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 살다보면 행복한 것은 ‘잠깐’이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일상’인 것처럼 보인다. 내가 아는 주변인들 대체로 불행하다고 느끼며 사는 것 같다. 남들보다, 어제보다 행복하지 않아서 불행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연극 “황소 지붕위로 올리기”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가까운 타인과의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혼잣말로는 부족하다. 연극 <황소, 지붕 위로 올리기>는 일상에 지친 부부가 행복을 위해 현재의 모습을 돌아보려는 노력을 하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그들의 노력은 자동차를 타고 경주 불국사를 향해 떠나면서 시작된다.
중학교 교사인 아내와 실직한 지 5년이 된 남편은 삐거덕거리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서로 가까운 의자에 앉아 있어도 멀게 느껴지는 심리적 거리를 첫 장면에서 보여준다. 사소한 일에도 소리를 지르고, 얼굴 마주보며 웃는 일조차 없던 생활에 지친 아내는 여행을 제안한다. 일상 속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행. 행복이라는 단어를 알기 위해 시작한 여행은 그 과정이 순탄치 않다. 불국사로 가는 동안 그들의 대화 속에서는 학창시절의 수학여행 이야기, 옆집 여자와 첫사랑의 이야기 등의 과거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이 향하는 불국사는 경주가 고향인 아내에게는 너무나 지겨운 장소이지만, 남편에게는 학창시절 사연으로 인해 늘 꿈꾸던 마음의 성지이다. 그들의 여행은 출발부터 오해가 생기고 수시로 언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여행을 하는 도중에는 자잘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길 위에서 시작한 대화를 멈추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던 그들에게 여행은 그 자체로 일탈이자 탐색의 기회가 된다. 서로를 진지하게 알아가며 관계를 성장시키게 되는 것이다. 불국사의 종소리를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의 답을 그들 자신에게서 찾는다. 오해를 풀고, 감동을 주기도 하고, 노래를 불러주거나 시를 읊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록 종착점까지 가지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를 가기 위해 용기를 냈다는 사실이다. 떠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변화의 계기를 가져다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여행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줄거리와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배우들의 꽉 찬 연기가 단순함을 충분히 보완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는 1인 다역을 한 ‘멀티맨’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부부 외에 등장하는 모든 역할을 담당하면서 수시로 화려한 분장과 감초 같은 연기로 튀어나오는데, 그 때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웃음을 준다. 학부모, 경찰관, 옆집 여자, 남편의 교사, 아내의 첫사랑, 뻥튀기 장수, 스님까지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면서 배우들마저 웃길 정도의 유쾌함을 선사한다. 그중 옆집여자가 최고.. ㅎㅎ 이 멀티맨 덕분에 객석에 앉아 있다가 뻥튀기를 엉겹결에 강매(?)당하기도 했다. ㅎㅎ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어느 날 갑자기 부부가 되었다고 해서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 어려움을 전제로 하면서도, 갈등을 풀고 화해하는 시도와 소통의 단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다. 짠한 감동도 있다. 다만 마지막에 서둘러 마무리한 느낌이 있었고, 제목인 <황소, 지붕 위로 올리기>의 상징적인 의미가 작품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황소’라고 언급하는 대사가 나오기는 하지만 산뜻하다고 느꼈던 제목이 구체적으로 와 닿지는 않았다.
이번 주말이나 일요일에는 중요한 인연과 함께 불국사든 어디든 자신만의 마음의 성지로 여행을 떠나면서 진지한 대화를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