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현입니다. 요즘 들어 습하고 후덥지근한 여름 절정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중단됐던 하늘광장의 분수가 오랜만에 다시 나오기 시작하여 아이들이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마 흠뻑 젖은 옷과 머리를 보고 느끼셨을 거예요.
제가 저번 주 수업 일지를 빠뜨려서 오늘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제 줄넘기는 모두 자기 수준을 넘었습니다. 처음에만 해도 한 개 넘기가 어려웠던 성현이는 이제 문제없이 10번 이상을 넘습니다. 태권도장에서도 줄넘기한다며 줄넘기 시간에 자신감이 넘칩니다. 연속해서 줄을 넘는 건 당연했던 은후도 달리면서 넘기를 오늘 아침에 성공하고 뿌듯해했습니다.
요즘 읽는 책들은 모두 널리 알려진 명작 동화들입니다. 저번 주에는 '오즈의 마법사'를, 이번 주에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읽었습니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다른 어린이 동화들과는 다르게 하멜른 사람들이 아이들을 잃고 후회하며 끝이 납니다. 아이들은 (나름) 충격적인 결말에 놀라기도 했고 다음 편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요. 그래서 유건이는 다음 편을 본인이 만들어 오겠다고 말했어요.
아이들에게 후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고 물으니, 은후가 오늘을 잘 살면 될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살면서 후회했던 적을 생각해보라고 해도 없다고 얘기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모든 하루를 잘 살았나 봅니다.
저번 주와 이번 주로 해서 쿠쿠의 동작을 배우는 건 끝이 났습니다. 신기하게도 한국말이 아닌 언어로 부르는 쿠쿠의 노래는 모두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동작의 정확도는 완전히 배제하고 수업했습니다. 그저 빠른 리듬에 에너지를 마구 분출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거든요. 그러나 아이들에게 학기 마무리 워크샵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동작 하나를 찬찬히 맞춰보았는데, 생각보다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
저는 제가 혼자서 아이들에게 어떤 과제를 주고 그것을 세세하게 봐주며 연습을 진행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7월 한 달간은 그 연습을 해볼 생각인데 무척 기대됩니다. 아이들이 얼마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제가 그 정도를 얼마큼 정해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처음이니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ㅋㅋㅋ
저번 주의 놀이는 '귓속말 전하기'였습니다.
한 사람씩 네 귀퉁이에 떨어져서 앉고 일정한 방향으로 자기가 제시어를 귓속말로 들으면 다음 사람에게 가서 귓속말로 전하는 게임입니다. 한 바퀴를 다 돈 후, 마지막 사람이 외친 정답이 처음 제시어와 같다면 한 문제 성공입니다. 저희는 총 10문제를 도전과제로 정했습니다.
1~4문제까지는 사과, 기린, 바나나 등 짧은 단어로,
5~8문제는 알록달록, 푸른 하늘과 같은 조금 긴 단어나 간단한 조합,
9~10문제는 '사과가 나무에 열렸어요' 같은 더 긴 문장으로 진행했습니다.
중간에 연후도 불러와서 3문제 정도를 민들레와 같이 했답니다. 처음 난이도에서는 쉽게 전달이 되는 하다가도 가끔 사과가 사자가 되는 등 변형이 조금 생겼습니다. 중간 난이도도 모두가 애를 써서 겨우 넘어갔는데 최고 난이도에서는 변형이 난무하였습니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문장으로 변하기 일쑤였지요. 심지어 본인이 말하고도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가끔 서로를 탓하기도 했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누구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챈 듯합니다. 저도 아이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다가 결국 10문제를 모두 성공했답니다.
이번 주 오후 시간에는 영화를 같이 보았어요. 1939년도에 개봉했던 오즈의 마법사를 보았답니다. 명작 동화들을 읽다가 동화마다 여러 버전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유난히 '오즈의 마법사'가 많이 축약된 버전이어서 이 영화를 골라보았어요. 흑백으로 시작하고 심지어 더빙되어있지도 않은 영화였는데요, 아직 빠르게 자막을 읽지 못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어서 염려되긴 했습니다. 그래도 등장인물이 나올 때마다 책 읽어줬던 걸 기억하여 쟤가 심장을 갖고 싶어 했었나? 하며 이야기를 잘 따라가더라고요. 승유는 유일하게 흑백 장면에 나오는 농장 아저씨 3명과 컬러 장면에서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를 연기한 배우가 같다는 걸 알아챘어요. 분장을 많이 한 상태였는데 말이죠. 더 신기했던 건 영화를 계속 본 건 아니지만 1시간 40분 정도의 러닝타임 내내 자리를 지키던 연후였습니다. (물론 후반부쯤 되어서는 좀이 쑤신 아이들이 펄쩍펄쩍 뛰는 걸 자제시켜야 했습니다.😂)
저는 요즘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그냥 어리니까 그렇다고 생각해서 제가 하는 말에 집중하지 않고 장난 때문에 수업 진행에 지장이 있어도 따로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제 마음 한구석엔 아이들 속에 어른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함(과 무식함)이 계속 살아 숨 쉬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거든요. 제가 그 생각을 놓게 된 이유요? 적어도 지금 우리 아이들은 절대 쫄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분수도 나오지 않은, 전날 내렸던 빗물이 고인 자리에서 대책 없이 신발과 옷을 적시던 저번 주 점심시간. 여분의 옷, 신발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아서 심란해진 저는 괜히 화를 내며 아이들을 학교로 데리고 왔습니다. 젖은 양말을 벗으며 아이들에게 천진하기 그지없이 "진짜 재밌었다, 그치?"라고 말하는 성현이를 보고 그저 제 노파심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말았죠.
그래서 요즘엔 더욱 진심으로 상대합니다. 그냥 보고 지나가지 않으려 합니다. 이 정도면 오늘, 후회 없이 잘 지낸 것 같습니다.
오늘 스승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 주에 상반기 마지막 수업 일지를 올릴 것 같습니다. 😊)
첫댓글 은후가 너무 재밌어서 기다려진다는 오현수업 놀이시간^^ 매번 그날 놀이를 들려주고 춤을 보여준답니다~
우리도 아이들처럼 후회없이.. 오늘을 잘 살아보아요~ㅎㅎ 오늘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