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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 #파리대왕 ' 의 한 장면이에요. 무인도에 불시착한 소년들은 살기 위해 원시의 본성을 드러내고, 그중 잭이 잔혹한 면모를 보이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소년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열두 살 랠프를 지도자로 뽑은 일이었어요. 이들은 소라를 불어 회의를 소집하고, 소라를 들고 있는 사람만 발언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곧바로 산 위에 봉화도 올려요. 각자의 역할을 맡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소년들을 보면 곧 구조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하지만 랠프가 지도자가 된 것이 불만인 소년도 있었어요. 다혈질에 충동적인 성격을 가진 잭은 사사건건 랠프와 대립각을 세웁니다. 랠프는 바닷가에 오두막을 먼저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잭과 그를 따르는 일행은 사냥이 먼저라고 우겨대죠. 며칠 후 잭 일행이 멧돼지를 잡아 오자 그 위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갑니다. 무인도에 #표류 하게 된 어린 소년들에게 먹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이죠. 이 사건으로 랠프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지고, 잭 일행의 폭주는 더 심해져요. 기고만장한 잭은 랠프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돼지'라 불리는 소년의 뺨을 때리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소년은 고기를 제공하는 잭 일행에게 넘어간 상태예요.
사람 사는 세상이면 다 그렇듯, 소년들의 세계에도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낙하산병의 시체를 본 소년들이 섬에 커다란 '짐승'이 있는 것 같다며 랠프 일행을 #두려움 에 떨게 한 거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랠프가 조직한 수색대는 시체를 보고 혼비백산 도망칠 뿐이었어요. 다급한 랠프는 회의를 소집해 봉화 관리를 철저히 할 것과 몸을 피할 오두막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소라를 가져야만 발언할 수 있다는 규칙은 이미 깨어진 지 오래. 잭 일행의 방해로 회의는 어수선하게 끝나고 말아요.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잭 일행은 '짐승'의 정체를 밝히려는 소년 사이먼을 죽이는 등 10대 소년들이라 생각하기 힘든 잔혹한 일을 저지릅니다. 바위를 굴려 '돼지'를 죽일 때는 어떤 양심의 가책도 없어 보이죠. 잭 일행은 얼굴에 기이한 색칠을 하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춤을 추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랠프는 #선 (善), 잭은 #악 (惡)이라며 '파리대왕'이 인간의 악한 본성을 고발한 작품이라고 평가해요. 이 책이 출간된 해가 1954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생각해볼 것이 있어요. 골딩은 #인간지성 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인 20세기에 인류가 저지른 일이라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밖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그는 '악한 인간 본성'이 아니라 ' #인간존재 자체'가 악하다는 일갈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 몰라요. '파리대왕' 소년들에게서 오늘날 우리 모습이 겹쳐진다면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요?
출처: 프리미엄조선|[장동석]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