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쉼터에서 해거름마을공원까지는 약 21km 거리에 떨어져 있는데 저는 곽지해수욕장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약 16km만 가면 됩니다.
국토종주자전거길 여행의 최종목적인 그랜드슬램 스탬프를 찍으려면 국토종주, 4대강 종주 등 제주환상 종주까지 자전거길의 전구간을 완주해야 하는데 제주환상자전거길은 출발 전 가장 기대했던 구간이었으나 실제로는 생각만큼 바다를 내어주지 않아서 실망하기도 했는데요.
해안로로 조성되었다고는 하지만 바다를 가까이서 보려면 오히려 더 많이 돌아가야하기 때문에 환상종주를 통해 제주를 둘러보겠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제주도에 있는 자전거길을 나도 가봤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라리 올레길을 자전거로 간다면 모를까.. - 올레길은 원칙적으로 자전거가 갈 수 없다고 표기되어있으나 휠체어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행로와 차도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가령 차체가 높은 버스를 타고 서일주도로와 동일주도로를 돌면 제주 바다를 한 눈에 쉽게 내려다보며 편하게 갈 수가 있는데 자전거를 탄 눈높이에서는 은근 바다나 마을이 멀어서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ㅠㅠ 물론 자전거길에서 조금 벗어나 종종 관광지나 맛집을 둘러보며 긴 일정으로 여유있게 즐긴다면 재미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종주의 의미에서는 좀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애월, 한담, 협재구간이 모두 바다와 너무 멀어서 더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해거름마을공원인증센터에서 인증을하고 조금 가다보니 예쁜 곳이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습니다. ^^
해거름마을공원인증센터에서 송악산인증센터까지는 약 35km 거리에 떨어져있는데요. 대체로 평지구간이라 어렵지는 않지만 구간이 제법 길기 때문에 체력안배를 적절하게하여 잘 쉬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구간은 마트나 편의점이 잘 없으니 충분한 물과 약간의 보급품은 항상 가지고 이동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구간이 길다보니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면서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즈음 초콜릿박물관이 보이고 해안도로를 경유한 코스와 합류하게 되는데요. 이 해안도로를 따라 주행하다보면 가파도와 마라도로 갈 수 있는 모슬포항을 지나 약간 긴 오르막 후 곧 송악산으로 도착하게 됩니다.
크.. 이때 본 풍경은 정말이지 아직도 눈에 선할만큼 잊혀지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송악산 구간만 다시 가보고 싶을 정도로요.)
긴 업힐이긴 해도 굉장히 넓은 도로면을 따라 오르게되고 차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경사도는 약간 있는 편이어서 페니어를 달고 달리는 저에게는 약간 난코스이긴 했습니다.ㅎ;; 그래도 이화령을 생각하며 가다보니 금새 올라가지긴 하더라구요.
이 날의 송악산뷰와 섯알오름, 그리고 그걸 바라보며 신나게 내달려 인증센터에서 인증하기까지 그날의 공기, 습도 다 기억나는데 왜 그렇게 사진을 안찍었나 모르겠네요...(멍충멍충~ ㅠ)
인증 후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송악산인증센터에서 약 10km 정도 떨어진 화순 금모래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까지만 해도 자전거로 제주도를 돌며 자전거 캠핑을하는 판타지에 젖어 낭만적인 상상뿐이었는데 자전거 양쪽으로 무거운 짐을 싣고 고작 60km를 내달리는 일이 이렇게나 고된 일인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예전에 국토종주를 할 때 이화령에서 만난 러시아부부가 생각 났는데요. 60대 가량 되보이는 그 부부는 자전거에 짐을 잔뜩 싣고 국토종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왜 하필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게 되었느냐 물으니 자전거를 타기에 한국이 아주 잘 되어있다 들어 계획했다 했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프라우드를 느끼기도 했는데요. 누군가는 그 멀리서 이 길을 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계획해서 실행하는 일이기에 더욱 쉽게 포기하지 못하겠더라구요.
피곤했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오늘 일을 기록하고 또 내일 일정을 체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럴거면 왜 기록하나 싶군요..(읍읍)
송악산인증센터에서 법환바당인증센터까지는 약 30km 떨어져있는데요. 저는 전날 화순항 인근에서 거처했으니 약 21km만 달리면 됩니다. 법환바당이면 거진 절반정도를 온 셈이니 마음이 가벼워질 뻔 했지 뭐에요..?
새벽부터 내리는 비에 자전거가 홀딱 젖었습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냥 밖에 나가서 걷는 것도 하기 싫은데 자전거종주라니.. 내가 이걸 꼭 해야하나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챙겨온 비옷을 주섬주섬 끼워입고 혹시나 챙겨온 고무커버를 신발에 씌워 대비합니다.
오래 전 제주도 자전거 종주를 완주한 친구에게 중문의 경사도에 대해 익히 들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중문단지에 도착할 때까지 오르막과 평지를 반복하다 빗길에 급경사 내리막으로 대환장 파티를 만듭니다. ^_^...
그래도 대포포구를 지나면 대체로 단조롭고 평이한 구간입니다.
이 악문 거 아님.. 아무튼 아님..
제주도는 이미 여러차례 방문하기도 했고 제주살이를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법환바당은 처음이라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 했습니다. 날이 좋으면 어디까지 보였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법환바당인증센터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고 다음 인증센터인 쇠소깍으로 이동했습니다.
법환바당인증센터에서 쇠소깍인증센터까지는 약 14Km 떨어져있는데요. 서귀포 시내를 통과해서 다시 해안도로로 지나가게 됩니다.
쇠소깍은 효돈천을 흐르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 깊은 웅덩이를 만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쇠는 ‘쇠소깍이 위치한 효돈마을’을 소는 ‘움푹한 물웅덩이’를, 깍은 ‘끝’을 의미합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각종 나무들이 우거져 계곡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요. 제주도의 전통 배인 테우를 타면 쇠소깍만의 신비한 매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
근처 카페에서 간단히 요기 후 다음 인증센터인 표선해변으로 이동하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