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많은 후기입니다. 주욱 깔아 놓겠습니다.
진천 화랑공원에서 '아리랑축제' 라는 행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곳에 도착하니 먼저 자리를 잡아놓고 아이들의 서명을 받고 계신 당년 마흔 둘의 꽃젊은이 주상수님이 보입니다.
신발까지 (색)깔맞춤에 신경쓰며 세월호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개념 머쨍이~ ㅎㅎ


주상수님은 아이들과 눈높이 농담이 잘 이루어 집니다.
" 너 여자친구 있니?"
" 아니요."
" 그럼 전화번호도 적어, 이쁜 여자친구 소개해줄게."
"와하하..."
전 피켓만 손에 잡으면 갑자기 진지모드로 돌변이 되고, 사람들과 말이 오갈 땐 어떻게든 세월호의
아픔을 전달하려는 욕구가 과해져서 아마도 주상수님같은 젊은웃음은
드러내 본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 응? 젊은 웃음뒤에 살짝 송해 선생님 표정이 보인다구요? )

봄볕이 따뜻따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따갑따갑 했지만
바람도 솔찮히 불어 제꼈습니다.
대형화분에 기대 세운 피켓들이 자꾸만 엎어지고 이리저리 날아다녀서
피켓과 서명대 양쪽을 다 신경 쓸 수가 없었습니다.
해서, 청주 이은주님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던 집게와 고무줄을 이용해서 피켓을 고정 했으면 하는
얘기를 꺼내자 마자
주상수님이 바람타고 휘융~문구점을 날라갔다 왔습니다.
그후 각 피켓마다 붙들어 맨 고무줄과 집게는
몇사람 몫의 피켓팅을 아주 잘 수행했습니다. (대견대견)



이 이쁜 여학생들은, " 세월호때문에 저희들 엄청 많이 울었어요. 완젼... 진짜... " 하며
제 또래 아이들의 비극에 깊은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그래, 단원고 애들도 너희처럼 이렇게 밝고 예쁜 애들이었을텐데...ㅠㅠ'

이 커트머리 여자분은 거의 뒷모습인데도 왜 중후한 나이가 보이는거냐고요~

천안에서 사랑스런 박은주님이 달려와 함께 서고

얼마 안 있어 국민언니(or 국민엄마) 여다원님 합류.
그리고 썬글쓰신 남자분은
이름도 길고 거한 '주민참여예산 진천지역위원회' 위원 김현호씨입니다.
앞으로 진천시위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습니다. ^.^

큰누님같은 다원님(저얼대로 몸매얘기가 아닌거 아시죠?) 이 준비해오신 김밥과
직접 끓여온 커피. (이런 큼직한 김밥이 가방안에 세 뭉치가 더 있던걸 보았습니다.)
우물우물 김밥을 입안에서 회전시켜가며, "서명해 주십시오~"

오물오물 고난이도 구강회전의 스킬을 보여주고 있는 은주님.
바로 위에 위에 있는 사진속, 까만 김밥앞에서 서명하고 있는 완존 훈남청년에게
" 전화번호까지 쓰시면 더욱 개념있어 보입니다." 했더니
당당하게 전화번호를 남겼습니다.
당연하죠! 절대 부끄러운일도, 두려운일도 아니니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거죠.

사진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박은주님과 저는 가붓한 손피켓 하나씩만 들고
도로 가까이 섰고 스탠드피켓들이 거리 군데 군데 뛰어난 존재감을 과시하며
자리를 지켰답니다. 아! 전신주 중간에도 "세월호 인양하라 " 피켓 하나 매달아 놓았습니다.
(이쁜 자슥들 쓰담쓰담)


이분이 지금 뭐라 말씀하고 있냐면요.
"여러분, 어느학교예요?"
"진천여중이요~(떼창)"
"진천여중 전체가 노란리본으로 노랗게 펄럭이도록 스티커랑 노란리본 달아주세요~"
"네에~(떼창)"
"우와~ 진천여중 사롸있네~"
"사롸있네~(떼창) 하하하하 "
그리고 제맘대로 선정한 오늘의 베스트 장면들을 소개합니다.
두둥!
횡단보도와 가까이 서있던 은주님이 건너편에서 넘어오는 한무리의 사람들에게 외쳤습니다.
"세월호인양 서명하세요"

그러자 큰 무리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는 얼굴로 은주님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은주님이 무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저를 따라 오세요. 정의가 강같이 흐르는 서명대앞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딱 그런표정 아닌가요?

무리가 은주님을 따라갑니다.
















서명대 앞에 이르렀습니다.

자, 다원님이 줄을 세우고 정리를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김현호님과 떼창을 하게 된겁니다.


생거진천의 아름다운 얼굴들을 공개합니다.





다원님이 김현호씨의 피켓사진을 찍겠다고 하니까
" 에이, 뭘 사진을 찍습니까?"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다원님이 말했습니다.
"이런 사진들이 유가족분들의 눈에 띄면 그분들이 그렇게 위안이 되신대요."
저, 지난주에 다원님이 "진천 15차 후기 언니가 쓰세요." 했을때
김현호씨와 비슷하게 말했었어요.
그런데 오늘 다원님의 말이 좀 떨어진 제 자리까지 들렸습니다.
(글쎄, 다원이는 목소리가 너무 크다니까)
어제 페북으로 #세월호 잊지마세요 릴레이 캠페인에 지목받았던게
하필 새벽 3시에 생각나는 바람에 (지목한 사람도 바로 박은주님, 그리고 저는 페북맹)
그거 숙제하고 자느라 새벽 4시 넘겼고, 오늘도 집에 들어오니 역시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이라,
음~, 조금 졸렸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미루지 않고 꼭 오늘 후기를 쓴 이유는,
바로 그 '유가족분들께 위안이 된다'는 다원님의 목청 높은 외침 때문이었습니다.
# 서명대 배치에서부터 피켓진열, 피켓고정, 스티커 나눔, 마지막 피켓정리까지 도맡아 주신 주상수님의 수고가 엄청났습니다.
#오늘 배부된 스티커와 고리달린 세월호리본은 몇주에 걸쳐 다원님과 다원님이 근무하는 병원의 간호사분들께서
작업해 주신 귀한 정성이었습니다.
# 오늘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00명이 넘는 진천분들께서 서명에 참여 해주셨습니다.

# 500 봉지. 이것과 똑같은 양이 오늘 진천에서 나눔되었고
이상자는 충주학생들을 위해 저에게 전달된 다원님의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 입니다.
이와 같은 상자들이 세종시에도 가고 공주에도 전달될 예정이랍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회피하는 것은 천심을 거스르는 짓입니다.-
첫댓글 사진들만 보고 어떤 상황이였을까?
상상했는데...
시간흐름에 따른 사진과 설명을 보니 저 또한 그 자리에 있는것처럼 생생합니다.
주상수님의 적극성, 박은주님의 노련함, 여다원님의 포근함과 열정, 이성희님의 섬세함과 부드러움, 김현호님 선글라스 멋지십니다~^^
진천 아리랑 축제가 빛이 났겠군요.
모두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
남편에게 은주님 댓글 읽어줬어요. 둘이 같이 막 웃었다는. 김현호님 선글라스. ㅍㅎㅎ
애쓰셨어요
스티커가 줄어들때마다 뿌듯했답니다~
13일부터 진천농협앞에서 진천자치단체몇분들이 힘을 보태신다니
저로서는 너무 큰 기쁨이네요~ㅎ
17차 후기 너무 멋지고 따봉입니다^^♡
진천은 조만간 전국 최고의 활성화지역으로 꼽히게 될것입니다. 다원님 고생하신 보람이 느껴집니다. ^^
우와 대단합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
우와....사진과 함께하는 후기 정말 생생 그 자체네요~ 제가 마치 그자리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대동단결하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습니다. 든든해요~~^^♥
사실 전 피켓팅때뿐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휴대폰과 그닥 친하지 않은편입니다. 피켓팅때는 약간의 기록 의무감으로 얼른 동영상을 찍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캡쳐를 하지요. 사진이 말해주는 현장감이 훨 좋은게 사실이니까요. ^^
정말 배꼽 빠지는 후기입니다^^
역시 주상수님이 한몫 하셨을거로.
여기등장인물들은 만화책 주인공들 같습니다. 성희님이 그리신 세상에 살고싶어요. 빨리 그런날이 와야하는데... 너무너무 애쓰셨고 사람을 움직이는 큰 성흽니다.♡
성희님이 그리는 세상은 세월호참사 주범들을 공개처형하는 잔혹동화입니다. 그런데 심장 약한 사람이 봐도 더 기력이 살아나는 치유의 동화?
히~ 좋다.~
저도 흥미진진하게 보았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번엔 김현호님덕인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