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 시원한 곳을 찾아 카페 달로 향한다.
이곳은 시골풍경과 멀리서 지나가는 빨간 기차가 볼만한 곳이다.
차를 마시고 나오려는데 구름을 비집고 가는 비가 내린다.
그냥 가기 서운해 도로 위 이정표가 안내하는 월봉서원으로 차를 몰았다.
10여분 정도 되었을까,
작은 마을로 접어 들어 예쁘게 지어진 돌담장을 지났더니 월봉서원 주차장이 나타난다.
사람의 발길도 별로 없고 한적하다.
하긴 비 내리는 더운 날 누가 오겠는가.
서원은 퍽 아담하고 정갈하게 가꾸어져 있다.
월봉서원 이야기 안내판이 보인다.
16세기 조선시대 성리학자 고봉 기대승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란다.
얼핏 고등학교 때 배웠던 퇴계 이황 선생과 한참 나이어린 기대승 선생의 이기 논쟁이 떠오른다.
안내판에도 두 사람이 세대를 뛰어넘는 사상논쟁 <사단칠정>을 통해 성리학의 수준을 끌어 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단은 인간의 4가지 본성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
칠정은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의미한다.
열심히 사단칠정을 암기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새 찾아온 이도 보이는가 했는데 구청 관계자들이란다.
고봉 기대승 서세 450년 되던 2022년 달의 정원 조형물을 만들었다며 소개해 준다.
둥근 달 모양 안에 새겨진 달, 산, 서책, 지붕이 월봉서원을 나타낸단다.
그럴싸하다.
목수국이 화사하게 피어나 조형물을 돋보이게 한다.
문화 해설사 분이 다가와 해설을 해주시겠단다.
월봉서원 교육체험관에서 고봉 기대승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서원으로 향한다.
개울이 흐르는 작은 돌다리를 건너 오른쪽 문으로 들어간다.
좌우로 학문을 하던 이가 머물던 명성제와 존성제가 보인다.
명성제에는 학문을 더 많이 익힌 선배들이 지내고 존성제에는 후배들이 머물렀단다.
빙월당에는 강론을 했던 강당이 있고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구청 관계자가 손님맞이를 하는지 차를 들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평소에는 닫혀 있어 안을 볼 수 없는데 운이 참 좋은 분들이란다.
덕분에 해설사님도 안을 볼 수 있었다며 여기저기 카메라에 담는다.
<빙월>은 고봉의 투명하고 깨끗한 성품을 표현한 <빙심설월>에서 따온 것으로 정조가 하사했단다.
빙월당 옆에는 고봉 문집을 발간하기 위해 만든 박달나무 목판 474판이 보관되어 있는 장판각이 있다.
비바람에 나무판자는 금세 썩어 버릴 것 같은데 잘 보관되어진다니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이 생각난다.
빙월당 뒤편 계단을 오르면 정안문이 보이고 그 문을 들어 서면 제사를 올리는 사당 숭덕사가 위치해 있다.
사당 앞 뜰 좌우 바닥에 기와가 놓여있는데 제사를 올릴 때 펼쳐 두는 자리가 날아가지 않게 눌러놓기 위한 용도란다.
우측에는 제사를 정갈하게 지내기 위해 손을 씻는다는 돌로 만든 대가 놓여져 있고
좌측에는 제문을 읽고 태우는 망묘대가 있는데 뚜껑이 덮혀 있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함이란다.
처음 보는 것들이라 신기하고 재밌다.
해설을 듣지 않았더라면 스쳐지날 뻔했다.
숭덕사의 단청과 문살, 나비경첩과 문고리도 참 멋스럽다.
서원의 담장에는 배롱나무가 빨간 꽃잎을 내밀고 있다.
서원옆으로는 백우당이 있는데 봄날에는 커다란 자목련과 벚꽃이 어우러 피어나며 봄나들이하기 좋은 장소가 된단다.
백우당 가는 곳으로 철학자의 길 이정표도 있고 황룡강 누리길 가는 표지판도 보인다.
하지만 더운 날 걷는 것은 무리, 다음날을 기약해 본다.
더운 여름날 찾은 월봉서원은 생각지도 않은 기분좋은 만남이었고, 산뜻한 한 줄기 바람같은 선물이었다.
첫댓글 지난주 5일간(23~27) 일본 슈퍼바이져 2명과 함께 청주에 있는 공장으로 일 다녔어요.
이 공장은 좋은 계절 다 놔두고 꼭 장마철 삼복더위 아니면 엄동설한에 꼭 일정을 잡더라고요.
종일토록 비내리고 얼마나 덥던지,,,작업자들이 덥고 땀 범벅에 어지럽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가 이만큼 사는 원동력이지요.
말이야 바른말이지 기대승, 이황 같은 사람들이 여름날 그늘 나무 아래 앉아서 공자왈 맹자왈 같은
되지도 않는 말 논쟁이나 하면서 세상을 오도 하는 바람에 나라가 수백년 뒤쳐져 결국은
왜놈들에게 먹히게 되었던 것이지요.
삼복 더위와 싸워서 이기자구요.
잘가라 칠월아~!
햇볕이 너무 강해 바깥에서 일하긴 넘 힘들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애쓰는 분들이 있어 발전하는 것이겠지요.
조선시대 양반들은 한량놀음이긴 하였지요.
이 시대 한량들은 누구일까요?
땡볕 더위 누그러지려면 8월이 어느만큼 가야겠지요.
동안 건강하시고 여름 잘 나시게요~
팔월아, 까미노님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