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4. 10. 19
비 그치고 안개마저 걷히고 나니 파란 하늘, 맑은 가을 향기 그득한 숲길이 반깁니다. 역시나 도심을 가르는 아스팔트길이 반, 숲길이 반, 계양산(395.4m)을 지나던 지난 7구간에 이어 한남정맥 8구간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잘 정돈된 공원 같은 숲길을 만나는 즐거움이 도심 속 포장도로를 걷는 피곤함을 반감시킵니다. 인천시를 지나는 구간부터 느끼는 기분이 그렇습니다. 야트막한 숲길로 이어지는 정맥-길은 잘 보전된 숲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25km를 5시간대에 걸었어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 교차(交叉)산행 덕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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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마루는 굴포천, 아라뱃길을 전망할 수 있는 휴게소가 있는 곳입니다. 한남정맥의 맥을 끊어놓은 흉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입니다. 큰 강줄기를 연상시키는 모습,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짙푸른 빛의 물색, 하지만 이미 그 물은 흐름을 멈췄고 서서히 썩어 갈 테지요.
정맥-꾼들로서는 가슴 아픈 일입니다. 아름다운 우리산하의 기억 속에 아마도 이 아라뱃길을 본 기억은 티끌처럼 남아 있을 텐데요. 그 기억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본 팀은 예정대로 목상교차로(아라뱃길)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라마루를 지나 가현산(215m)까지 역주행 팀보다 한발 먼저 도착했고, 곧이어 도착한 역주행 팀과 함께 간식 겸 이른 점심을 먹습니다.
기념사진을 남기고 차키를 전달하고, 각자 앞으로 가야할 방향과 지나온 방향의 산길 정보를 나눕니다. ‘이쯤에서 함께..?’ ㅎㅎ, 팀 간 서로 권해보지만 응하는 대원은 없음^^. 잘 압니다.
높이 215m의 가현산, 산은 높지 않지만 서해안 바닷가의 경치가 뛰어나 저절로 노래를 부르게 된다는 의미를 가졌다 했는데요. 지금은 해안 일대가 간척되어 농경지로 바뀌고 주변엔 공단이 들어서면서 예전의 좋았던 풍광은 사라졌나봅니다.
예스러운 산의 이미지는 오히려 147m 수안산이 더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국 지명 유래집’에서 내용을 간추려보면요.
대곶면과 통진면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옛 수안현(守安縣)의 이름을 따라 수안산이라는 지명이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산은 김포의 가련산(加連山)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맥을 형성하고 있으며, 산의 정상부에는 테를 두른 듯한 형태로 원수골을 둘러싸는 포곡형(包谷形)의 토석성(土石城) 흔적이 남아 있으며 봉화를 띄우던 봉수대 흔적 또한 남아 있답니다.
- 한국지명유래집 중부편, 수안산遂安山 참조
할메산 가는 길에 자연이 보여주는 선물들 (2024. 10. 19)
‘교차산행’은 말 그대로 ‘서로 엇갈리게끔’ 한 팀은 역주행을 하는 겁니다. 코로나가 만연해 버스운행을 자제하던 시절, 우리 정맥-꾼들은 이런 산행방법을 자주 이용했었습니다.
나름 길 찾는 수고를 감수해야하면서도 은근 팀 간 경쟁심을 유발하기도 하니, 걸음이 잴 수밖에 없어 저절로 빨라집니다.
한남정맥 8 구간 예상경로도와 시간 , 트랭글 기록 (2024. 10. 19)
한남정맥 8구간에는 서해랑길, 서로이음길 등의 이정표가 잘 정리된 구간인데요. 경우에 따라서는 사유지가 가로막는가하면, 워낙 얕은 산들 이다보니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서는 길들이 헷갈립니다.
본 팀이 먼저 내려와 차를 몰고 아라마루 전망대까지 와서 역주행 팀을 기다려줬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아라마루, 역시나 볼 거(?) 없이도 주차공간만 넉넉하면 사람들은 몰리는 법인가봅니다.
나머지 기록은 영상으로 남깁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걷다보면 도착한다더니 한 걸음씩이 모여 거의 다 와갑니다.
가지 못하는 이는 산꾼의 뒷모습만 보아도 부럽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따지고 보면 속리산 천왕봉에서 강화도 끝까지 걸어서 간겁니다.
바다를 만나 더 가고싶어도 못가는게 정맥-길 입니다.
이런점이 백두대간이나 일반 종주산행과 다른 맛이고, 완성도가 다른 산-꾼들 만의 행복감인지도 모릅니다.^^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한데..
거기에 완성도 높은 성취감까지 더한다면.. 산-꾼들에게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음에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