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몸을 좀 사리고자 안 뛰려 했으나,
작년에 끝까지 함께 뛴 두 분이 참가한대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또 신청한 대회
(작년에 달리기입문 2개월 차에 멋모르고 완주했다가 장경인대증후군으로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접게 만들어준 대회이다)
잠이 무척 부족했기에 걱정하며 집결지로 향했지만 그래도 작년보다는 나은 컨디션
여의나루역 마포대교 남단 집결지
23시에 출발하여 다음 날 6시까지가 제한시간인 무박이일 대회이다
작년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여있다
함께 달린 이들과 함께 몸을 풀고 출발
같이 달리고 응원받고 하는 일들이 없었다면 끝까지 달리지 못했을 것 같다
어쩌면 동반주를 하게 될 수도 있다기에 급히 텍스트로 동반주 공부를 하고 참석했으나,
가이드러닝 후방 보조만 맡아 19km를 달리게 되었다
주자분께서 달리기 입문자이시기에 맘편히 가장 늦게 출발해서 하늘하늘 레이스
완벽히 꼴찌에서 달리는 해방감이 의외로 즐거웠다
날씨도 의외로 선선하고,
'아 오늘은 정말 좋은 여름 밤이구나' 하는 생각
달리며 대화를 하다보니, 동반주자분께서 10km 이상은 달려보신 적이 없으시다고 한다
10km이후 9km정도는 걷는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누군가의 기록 갱신의 자리를 매 걸음 함께 할 수 있었다
(마라톤은 정확한 게 평소 달리던 거리 넘어서는 순간부터 딱 굉장히 힘들어진다)
결국 한참을 걷는속도로 진행하다 쉬다가를 반복하다가 19km 지점에서,
가이드러너분께서 후방보조였던 나와 전방보조분께 이제 각자의 달리기를 하라고 하신다
아쉽지만 인사를 드리고 이 때부터 6분대 페이스로 밀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시간이 이미 흘렀지만 힘을 내어 시간 내 완주해 보자는 의지 공유
반환점에 도착하니 이미 새벽 두 시 사십 오 분
시간이 없다
화채, 콜라, 바나나를 허겁지겁 먹고,
원래 고쳐 신으려던 신발도 그대로, 스트레칭도 속성으로 하고 금방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42~3km 지점 쯤인 반미니까지 "성실하게" 달렸다
옆에서 처지는 듯하면 템포를 늦추기도 하고, 내가 처진다 싶으면 이 악물기도 하며
혼자였으면 아마 엄청 걸었을 것이다
나는 입문 러너이기에 타인의 달리기를 유심히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일이 많다
해피레그 대회의 주자분들에게는 유독 느끼고 배우게 되는 것들이 더 많다
달리며 챙겨먹은 아미노 바이탈 두 포, 파워젤 세 개, 그리고 수박, 콜라, 이온음료...
입과 속이 뒤집어질듯 달아져 있는 상황에서,
반미니 전 10여 킬로미터를 단 하나의 생각만을 가지고 달렸다
'편의점이 나타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큰 컵으로 마시자..'
누가 뭐래도 "올해의 커피"였다
한참을 열심히 달렸지만 반포 미니스톱에 도착하기 어느 정도 전에 시간 내 완주는 사실상 포기하게 되었다
남은 7~8km를 6분대 페이스를 유지한다는게 힘들겠다는 판단에 가끔 걷는 구간도 생기다가 막판엔 후련하게 걸었다
(욕심 내 뛴다 해도 부상의 위험이 따를 것 같았다)
결국 제한시간을 12분 넘겨 도착
그런데 그리 아쉽지가 않다
오늘 정말 잘 달렸다 재밌었다
그래도 작년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체력도 제법 남는다
혼자 참가해서 혼자 즐기거나, 기록에 목표를 두고 노력한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레이스이겠지만,
이 대회는 매년 이렇게 달리고 싶다
'달리기' 자체가 이렇게 무궁무진한 이유로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하는 경험이 흔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닐듯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쯤은 어찌되었든 원 없이 달려보는 날이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아마도 내가 달리기를 하는 한 매 년, 오래오래 참가할 대회가 될 듯 하다
(달리지 못하면 서포트 역할이라도)
메달은 실제 사용했던 말 편자!!
개인적인 팁으로는,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 아니라면 모자도 고글도 필요 없으며 딱히 랜턴이 필요한 구간도 없습니다
트레일러닝 가방 또한 필요치 않습니다
(행여 동반주자들과 함께 마실 물을 소지할 경우라면 유용합니다)
레이스벨트 등으로 간단히 휴대전화와 신용카드정도만 소지하면,(추가로 파워젤 등)
주로에 있는 편의점과 아리수를 통하여 충분히 보급이 가능합니다
(미리 편의점 위치들을 파악하시면 좋습니다)
첫댓글 스리슬턴님! 제가 그 날 2시07분에 반환점을 돌고오는데 반환점을 향해 걷•달하셨던분 같네요 수고 많으셨구요 수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