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지미방([指迷方])에서의 장학(瘴瘧)에 대한 논(論)
(신안(新安)의 왕비(王棐: 왕황)가 지음)
왕황(:王棐)이 독서(讀書)를 하던 나머지 의학(醫學)에 마음을 두었더니, 다행하게도 전(傳)해 오는 것을 깨달아 방(方)과 맥(脈)을 많이 알게 되었다. 벼슬(:辟)을 하려 남방(南方)으로 가면서 이 증(證: 곧 장학)에 대해 연구(硏究)하게 되었다.
그가 말하기를, "남인(南人)이 대부분 병(病)하면 모두 장(瘴)이라고 말하고, 대부분 약(藥)을 복용(服)하지 않고 오직 귀신(鬼神)만을 섬긴다(:事). 대개 장(瘴)을 병(病)하는 것도 상한(傷寒)의 병(病)과 같은데, 어찌하여 좌시(坐視)하기만 하고 약(藥)은 쓰지 않는 것인가? 항상 중의(中醫)들이 시간만 끌다가(:荏苒) 구(救)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사람들이 계림(桂林) 이남(以南)을 지나면 의약(醫藥)이 없다. 게다가 남방(南方)에 거주(居)하는 사람들은 왕왕(往往) 다한(多汗)하고 상실(:上盈) 하허(:下空)하니, 한토하(汗吐下) 삼법(三法)을 사용(用)할 수 없다. 의(醫)를 업(業: 종사)하는 자도 드물지만 그마저 용렬(劣)하니, 한(汗) 토(吐) 하(下)를 함부로 쓰는데 이를 '허허(虛虛: 허를 허하게 하다)'라고 말한다.
방서(方書)에서는 모두 이르기를 '남방(南方)은 천기(天氣)가 온서(溫暑)하고 지기(地氣)가 울증(鬱蒸)하니, 음(陰)은 대부분 폐고(閉固)하고 양(陽)은 대부분 발설(發泄)하므로, 초목(草木) 수천(水泉)이 모두 악기(惡氣)를 품(稟)하고 있다. 사람이 그 속에 살면 원기(元氣)가 불고(不固)하므로 이에 (외사를) 감(感)하여 병(病)하는 것이 곧 장(瘴)이다. 경(輕)하면 한열왕래(寒熱往來)하니 바로 해학(痎瘧)과 유사(類)하여, 이를 냉장(冷瘴)이라 한다. 중(重)하면 온열(蘊熱: 열이 쌓이다)로 침침(沈沈: 혼침)하고 주야(晝夜)로 마치 잿불(:灰火) 속에 누운 듯하니, 이를 열장(熱瘴)이라 한다. 가장 중(重)한 경우는 한 번 병(病)하면 즉시 실음(失音)하니, 그렇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하는데 이를 아장(啞瘴)이라고 한다. 냉장(冷瘴)는 ③반드시 죽지 않지만, 열장(熱瘴)은 ②오래 되면 죽으며, 아장(啞瘴)은 ①죽지 않음이 없다.' 고 한다. 이것이 방서(方書)의 설(說)이다.
그런데 나의 생각으로 이를 보건대, 소위(所謂) 아장(啞瘴)이라 하는 것은 상한(傷寒)의 실음(失音)의 증(證)이 아니겠는가? 또 어찌 중풍(中風)으로 실어(失語)한 증(證)이겠는가?
이의 치료(治)에 그 도(道)를 얻는다면 또한 대부분 살릴 수 있으니, 어찌 ①'죽지 않음이 없다.'고 하는 것인가?
대개 열장(熱瘴)이란 곧 성하(盛夏)나 초추(初秋)에 모(茅: 띠)가 좁은 길(:狹道)에 자랐을 때 사람이 그 사이를 지나가면 열기(熱氣)가 증울(蒸鬱)하고 해를 가릴(:蔽) 임목(林木)이 없으며 수천(水泉)으로 해갈(解渴)할 수 없으면, 복서(伏暑)가 지중(至重)하니 이로 인하여 질병(疾)을 감(感)하는 것이다. 혹 음주(飮酒)가 부절(不節)하거나 혹 전(煎)한 것이나 자(炙)한 것을 먹으므로 적열(積熱)하면 우연히 이 증(證)이 되기도 한다. 그 열(熱)이 주야(晝夜)로 부지(不止)하고 2~3일 정도 조금 늦으면(:遲) 혈(血)이 응(凝)하여 구(救)할 수가 없게 된다. 남중(南中)에서는 이를 '중전(中箭)하였다'고 말하고 또 '중초자(中草子)하였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도초자법(挑草子法)이 있으니, 곧 침(針)으로 두액(頭額) 및 상하(上下)의 순(脣)을 자(刺)하고 닥나무 잎(:楮葉)으로 설(舌)을 문질러(:擦) 모두 출혈(出血)케 하고, 서서히 초약(草藥)으로 그 내열(內熱)을 풀어주면(:解) 수(手)에 응(應)하면서 낫게 되니, 어찌 ②'오래되면 죽는다.'고 말하는 것인가?
냉장(冷瘴)에 있어서 한다(寒多) 열소(熱少)하거나 혹 한소(寒少) 열다(熱多)하고, 또한 첩일(疊日: 연일)이나 간일(間日)에 작(作)하고, 나을 때는 창(瘡)이 순(脣)에서 발(發)한다. 그 증(證)을 징험(驗)하자면 이는 곧 외방(外方: 지방)의 학(瘧)이니, 본래 중병(重病)이 아니다. 그러나 항상 오치(誤治)로 인하여 화(禍)에 이르니, 또한 '③반드시 죽지 않는다.'고 하여 소홀히(:忽) 하면 안 된다.
단지 그 맥식(脈息)을 진(診)하여야 하는데, 극미(極微)하여 원기(元氣)의 허(虛)가 보이면 곧 부자탕(附子湯)을 투여(與)하면 낫게 된다. 만약 한약(寒藥)을 잘못 투여(投)하면 '승기탕(承氣)이 위(胃)에 들어가면 음(陰)이 성(盛)하여 곧 망(亡)하게 된다.'는 것이 된다. 만약 맥(脈)이 홍성(洪盛)하고 증후(證候)가 실열(實熱)이면 마땅히 화해(和解)하는 약(藥)을 복용(服)하여 서서히 치료(治)하여야 한다. 만약 열약(熱藥)을 잘못 투여(投)하면 소위(所謂) '계지탕(桂枝)을 복용(:下咽)하면 양(陽)이 성(盛)하여 폐(斃)하게 된다.'는 것이 된다. 그 요점(要)은 절맥(切脈)과 허실(虛實) 한열(寒熱)의 심증(審證)한 것으로 치료(治)하여야 하니, 그러면 낫지 않음이 없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영남(嶺南)은 수천(水泉) 초목(草木) 지기(地氣)가 독(毒)하므로 대개 영남(嶺南)을 왕래(往來)하는 사람들이나 관리(:宦)로 파견되어 오는 자들은 장병(瘴病)을 앓아 위태(危殆)하게 되지 않는 자가 없다.'고 한다.
또 이르기를 '토착인(:土人)들은 그 속에서 생장(生長)하여 수토(水土)의 기(氣)에 학습(習: 물들다)되지만, 외부인(:外人)들이 남(南)으로 들어가면 반드시 한 번 병(病)하게 되니, 단지 경중(輕重)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만약 오래도록 더불어서 같이 화합(化)하면 이를 면(免)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 설(說)은 진실로 이치(理)에 맞는 것 같지만, 다만 장양(將養: 양육)하는 법(法)을 준비(備)하고 평이(平易)한 약(藥)으로 풀어주면 반드시 (자신을) 보호(保)하여 무병(無病)하게 되고, 비록(:縱) 병(病)하여도 쉽게 낫게 된다.
또 장(瘴)의 병(病)은 토착인(:土人)들이 도리어 중(重)하고 외부인(:外人)이 도리어 경(輕)한 경우도 많다. 대개 토착인(:土人)은 음욕(淫)으로 하원(下元)이 허(虛)하고 또 계곡(溪)에서 목욕(浴)하여 감모(感冒)가 많으며 생랭(生冷) 주찬(酒饌: 술과 안주)을 맘대로 식(食)하면서 전적(全)으로 절제(節)할 줄 모르기 때문에 중(重)하게 된다. 그렇다면 장(瘴)의 병(病)을 전적(全)으로 풍토(風土)의 차이(:殊) 탓(:咎)으로 하면 안 되니, 이는 모두 사람들이 절제(節)과 섭양(養)을 잃어서 이른 것일 뿐이다.
군자(君子)가 이 지역(:邦)에 거(居)하면 당연히 기거(起居)를 신중히(愼) 하고 음식(飮食)을 절제(節)하여야 하며 한온(寒溫)을 적절(適)하게 하여야 하고 대과(大過)한 신주(晨酒)나 야식(夜食)을 절대로 기(忌)하여야 한다.
혹 불쾌(不快)한 느낌이 있으면 곧 정기산(正氣散) 1~2제(劑)를 복용(服)하여야 하니, 비위(脾胃)가 저절로 장(壯)하고 기혈(氣血)이 통창(通暢)하면 미사(微邪)가 신속히 산(散)하므로, 어찌 장(瘴)이 있겠는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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