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km 달린다는 메르세데스-벤츠 EQXX, 실주행 결과는?
최지욱 입력 2022. 04. 21. 10:54
지난 5일(현지시간), 메르세데스-벤츠가 EQXX 콘셉트카로 1,000㎞ 넘는 장거리 여정에 나섰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동안 독일을 떠나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로 향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EQXX는 지난 1월 등장한 전기 콘셉트카. 주행거리와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를 목표로 만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공개 당시 ‘EQXX는 1회 충전으로 1,000㎞를 달렸다’고 전했다. 다만 도로주행이 아닌 다양한 교통상황을 반영한 가상 테스트로 얻은 결과였다. 이제 ‘현실 세계’ 도로에 나가 진짜 실력을 뽐낼 차례다.
메르세데스-벤츠 시험팀은 독일 ‘진델핑겐(Sindelfingen)’에 자리한 R&D 센터를 떠나 스위스 알프스 산맥, 이탈리아 북부, 프랑스 남부지역 ‘카시스(Cassis)’를 누볐다. 목적지까지 총 거리는 1,008㎞. 시험 당일 외부 온도는 3~18℃로 다소 쌀쌀했다. 알프스 북부에는 약한 비가 내리고, 남쪽엔 역풍이 불었다. 추위에 약한 전기차에겐 가혹한 환경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충전구를 봉인하고 독립 인증기관 전문가가 동승했다.
시험팀은 고속도로와 산길, 오르막길, 정체 구간, 공사 구간 등 주행 중 접하는 다양한 환경을 거쳤다. 의도적인 연비 주행은 피하면서, 가급적 제한 속도를 유지했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따르면, EQXX는 때때로 아우토반에서 시속 140㎞로 내달렸다.
오후 7시 2분, EQXX는 11시간 32분을 달린 끝에 최종 목적지인 카시스에 도착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발표한 평균 속도는 시속 87.4㎞. 주행가능거리는 약 140㎞, 배터리 잔량은 15% 남았다. 전비 계산 결과 100㎞ 당 8.7㎾h를 기록했다. 환산하면 전기 1㎾h로 11.5㎞를 달린 셈이다. 기아 EV6 롱 레인지(뒷바퀴 굴림, 5.4㎞/㎾h)와 테슬라 모델 S 롱 레인지(4.3㎞/㎾h)보다 두 배 높은 전비를 구현했다.
높은 효율을 낸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 정답은 생김새에 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보닛을 낮고 둥글게 빚었다. 더불어 트렁크 라인을 길쭉하게 늘리고 지붕 라인을 물방울처럼 매끈하게 다듬었다. 그 결과 EQXX는 공기저항계수 Cd 0.17을 기록했다. 양산차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자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 EQS(Cd 0.20)보다 우위에 있다. 지붕에는 햇빛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태양광 패널 117개를 얹어 주행거리를 약 25㎞ 더 확보했다.
뒤 차축에는 메르세데스-AMG의 ‘하이 퍼포먼스 파워트레인스(High Performance Powertrains, PPF)’와 메르세데스-벤츠 R&D팀이 공동 개발한 전기 모터를 얹었다. 최고출력은 203마력으로, 전기 모터의 효율은 무려 95%다. 효율 좋은 디젤(약 40%)보다 2배 이상 뛰어난 수치다.
배터리팩 설계도 한몫했다. EQXX의 배터리 용량은 100㎾h로 더 뉴 EQS(107.8㎾h)와 비슷하다. 대신 부피는 50% 적고 무게도 30% 가볍다(495㎏). 또한 배터리에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를 넣어 전력 소비량을 줄였다. 배터리 열을 관리할 히트 펌프와 속도에 따라 길이를 직접 바꾸는 가변 리어 디퓨저, 냉각수 밸브, 워터 펌프도 챙겼다.
글 최지욱 기자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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