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시조》 특집 2
시조 속에서 찾아보는 21세기 고뇌와 사유
황외순
...전략
병목을 거머쥐고 그네가 들썩인다
날 수도 내릴 수도 외줄은 길이 없어
명치 끝 시린 절망을 바닥에 쏟는다
말끔한 출근길에 인사도 깔끔하던
간간이 휘파람도 승강기를 타고 내려
거울 속 마주친 눈길 목련처럼 환했다
실직일가 실연일까 등이라도 쓸어줄 걸
맥없이 주저앉은 무릎 저린 시간 앞에
연초록 바람 한 잎이 어깨 위를 감싼다
- 김덕남 거울 속 남자 전문, <부산시조> 2019. 상반기
그네는 날고 싶은 소망을 지닌 우리에게 잠시나마 날개가 되어준다. 창공을 맘껏 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한층 가벼워졌다는 의미일 테고 온갖 규범과 질서, 도덕과 정의로 규정지어진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뜻일 것이다. 날고 싶은 욕구는 거기서 비롯된다. 비록 그네가 임시방편 같은 위안일지라도 우리에게 날개를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네에 앉아 있는 김덕남 시인의 거울 속 남자도 날개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다. "병목을 거머쥐고 있는 남자가 울고 있는지 "그네가 들썩인다." "바닥에 쏟는 것은 "실직"인지 "실연"인지 모를 절망이다. 말끔한 차림새에 인사도 깔끔하여 목련처럼 환하던 그 남자 승강기 거울 속에서 마주친 모습과는 사뭇 달라 지켜보는 화자의 마음이 유독 안쓰럽다. 이는 둥이라도 쓸어줄 걸에서 잘 나타나 있다. 다가가 어깨 위를 감싸는 연초록 바람 한 잎은 결국 화자일 것이다. 깡마른 나무에 물이 오르듯 화자의 위로에 힘입어 머지않아 그 남자에게도 연초록의 봄이 오지 않을까 싶다.
하략...
- 《나래시조》 2019.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