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삼척, 백두대간 산골짜기 마을에 사는 박영자씨(76)의 집안 생활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걷기보다는 기는 것이 익숙하다며 하루의 대부분을 집안에서 이리저리 계속 기어서 이동했기 때문이다.
무려 40년 전부터 허리 통증이 있었다는데 그간 어떻게 참아온 것일까. 넉넉지 못한 형편에 아등바등 사느라 마땅한 치료 한번 받은 적이 없다는 박씨였다.
그러다 작년부터 통증이 부쩍 심해져 박씨를 더욱 괴롭혔다. 무언가에 꽉 눌리는 것 같은 요통 때문에 바깥에선 늘 지팡이 신세를 져야 했다.
박씨에게 굽어진 허리를 쭉 펴볼 것을 요구했다. 의식적으로는 쭉 펼 수 있었으나 그 상태로 계속 버티기가 힘들어 몇분 지나지 않아 허리가 다시 굽어졌다. 또한 박씨는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당기는 증상을 호소했다. 척추뼈 어딘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다.
서둘러 병원으로 모시고 와 정밀검사를 했다.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본 결과, 박씨의 허리가 오른쪽으로 많이 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또한 척추뼈 사이의 구조물인 디스크가 요추 4~5번 부위에서 터져 있는 것이 오른쪽 불편함의 원인으로 판단됐다.
그러나 사실 박씨에게 나타나는 통증과 허리 굽음에 비해서 이는 그다지 심한 것은 아니었다. 즉, 기어다닐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부르는 원인이 검사상으론 발견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왜일까? 의료진이 함께 모여 논의를 시작했다. 의료진의 공통된 의견은 바로 ‘근육량’. 같은 연령대 환자들과 비교해볼 때 박씨의 허리 근육량이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적은 상태였다. MRI 검사 결과 검게 나타나야 하는 가장자리 부위가 모두 하얗게 변해 있었고 검은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MRI에는 근육이 검은색으로 나타나는데 모두 지방화돼 흰색을 띠고 있는 것이었다.
어째서 근육이 이렇게나 없는 것일까. 곰곰이 따져보니 박씨의 식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 듯 보였다. 박씨는 고기라면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 박씨는 평소 고기 냄새만 맡아도 속이 좋지 않다며 고기와 생선은 거의 입에 대지 않고 편식을 하고 있었다. 즉, 단백질 섭취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었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필수영양소 중 하나로 근육·내장·뼈·피부 등을 구성한다. 따라서 근육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을 함유한 살코기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곧바로 박씨에게 단백질 식단 처방이라는 보조적 치료와 함께 경도의 추간판 탈출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에는 ‘신경성형술’을 진행했다.
신경성형술이란 꼬리뼈 부위의 신경 통로를 따라 약물을 주입해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하고 엉킨 신경을 풀어주는 시술이다. 동시에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프롤로 치료’가 진행됐다.
그 결과 일주일 후 박씨는 곧게 편 허리와 당당한 걸음을 되찾았다. 그러나 박씨의 경우 허리 근육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허리가 다시 굽지 않으려면 평상시 식습관 관리와 허리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