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바우길 걷기는 제9구간 [헌화로 산책로]를 살짝 건너뛰고 제10구간 [심스테파노 길]부터 먼저 걸으려고 합니다. 3월과 4월 입산이 통제되어 지금 아니면 이 길을 5월 중순 지나서야 걷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어 이 길부터 먼저 걷습니다.
심스테파노 길이라니 이름이 참 특이하죠?
지난가을 코스를 개척하던 중 어느 산속에서 한순간 시간이 멎는 듯 너무도 깊고 너무도 아늑한, 그야말로 이런 곳에 사람이 산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질 만큼 신비한 마을이 있었습니다. 제 고향집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도 어릴 때 명주군왕릉으로 소풍을 가느라 한두 번 마을 옆을 지나가보고는 이후 다시 가 보지 못한 마을이었습니다.
장소의 신비함에 이끌려 여러 사람에게 묻고 자료를 뒤지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선말 병인교난(1866-1978년) 때 심스테파노라는 천주교 신자가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지방관아의 포졸들이 아니라 당시로서는 아주 드물게 서울에서 직접 내려온 포도청 포졸들에게 잡혀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나라 전국 어디를 가나 이 시기의 천주교 성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강원도 원주와 횡성 동쪽으로는 그런 성지가 없었던 것은 태백산맥 동쪽으로 천주교의 전파가 그만큼 늦었다는 뜻일 텐데, 이번에 바우길 코스를 개발하며 심스테파노라는 천주교 신자가 살다가 잡혀간 마을을 알아냈던 것입니다.
청송심씨이며 삼척부사를 지낸 정대무(정약용의 손자)의 사위라는 설이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름과 출신이 확실하지 않아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그곳에서 한 천주교 신자가 자신의 기둥 같은 믿음 아래 치명(순교)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강릉 경포대에서 그곳까지 이르는 길을 ‘심스테파노의 길’로 이름짓고 그 마을 역시 ‘심스테파노 마을’로 이름지었습니다.
제가 이런 내용의 칼럼을 쓰자 소설공부를 함께하는 제자 중의 한 사람이 심스테파노에 대한 기록을 더 찾아주었습니다. 아래 글은 제자가 저에게 보내온 글입니다.
박순집 증언록에 심스테파노에 대한 기록이 있어요. 병인사적(丙寅事蹟)...많은 순교자들의 행적을 듣고, 목격한 것을 증언하고, 순교자들 유해발굴에 큰 공을 세운 박순집 베드로... 1830년에 서울 남문 밖 전생서(현재 후암동)출생한 분으로 1911년 82세로 선종했죠.
박순집 증언록은 박해의 피바람이 지난 후, 1888년 당시 제7대 조선교구장 블랑 백(Blanc 白) 주교의 명으로 작성되었다고 해요.
[심스테파노는 강원도 강릉 굴아우에 살았다. 무진년(1868년) 오월 오일, 그러니까 강릉 단옷날에 같은 동네에 사는 교인이 아닌 친구들이 정자에 모여 함께 놀자고 부르니 이안토니오와 더불어 그 자리에 함께 참석하였다.이때 뜻밖에 경교(京校 지방관아의 포졸이 아니라 아마도 서울 포교) 앞잡이로 다니는 놈이 여러 교졸을 데리고 와서 “저 사람이 안토니오라.” 이르니 포교가 “안토니오가 누구냐?” 하니 심스테파노가 나서서 “내가 그 이름의 주인이다.” 하니 교졸이 일시에 달려들어 결박하려했다.
심스파노가 “우리는 결박하지 아니하여도 도망갈 사람이 아니니, 내 집으로 들어가야 남에게 진 빚과 상관되는 일을 처결한 후 적몰하라.” 하고 집에 돌아와 동네에 진 빚을 다 갚은 다음 포청에 끌려가 갇히었다. 하루는 옥을 지키는 유직이 “스테파노는 오늘밤에 (고문을 받아) 울 것이니 옷을 바꾸어 달라.(이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했는데, 그 반대로 스테파노가 희희낙락하며 웃음으로 지내고 활발한 거동이 옥중에 뛰어나니, 그날 목숨을 빼앗으니나이 사십구세더라.]
명주군왕릉에서 대관령 아래턱에 있는 새고속도로 강릉휴게소와 심스테파노 마을을 거쳐 경포대까지 나아가는 21km의 제법 긴 구간입니다. 산을 오느내리는 곳도 여러 곳입니다. 순교자의 마을을 찾아가는 순례길답게 바우길 열 개의 구간 중 가장 멀고 험한 코스입니다. 그러나 산길 빽빽이 들어찬 금강소나무 숲으로 경치 하나는 그만인 길입니다.
이 순교자 마을에는 꼭 가보고 싶으나 걷기에는 자신이 없는 분은 강릉시내에서 점심 때쯤 심스테파노 마을로 바로 와서 명주군왕릉에서 이곳으로 오는 바우길꾼들과 합류하면 되겠습니다. 바우길 10개의 구간 중 유일하게 하프코스를 운영하는 길입니다. 길이 길어서이기도 하지만 산림청의 입산금지기간에도 태백산맥 동쪽의 유일의 성지순례길은 계속 열려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프코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이는 시간과 장소: 2월 28일 일요일 오전 9시 30분 강릉종합운동장 팔각정
준비물: 점심 반드시 싸오셔야 합니다. 심스테파노 마을에서 도시락을 먹을 겁니다. 따뜻한 물과 커피, 약간의 간식 준비하시구요.
명주군왕릉에서 심스테파노 마을로 나오는 길은 아직 눈이 있을 겁니다. 스패치 준비 하시고요. 스틱 있으신분 스틱 가져오시고, 날씨 봐가며 따뜻하게, 그러나 몸이 둔하지 않게 입고 나오시구요.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온산 가득한 금강소나무길을 걸어갑니다.
이곳 심스테파노 마을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이날 하프코스를 걸으시는 분들은 12시반까지 이곳으로 오시면 됩니다. 오시는 길은 강릉시내에서 위촌리 가는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왼편 언덕길(언덕길 경사도가 심하여 된사태라고 부르는고개)을 올라오시면 바로 이 마을이 나타납니다.
점심을 먹은 다음 다시 하염없이 걸어 죽헌저수지와 시루봉을 지나 경포대까지 나아갑니다. 보통은 경포대 정자를 가자면 지금 사진에서 보는 도로에서 정자로 올라와야 하지만 심스테파노길은 시루봉에서 경포대 정자까지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갑니다. 경포대로 올라가는 길이 아닌, 내려가는 길을 걷는 느낌도 사뭇 다릅니다.
첫댓글 하프 코스로 오실 분들은 점심 드시고 한시반까지 심스테파노 마을(지역에서는 '골아우'라고 부릅니다) 오셔도 되겠어요. 오시면서 이기호 대장님이나 저에게 전화주시구요.
하프 코스... 제가 처음 걸었던 바우길,, 저도 심스테파노 길이 많이 궁금했었답니다. 어렸을 때 들었던 골아우라는 곳도 이선생님 고향 마을 우추리도 궁금했었구요. 그 때는 추수 끝난 빈밭에 마른 수숫대가 서걱거리던 때였는데, 이제 곧 개울가 버들강아지가 눈 뜨겠어요. 눈 녹아 흐르는 물소리도 참 고울 것 같구요...
야호가장 궁금한 길이었는데,,,,,,이길이 걷고 싶어 마음으로 빌었거든요^^ 1에 한번 참석이라,,,,,,첫걸음 풍호연가를 걷고 이틀을 절절 매었는데,,,,각오 단단히 하고,운동 열심히 하고,일요일에 뵙겠슴다
이심전심/아침점심.
끝나는 시간이 몇시정도 될까요?
4시 반쯤 끝날 거 같습니다...바쁘시면 그 전에 중간에 아웃해도 되고요...
제가 차를 가지고 갈까 생각중인데 몽실님을 위해 당일날 출발하면 달빛걷기를 포기해야하나? 서울에서 당일 출발하실분 몇분 되시는지 댓글 달아보세요. 고민좀 해볼께요.
남편이랑 같이 가고싶은데 의논중입니다. 오늘저녁 다시 댓글 달게요.
가능하면 반쪽씩 손 잡고 같이걸으시면 좋지요.
남편과 일단 신청합니다. 고민 잘하시고 태워주세요~ ㅎㅎ
라모나님 2명 더 자리 있나요? ㅎㅎ 저와 동행 1명 입니다. ^^
감사합니다. 무조건 태워주세요~
몽실님 부부와, 하루님 외 1분으로 승용차 정원 되었네요.
출발시간 = 7시
출발장소 = 2호선 잠실역 7번출구 버스타는곳 조금지나 한가한곳.
감사합니다. 내일뵙겠습니다.
바우길 열구간중에 이 구간이 가장 궁금한 길입니다.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한 갑니다.
하늘이 무너지면 더 더욱 와야 합니다..
왜냐구요, 우추리 **바위가 지켜주니까요....
요즘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계속 주말 출근인데..
토요일은 출근확정이고 일요일은 좀 더 지켜봐야할거 같아요.. ㅠ_ㅠ
일요일 출근 확정입니다.. ㅠ_________ㅠ
아~ 이번에는 호랑이님 꼭 다시 볼줄 알았는데... 봄쯤 다시 뵐 수 있겠지요?
아..아쉬운데요. 걷기선수인 호랑님에게는 이 길이 아주 제격인데 말이죠. 5월에 녹음 우거지면 다시 걷기를 해보지요.
가평아지매 4명도 낑가 주세요~~~ㅎ
ㅎㅎ 누가 낑가주지 않아요. 그냥 모른척 끼시면 절루 낑겨진답니다.
무조건 낑기면 다 해결됩니다. 1 구간도....
에고~ 헌화로 소개 잔뜩해놨는데....암튼 남편이랑 멋진아들, 이쁜조카 둘 달고 내려갑니다.
왜 부애가 날라 그러는지 몰라요.
뚝!! 사는기 다 그렇지요.
아 깜딱이야. ㅎㅎㅎ 뚝 소리에 놀랬잔아요.
일직 바꿨사요.가꺼니요.ㅎㅎㅎ
잘했싸요. 그런데 저는 못가요 뭐. 에궁~~
누가 바랬키나 한데, 메~렁~~!!ㅋㅋㅋㅋㅋ
버스타고 갈 수 있는 곳인가요? 그리고 신청하면 갈 수 있는건지요,,?^^
28일 일요일 아침 9시 30분까지 강릉종합운동장(여기오면 사람 많습니다.)이나 강릉고속버스(시외버스)터미널까지 오셔서 이기호 대장님이나 저에게 전화를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