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나는 시원한 그늘 아래서 지켜보았지.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니까 박 넝쿨 갉아먹는 소리가 나는 거야. 진짜 벌레가 나타나서 박 넝쿨을 다 뜯어먹었어."
또 머리를 만져댔다.
"이번에는 누가 한 것 같냐?" "하나님이요." "맞아. 거기에다가 해 뜰 때 뜨거운 동풍이 몰려와서, 해가 내 머리 중앙으로 쪼이기 시작했어. 가뜩이나 대머리인데…. 머리 꼭대기에서 부터 얼굴로 달아오르더니, 온몸이 불타는 게 진짜 더 있다가는 죽겠더라고."
그의 몸짓에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계속 그의 말 속으로 몰입 되어갔다.
"그래서 하도 짜증이 나서 하나님께 또 울부짖었지.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나으니 제발 죽여 달라고 외쳐댄 거야."
'으이구, 나 참' 속으로 궁시렁 거렸다.
"하나님께서 또 말씀을 하셨지. "네가 박 넝쿨로 말미암아 성내는 것이 어찌 옳으냐?" 라고 하시기에 내가 막무가내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을 했지. ‘네, 성내어 죽기까지 할지라도 옳습니다.’라고 외쳐 된 거야. 미쳤지."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웃기만 할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내가 너무 뜨거워서 맛이 살짝 간 거야. 그리고는 하나님의 슬픈 음성이 들려왔어. ‘네가 수고도 아니 하였고 재배도 아니 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말라 버린 이 박 넝쿨을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그러고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어."
그의 슬픈 표정에 나도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지만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 후에 나는 깨달았어. 나는 계속 고래 뱃속에서 살고 있었던 거야. 고래 심줄 같은 성질을 가지고 내 멋대로 하고 살고 있었던 거지. 베옷을 입고 제를 뒤집어쓰고 가슴을 찢어 회개할 인간은 바로 나였어. 하나님께서는 그런 나를 고쳐주시려고 고래 뱃속에 집어 넣으셨던 거야. 회개의 시간을 주셔서 내 고래심줄을 끊어 주시려고 말이다." "아, 고래 심줄…." "그래, 그것이 끊어져야 순종할 수 있는 거야." "어떻게 끊었어요?"
첫댓글 '하나님의 눈물'
하나님의 마음이 그러하실 것이라는 참으로 인간적인 표현방식입니다.
'하나님의 눈물'이란 찬양을 답글로 올립니다.^^
찬양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