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상자 위의 소년』
작성: 박경훈
1. 들어가며
<홀로코스트 – 유대인 가족 – 오스카 쉰들러> , 이 책을 읽고 나면 반지처럼 연결되는 상징적인 단어들이다.
그 반지 안에는 아마 이렇게 새겨져 있을 것 같다. ‘두렵고 참혹한 상황에 놓일지라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려는 실천적 양심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존재한다. ’ 이것은 일종의 믿음일지도 모르겠으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존속하는 이유가 아닐까.
우리에게 익숙한, 러시아 시인의 말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중략/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중략/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과연 그런가 생각하자 어느새 관자놀이에 손이 간다.
2. 줄거리
폴란드 출생인 저자, 리언 레이슨이 13세에 나치의 침공으로 겪게 되는 그의 가족사에 대한 슬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이다. 그는 유대인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을 6년간 뼛속 깊이 새기게 된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에 대한 독일군의 무분별한 학대, 두 형의 죽음, 격리장소에서 어머니의 초월적 감각에 의한 생명 보전의 경험, 아버지와 오스카 쉰들러의 운명 같은 만남.
가족의 끊임없는 절망과 두려움 속에도 늘 한 줄기 빛처럼, 한 모금 물처럼, 리언의 가족을 돌봐준 쉰들러. 리언은 쉰들러와의 첫 만남을 두려움으로 시작했다. 그는 나치 당원이고 독일인 이다(독일계 체코인). 그런데 예상과 달리 그가 보여준 따뜻한 미소와 배려에 놀랐고 누나와 죽음의 열차에 실려 가던 자신의 어머니를 살려내는 쉰들러의 헌신적인 모습에 반하게 된다.
리언이 묘사하는 쉰들러의 선행은 감동이라는 단어조차 부족하게 만든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리언의 가족
이외에, 쉰들러가 살려낸 명단을 보면 1,200인이라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극적인 서사가 또 어디에
있는가?
영화 <쉰들러리스트>를 처음 보았을 때가 떠오른다. 전쟁 막바지에 쉰들러에 의해 구제된 1,200인의 유대인들이
수용소에서 자신의 입안에 있는 금니를 모아서 반지를 만들어 건네는 장면이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고문의 대상으로
등장하던 치아를 떠올렸기 때문일까. 고마움을 표현하는 그들의 방법에 먼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들은 반지 안에
다음과 같은 히브리어 문구를 새겨 넣었다.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전 세계를 구하는 것이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리언은 자유를 찾아 망명한 미국에서 마주친 또 다른 형태의 인간 차별 – 흑백문제 - 이 있다는 것.
그것도 다름 아닌 미국에서 자행되고있음에 놀라워한다. 그리고 오스카 쉰들러에 대한 가감 없는 사실 – 그의 세속적인
성공과 몰락 과정-과 존경 그리고 추모의 감정을 드러낸다.
3. 감상
리언의 파란만장한 삶, 유대인의 정체성, 인간 차별의 문제, 화해와 용서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주제를 되새겨보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리안 또래의 소년 소녀들이 대부분 쓸모 - 노동력과 기술력을 보유 - 없음을 이유로 끝내는 죽음의 수용소로 강제 이송 되는 현실이 지배하던 시절. 나무상자 위의 한 소년이 거대한 기계를 상대로 작업하는 모습과 그 자리를 차가운 검열의 시선을 한 나치의 모습을 그려보면 씁쓸하고 애잔하다. 한편, 골리앗과 겨루는 다윗이 되었던 리안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리언은 형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간직하고 싶었던 연유인지 아들과 손주들의 이름 안에에 형의 이름을 삽입한다.
전쟁으로 상처 입은 한 유대인 소년의 영혼이 따뜻하고 애틋한 가족애로 승화되는 모습이 슬프지만 아름다운 여운을 남긴다.
※참고도서
리언 레이슨지음. 박성규 옮김, 『나무상자위의 소년』, 꿈결,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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