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모임은 이수은 선생님, 박현수 선생님, 임현숙 선생님, 김진선 선생님, 이화명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각자 어떤 책을 가져오셨는지 소개하고, 한분씩 깊이 나눠주셨습니다.
지윤씨는 ‘자유나라 평등나라, 오가와 히토시, 바다출판사’ 나눴습니다.
자유나라에는 빈부격차가 심하고, 거지들도 많습니다.
평등나라는 옷을 같이 입거나, 직업이 선택됩니다.
두 나라의 경계에서 똑같은 외모의 소녀가 만납니다.
두 소녀는 이틀 동안 나라를 바꿔 살아보기로 한다고요.
다시 각자의 나라로 돌아온 두 소녀.
자유나라 소녀 벨은 평등나라 이야기를 전하고,
평등나라 소녀 쿠는 자유나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두 소녀는 사람들을 모아 경계에서 함께 만나기로 합니다.
사람들은 두 나라의 좋은 점은 살리고 나쁜 점은 개선하여, 더 나은 나라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의논한다고 합니다.
책 ‘자유나라 평등나라’에서 더 나은 나라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요?
지윤씨가 책속에 한 구절을 소개했습니다.
“십시일반?”
“십시일반이라는 건 어떤 나라에 옛날부터 전해져 온 말이란다. 자신의 일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도 생각하며 힘들 때 서로 나서서 돕는 거지.”
“다른 사람과 나를 똑같이 생각하는 거면 평등나라에는 딱 들어맞네.”
“게다가 자유롭게 도와주고 싶으면 도와주는 것이기도 하니, 자유나라와도 맞아.”
“그렇고. 자유만도 아니고 평등만도 아니지. 서로 힘든 일이 있을 때 돕는다는 마음이 중요한 거요.”
자유나라 평등나라 이야기가 남북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독재정권에 굶주리는 모습만 보여지는 북한을 보며 진짜 북한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이야기, 통일되면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괴로울 것 같다는 이야기, 독립된 정부로 인정하고 교류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들이 오갔지요.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중요하겠다는 이야기로 주제가 나아갔습니다.
이번 신고리 원전 건설 뉴스를 보며 숙의민주주의를 생각하게 된다고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임현숙 선생님께선 문제를 안보고 일상의 다른 부분, 강점을 바라본다고 하셨습니다.
더하여 ‘틀림’과 ‘다름’의 차이도 이야기 하셨지요.
박현수 선생님께선 화가 나는 것은 서로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 하셨습니다.
원숭이가 개를 보면 놀라는 것처럼 서로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나 다툼이 있는 것은 아닐까 말씀하셨지요.
임현숙 선생님께서 “뿌리가 깊은 나무는 간격을 두고 자란다고 합니다.” 말씀하셨습니다.
관계가 깊어지려면 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함을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수은 선생님께선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 이외수, 해냄출판사’ 나눴습니다.
도서관의 신간코너에 꽂혀있는 책이 궁금해서 꺼내보셨다고 합니다.
책의 내용은 읽어보라며 비밀이라 하셨고, 다음의 구절을 소개해주셨지요.
‘심안은 마음의 눈이고 영안은 영혼의 눈이에요 전체와 영원을 볼 수 있는 눈이지요. 걸레도 심안과 영안으로 보면 달라요.’
다른 사람을 깨끗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자신이 더러워지는 걸레를 더럽고 지저분하다고만 볼 수 있을까요.
보는 관점에 따라 같은 물건도, 사람도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박현수 선생님께선 ‘힙스터 핸드북, 문희언, 여름의숲’ 나눴습니다.
직업상 디자이너 분들과 이야기 할 기회가 많다는 박현수 선생님.
힙스터에 관해서 알아보면 이야기 나눌 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어 읽어보셨다고요.
힙스터란 무엇이고, 어떤 사람을 뜻하는 말일까요.
인디음악을 찾아듣거나, 자기만 아는 브랜드를 소비하거나, 수공예품을 만드는 등의 자기만의 생활방식을 가진 젊은이들을 힙스터라 한다고 합니다.
책에는 어떤 사람이 힙스터인지 테스트하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잠시 힙한 생활 테스트를 했습니다.
‘서울시 마포구에 산다.’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제주도다.’
‘하나 정도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다.’
‘텀블벅 후원횟수는 10회 이상이다.’ 등
힙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과정에서 웃음이 이어졌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위의 테스트를 통해 알 수 있었지요.
박현수 선생님께선 비교적 돈이 적게 들며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는 느낌이라 하셨지요.
물질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환경이니 문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하나로 규격화 되는 것을 싫어하는 지금 사람들의 삶과
전체에서 벗어나면 다르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던 이전 사람들의 삶.
각각의 삶을 이야기하며 세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임현숙 선생님께선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헤르만 헤세, 웅진닷컴’ 나눴습니다.
헤르만 헤세 작품 가운데 여러 주제(진정한 사랑, 성숙한 삶, 죽음과 젊음, 참다운 진리 등)와 어울리는 구절들을 모은 책이라 소개하셨습니다.
임현숙 선생님께서 와 닿은 구절을 낭송해주셨지요.
‘지혜란 전달될 수 없는 것이어서 현자가 전달하고자 애쓰는 지혜의 소리는 항상 어리석게 울리는 법이네.’
‘그 누구에게도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지배할 힘을 내어줬다는 거야.’
‘그는 사랑을 했다. 자기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를 잃어버리기 위한 사랑을 한다.’
마지막 구절을 나누며 잠시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모습을 지켜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요.
뿌리를 깊이하려면 서로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다시 나왔습니다.
같이 살되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는 결혼생활의 지혜를 얻었습니다.
김진선 선생님께선 ‘모르는 아이, 장성자, 문학과지성사 와 눈물바다, 서현, 사계절’ 나눴습니다.
‘모르는 아이’는 제주 4•3 이야기가 담겨진 동화입니다.
김진선 선생님께서 줄거리를 쭉 소개해주셨지요.
열세 살 연화는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모르는 아이입니다.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모르는 사람, 모르는 아이가 되는 일이 최선이었지요.
작가는 제주도 고향이라고 합니다.
작가의 말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고요.
‘그러다가 제주에서는 제삿날이 같은 집이 많다는 걸 알았다. 그 제삿날이 아주 무섭고 아픈 사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알았다. 당혹스러웠고 슬펐다.’
책을 읽으며 전쟁이나 이념갈등이 있으면 약자들의 삶이 가장 먼저 힘들겠구나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이어서 그림책 ‘눈물바다’ 이야기도 나눠주셨습니다.
김진선 선생님의 첫째 아이에게 많이 읽어준 책이라 하셨지요.
하루 종일 되는 일이 없는 날입니다.
시험은 망치고, 비는 오는데 우산은 없고, 집에 도착하니 부모님이 싸우는 그런 날.
침대에 누워 우는데 눈물이 바다가 되고, 친구 아빠 등 모두 쓸려 내려갑니다.
그렇게 쓸려 내려간 모두를 빨랫줄에 널어주며 아이는 시원해한다고요.
가끔은 이런 재미있는 그림책도 나누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모두 김진선 선생님의 그림책 이야기에 빠져들었지요.
저는 ‘천마총 가는 길, 양귀자, 쓰다’ 나눴습니다.
80년대 경주여행의 풍경이 그려진 책입니다.
옛 경주여행의 모습은 어떠했을지, 사람들에게 경주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서 읽어보았지요.
주인공은 묘지이전 문제로 가족과 대구로 내려옵니다.
일을 처리하고 받게 될 보상금으로 가족여행을 하기로 하지요.
많지 않은 돈이나마 여행 떠날 생각에 들뜬 가족.
딱히 행선지를 정해놓지 않은 가족은 식당주인의 말을 따라 경주에 오게 됩니다.
교통편이 불편하던 그 시절.
터미널에 내린 주인공 가족은 4만원을 주면 종일 경주를 소개해준다는 택시기사의 말을 듣곤 택시에 몸을 싣습니다.
택시기사가 소개한 숙소에서 잠을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관광지를 둘러보고, 다시 택시에 몸을 싣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무미건조해 보이는 여행 속에서 주인공은 과거의 아픔을 떠올립니다.
마지막 여행지, 대릉원에서 비상하는 천마도를 보며 주인공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합니다.
‘나는 왜 여기까지 와서 악몽에 붙들려 있는지,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하였다. 그는 다시 천마도 앞에 바싹 붙어 섰다. 새로 출발할 수 있을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어느덧 경주에 산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경주를 찾고, 무엇을 얻어갈까요.
경주에서 책방을 하는 저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할 수 있을까요.
비록 비루한 여행이라도 누군가는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수 있음을,
오늘 경주를 다녀간 수많은 사람 가운데 몇몇도 그럴 수 있음을 생각해봅니다.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지친 삶을 위로하는 책방이고 싶습니다.
모임 마치고 소감 나누었습니다.
경주에서 새로운 분들을 알게 되어 유익하고 감사하다는 이야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일이 중요한 만큼 나와 내 곁에 사람에게 잘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이야기,
젊었을 때에 책도 많이 읽고 옷도 예쁘게 입고 지내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모임을 마치고도 이야기가 오래도록 이어졌습니다.
고요한 가을밤이 여러 이야기로 곱게 물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