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농가의 박영감은 자기가 먹이고 있던 장닭을 팔기로 했다. 수탉을 키워보면 시계가 없던 시절, 새벽마다 어김없이 시간을 알려 주는 울음 소리가 고맙고 듣기 좋은데 어찌 된 셈인지 이 장닭이 요즘 들어 울기를 멈추어버린 것이다.
"이놈을 팔아서 잘 우는 놈과 바꿔 와야겠다!"
쳇거리 장 닭전을 찾아 가 여러 마리 닭 가운데 이놈을 내려 놓으니 아이들 모인 자리에 장대한 어른이 간 것 같았다.
어느 젊은 여자 하나가 "이 닭 잘 우니껴?" 한다. "모양 보소, 잘 우까 안 우까," 하니 "이 닭 얼마이껴?"한다. "고기 값만 해도 다른 닭 배는 줘야 되니더!"
그 여자는 닭이 꼭 마음에 들었는지 박영감이 달라는대로 돈을 주고 사 갔다. 울지 않는 장닭을 판 박영감은 그 돈으로 참한 수탉 한 마리를 사려했으나 마음에 드는 놈이 없어서 다음 장에 사기로하고 그냥 돌아 왔다. 그러곤 닷새 후 수탉을 사러 그 닭전엘 가니 앗! 저번 장에 장닭을 사 간 여자가 그때 샀던 장닭을 들고 와 서성대고 있지 않는가! 도로 팔러 왔거나 아니면 내가 올 줄 알고 기다리는 게 틀림없다. 못 본 척하고 돌아섰지만 이미 눈이 마주친 뒤였다.
"할배요, 잘 오셨니더. 이 닭이 글쎄 닷새동안 한 번도 안 울었니더. 그 집에 있을 때는 울었다면서요?"
한다. 큰일 났다. 울지 않아서 팔았으니 울지 않을 건 뻔하고 닭값 되 물려주고 그 장닭 또 껴안고 되돌아 간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어덯게 이 난관을 뚫고 나가나? 시침을 뚝 따고 "종종 환경이 바뀌면 안 우는 수도 있지요." 해놓곤 "그래, 그 집엔 닭을 몇 마리나 키우나요?" 했다. "스무남 마리 되니더." " 암탉이 몇 마리고 수탉이 몇 마리이껴?" 쓸 데 없는 소리라도 이어가야한다. "암탉은 열 두마리, 아직 울 줄 모르는 어린 수탉이 세 마리, 병아리가 여덟 마리, 모두 스물 세 마리 있니더." 그게 어떻다는 겐가하는 투로 들린다. "그래, 모이는 자주 주니껴?" 할 말이 없으니 별의 별 걸 다 물어본다. 그러자 여자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방금 추수한 뒤라 집 안팎이 모두 곡식인데도 우리에 넣을 땐 먹여서 재우고 이 닭 먹으라고 따로 또 한 양푼이 씩 떠 줬는데도 먹기만하고 울지를 않니더" 그러니 되 물려 달라는 뜻아닌가. 그러자 박영감은 큰 목소리에 준엄한 얼굴로 꾸짖듯이 말하기를 "난 또 무슨 이야기라꼬,
그 닭이 울 까닭이 뭔가요? 주인 좋아, 먹을 게 많아, 처첩妻妾이 구존해, 뭔가 부족한 게 있어야 울 게 아니오! 난 또 뭣 땜에 그런다고, 아무 것도 아닌 걸 갖고." 하곤 기가 막혀 입을 벌리고 있는 여자를 두고 그자리를 빠져 나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