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쓰기 / 군소리
이홍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것 같다.', '~같은 경우에는', '아까도(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어떻게 보면', '말 그대로', '말하자면', '보시면 아시겠지만'
위에 늘어놓은 문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멀쩡한 문장을 좀먹기 십상인 군소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너무 강하게 말하면 듣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줄까봐 조심스러운 태도로 또는 부드럽게 말하려고 위와 같은 수식 문구를 집어넣는다. 그러나 그런 수식 문구가 너무 많게 되면 오히려 듣는 사람은 짜증이 나게 된다.
사람들은 툭하면 '~것 같다'라고 하면서 그 말이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나 감각에까지 이 말을 쓰는 바람에 '좋은 것 같다', '배가 고픈 것 같다'라는 이상한 말을 하고도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
또 '제 경우에는'을 꼭 '저 같은 경우에는'이라고 해서 '같다'를 넣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기까지 한다.
그리고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보면 왜 그렇게도 '말 그대로'가 넘치는지 기자들은 그 말을 넣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특히 요새 뉴스나 대화에서 대유행하는 '어떻게 보면'이라는 말은 남용이 심각한 상태다.
'어떻게 보면'이라는 말은 통상적 시각이 아닌 특별한 시각 또는 뒤집어 본 시각으로 볼 때 써야 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알제리와 싸웠던 월드컵 경기는 누가 보더라도 우리 실력이 한참 뒤졌던 경기였으니 만약 '알제리전은 어떻게 보면 우리 실력이 뒤지는 경기였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화 때 지나치게 상대방 눈치를 보느라 '어떻게 보면'이라는 말을 말끝마다 쓰고 있고 더구나 통상적 시각으로 볼 때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말을 쓰고 있는데 그 때 정 쓰려면 '아마도'를 써야 한다.
'보시면 아시겠지만'이라는 말도 이제 그만 썼으면 좋겠다. '보면 안다'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굳이 입 아프게 꼬박꼬박 할 필요가 있겠는가?
(퍼 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