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장
비밀
나는 사람들이 비밀을 좋아하는 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심리 치료사로서 다른 사람들의 수많은 비밀을 지켜 왔다.
그 비밀들은 내 것이 아니었기에 , 나눌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삶의 비밀 , 즉 내면의 신비에 대해서만큼은 달랐다.
나는 이를 듣고자 하는 이들만 있다면
가능한 한 많이 이 비밀들을 알리고 싶었다.
물론 예수는 이렇게 삶의 비밀을 나누다가 죽임을 당했다.
그는 ' 알아들을 귀가 있는 사람들은 들으시오 ' 라고 외치며
우화의 형식을 빌려서 내면의 신비에 관한 비밀들을 설파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 많은 문화권에서는 그러한 신비 ,
즉 , 깊은 영적 진리들을 대중에게 전하는 것이 금기였다.
다음 날 아침 , 나는 소파에 앉아 평소처럼 차 한잔을 하면서
레프리콘의 비밀에 대한 본질을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 세상에 밝혀도 되는 비밀일까 ? ' 아니면 나 혼자 간직해야 할까 ? '
" 음 중차대한 사안이군. "
내 친구 레프리콘이 말했다.
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 앉더니 내가 미리 따라 놓은 차를 마시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는 양손으로 컵을 쥐고 뜨거운 차를 한 모금씩 마시며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 그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 먼저 인간의 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논의해 보고 싶소. "
" 인간의 성은 그의 조상이 누구인지를 알려 줘요. "
내가 대답했다.
" 성은 자신이 영국 , 독일 , 일본 등 어느 혈통을 이었는지를 보여주죠.
어떨 땐 우리나 조상의 타고난 재능에 관한 통찰을 주기도 해요.
예를 들어 , 내 성 헬리웰은 빛과 어둠 ,
즉 , 태양의 의식적인 세계와 달리 무의식적인 세계 사이의 균형을 의미해요.
이것은 내가 누구인지 ,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죠.
여성을 결혼하면서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는데 , 그 새로운 이름은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아요. "
레프리콘은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은 뒤 ,
다음과 같이 질문하였다.
" 왜 자식들은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이오 ? "
" 아주 오래전에는 자식들이 어머니의 성을 물려 받았어요. "
내가 대답했다.
" 여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요.
누가 나의 어머니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지만 ,
그에 비해 아버지는 확실하진 않거든요.
하지만 남성들은 여성의 성을 따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요.
남성들은 여성과 아이를 자신의 소유뮬로 여기고
그에 대한 소유권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했죠. "
레프리콘이 끼어들어 말했다.
" 우리는 엘리멘탈이나 인간을 바라보면
즉시 누가 그의 어머니이고 아버지인지 ,
심지어 조상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소.
그것이 그들의 진동 전체에 쓰여 있기 때문이오.
따라서 우리는 굳이 성을 가질 필요가 없다오. "
레프리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덧붙였다.
" 하지만 우리도 가끔 재능이나 명성을 이름 뒤에 붙이기도 한다오.
셔우드 숲의 로빈후드 같은 이름이 그 예지. "
그는 뒤로 기대고 앉더니 , 히죽거리며 웃었다.
인간 세계의 민담 속 영웅을 알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다.
나는 로빈 후드가 엘리멘탈 세계와 관련 있는 인물인지 궁금했고 ,
그러한 내 생각을 레프리콘에게 보냈다.
" 우리에게는 다른 버전의 로빈 후드 이야기가 있소.
그거야말로 진짜 이야기지. "
내 친구 레프리콘이 기꺼이 자청하며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 이것은 어느 귀족 엘프 왕자에 관한 이야기라오.
그의 아버지인 왕은 전쟁에 나가 있었고 ,
왕자에게 왕국을 부탁했소.
하지만 왕자의 삼촌은 계략을 꾸며 자신이 왕좌를 차지하고
죄 없는 왕자를 내쫓아 버렸지.
왕자 로빈은 숲으로 도망쳤고 ,
새와 동물들이 그의 친구가 되어주었다오.
그렇게 왕자는 숲의 엘프가 되었소.
한편 , 왕자의 악랄한 삼촌은 왕국에 불행과 절망을 몰고 왔소.
그리하여 또 다른 귀족 남성 엘프가 로빈 왕자가 있는 곳으로 도망쳐 왔고 ,
그들은 힘을 합쳐 삼촌과 전투를 벌였소.
동시에 숲의 은신처로 후퇴하여 몸을 숨기기도 했지.
최후에는 왕이 왕국으로 돌아왔고 , 왕국은 정상으로 되돌아갔다오. "
" 인간 세상에는 요정의 세계를 무대로 하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군요.
당신들도 인간으로부터 이야깃거리를 얻나요 ? "
내가 물었다.
" 인간들의 이야기 대부분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오. "
그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 디킨스 , 셰익스피어 , 도스토예프스키를 떠올려 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요.
그들이 쓴 이야기들의 주제는 곧 우리가 얽히지 말아야 할 이유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인간 이야기는
우리가 집필을 도왔던 이야기들이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와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같은 것이지. "
갑자기 내 머릿 속에 한 가지 통찰이 번뜩 떠올랐고
이 생각을 그에게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이야기들은 단순히 재미를 위한 이야기들이 아니었네요.
그렇죠 ?
그것들은 개인 뿐 아니라 우리 인간 종족을 위한 인간 의식의 기록물이었던 거예요.
이야기는 이름과 같은 거였어요.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흔적 같은 거죠. "
" 그렇소 ! "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 나는 오랫동안 신문 구독이나 텔레비전 뉴스 시청을 거부해왔어요.
이러한 대중 매체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극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그것들은 우리 세계가 엉망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키고 ,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사고 방식을 만들어내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바로 그래요.
그렇지 않나요 ?
" 그렇소 ! " 그는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외쳤다.
" 문제는 ...... " 나는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말했다.
" 내가 조금 전에 당신에게 한 말을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 말고는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 "
" 그렇소 ! " 그가 세번째로 외쳤다.
" 당신은 이야기를 전해야 하오.
사람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
지구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살리는 이들을 돕도록 하시오. "
사람들이 믿기 힘든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말하는 레프리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