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오묘한 뜻을 지니고 있다.
유래는 2000년전 로마 공화정의 개선식에서 비롯되었다.
개선식은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였다.
백마 네마리가 끄는 전차를 타고 개선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이다.
영웅이 탄 마차가 연도를 메운 로마시민의 환호 속을 헤치고 행진하는 장면은 장쾌했다.
그러나 화려한 금빛마차에는 열광 속에 가린 ‘숨은 그림’ 하나가 있다. 개선장군이 손을 들어 시민들에게 화답하는 동안, 장군 뒤에 탑승한 사람이 큰소리로 계속 외쳐대는 장면이다.
대중의 환호소리가 커지면 커진 만큼 그의 목청도 따라 커지는 외침이 있었다.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겸손하게 행동하라.”
승리에 도취된 장군을 향해 준엄한 하늘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승전한 영웅 그대여! 영광의 이 순간에도 유한한 인간의 본분을 잊지 말지니!
교만한 인간의 관성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장치 하나를 해둔 것이다.
로마 최고의 환대 물결속을 가르면서 행진하는 시간에도, 모두가 너를 향해 열광하는 순간에도, 그림자처럼 죽음이 뒤따르는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에는 세가지 철학적 가치를 담았다.
‘죽음을 기억하라!
운명을 사랑하라!
현재에 충실하라!’ 라는 것이다.
이 세 경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획 하나 가감없이 들어맞는 처세훈이자 삶의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