 가스 영향도 있어
약 60~70%에서만 담석이 보이게 된다.
이 때문에 임상적으로는 의심이 되어도 초음파로 확정 진단을 할 수가 없다.
그런 경우 다음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검사가 MRCP, ERCP 등의
직접 조영 검사이며 근래에는 EUS를 시행한다.
MRCP(자기공명췌담도조영술)는 5mm 혹은 3mm 이하 담석의 진단율이 떨어지고
담관의 말단부, 유두부에 가까운 곳에서는 판정하기 어려운 제한점이 있다.
EUS(내시경초음파)는 초음파의 맹점인 하부 담도의 병변,
작은 크기의 담석이나 담도가 확장되어 있지 않은
담도 담석의 진단에도 유용하나 실제로 심한 통증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에게서
EUS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통증과 통증의 사이 시기에 미세담석의 존재를 확인하는 점에 의미를 둔다.
최종적으로 ERCP(내시경적 역행성 췌담도조영술)가
담관 담석의 존재 진단의 골드 스탠다드(gold standard)라고 생각되며
이는 진단하는 즉시 치료에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치료
담낭 담석의 치료는 19세기 말 개복에 의한 담낭 절제술이 시작된 이래
1970년대 초 경구 담즙산제제의 개발,
1980년대 중반의 접촉성 용해제,
그리고 체외 충격파 쇄석술(ESWL)에 이어
1989년 복강경 담낭 절제술의 활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경구 담즙산 제제에 의한 용해 요법은 안전하고 간편하며
가장 비침습적인 방법이지만 담석의 성분이 콜레스테롤 담석이어야 하고
담석의 크기가 작아야 한다는 제한점이 있다.
최근 경구용 담즙산 제제는 담석이 녹지 않아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여 용해라는 의미보다
대증요법 혹은 항염증요법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석회화가 있는 담석에서도 사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ESWL은 도입 초기에 개복을 하지 않고
담석을 분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았으나
분쇄된 담석 파편이 담낭관을 막거나
담관염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적지 않게 발생하여
담낭 담석의 제거목적으로는 현재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현 시점에서의 담낭 담석의 치료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복강경 담낭 절제술이다.
이 시술은 회복이 빨라 입원기간이 짧고,
수술 후 통증이 적으며, 수술흉터가 작다는게 장점이며
경험의 축적과 함께 적용범위도 넓어져서
절대적 금기증은 전신 마취를 할 수 없는 경우로 국한하고 있다.
한편 무증상 담낭 담석은 증상이 없으면 무증상인 채로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만일 합병증이 발생하더라도
먼저 증상(담도성 동통)이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무증상 담낭 담석은 복통이 발생한 후 치료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담낭벽 석회화(porcelain gallbladder)는 환자의 50%에서
담낭암의 발생이 보고되어 예방적 담낭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으며,
직경 3cm가 넘는 담석의 경우 또한 10배 이상
담낭암의 발생 위험도가 증가된다는 보고가 있어 담낭을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작은 결석이 여러 개 있을 때는
무증상이더라도 제거하는 것이 안전한데 이는 췌장염을 잘 초래하기 때문이다.
담도 담석의 치료로 먼저 총담관 담석은
과거에는 개복 수술로 담석을 제거하였으나
최근에는 내과적 치료로 담석제거가 가능하면서
개복을 하지 않고 내시경을 이용하여
담석을 제거하는 방법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즉, 십이지장경을 이용한
유두부 괄약근 절개술(endoscopic sphincterotomy;EST) 후에
발룬, 바스켓, 기계적 쇄석술을 이용하여 담석을 제거한다.
또한 담낭 및 총담관에 모두 담석이 존재하는 경우는
EST로 총담관 담석을 제거 후 1~2일내에 복강경 담낭 절제술로
담낭의 담석을 제거할 수 있다.
간내 담석은 총담관 담석에 비해 그 치료 성적이 저조하다.
때로는 간절제술을 동원하여 담석의 완전제거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 개복수술은 물론 내시경적 또는
방사선학적 방법을 동원하고도 담석의 완전 제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간내 담석은 다발성이어서 수 차례 이상의 제거술을 필요로 하며
대부분 담도 협착을 동반하고 있어 ERCP를 이용한 담석 제거술보다는
피부를 통해 간내 담도내로 담도경을 삽입하는 방법이
바람직하고 담석 제거 후 풍선 확장술이나 스텐트를 이용하여 협착부위를 교정한다.
이러한 경피적 경로를 통한 담도경 시술법은 개복수술을 피하는 장점 이외에도
전기 수압 쇄석술이나 laser를 이용한 담석 분쇄가 가능하므로
담석 제거율을 현저히 높일 수 있다.
한편 간내 담석이 좌엽에 국한된 경우는 간의 좌엽 절제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특히 간실질의 위축이 동반된 경우 간 절제술의 가장 좋은 적응증이 될 수 있다.
식이요법
담낭 담석, 특히 콜레스테롤 담석 환자의 증가는
음식문화의 서구화, 인스턴트 식품의 증가, 외식 산업의 번창 등
식생활의 변화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담석증이 요로 결석과 혼동되는 일이 적지 않아 식사요법에 있어서도
일반 풍문에 따라 행해지고 있는데 실제 담석증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민간요법이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무증상의 담석 보유자에 있어
시금치, 멸치, 우유 등 칼슘 성분의 제한은 아무 도움이 안 되며,
물이나 맥주를 많이 마셔도 담석 배출에는 전혀 기여하는 바가 없다.
담석증의 식사요법은 같은 담석이라도 담석의 위치와 성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담낭의 콜레스테롤 담석은 고지방 또는 고단백의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담관의 색소성 담석(갈색석)의 경우 담석이 모두 제거된 뒤에는
고단백의 영양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즉, 담석이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같은 방법의 식사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담석의 위치와 성분에 따라 식사요법도 결정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또한 무증상 담석 보유자에 있어서는
과식이나 지나친 지방식 또는 단백식을 피하는 정도로
정상인과 식단을 거의 같이 해도 좋으며,
음식 하나하나에 너무 과잉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전체 식사의 칼로리를 조절하고 일반 건강 규칙대로
조금 부족한 듯이 식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즉,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고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면서
때로는 자신이 담석 보유자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이
무증상 담석 보유자의 정신 건강에도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