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도 마주쳤던 체대로 추정되는 과에서 운동장을 쓰고 있었다. 우리도 저 틈에 껴서 같이 트레이닝 해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차선책으로 농구장을 도는걸로 타협했는데, 운동장 도는게 아무래도 더 낫다.
왜냐 일단
첫째 농구장은 달리라고 만들어놓은곳이 아니어서 길이 불편함
둘째 일반 사람들도 지나다니는 곳이라 우리와 사람들 모두가 불편해질 수 있음
셋째 뛰다보면 농구하고 싶어짐
의 이유로 운동장이 낫다. 근데 아마 체대가 계속 사용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지...
어쨌든 농구장에서의 15+@를 뛰고 나서 또 땀에 범벅이 된 채 몇가지의 스트레칭 후 강의실에서 근력운동으로 마무리 했다. 이번에는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들고 온 덕분에 하루종일 땀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었다. 야호~
점심으론 김치볶음밥을 싸와서 먹었는데 음 좀 짰다. 아침에 레시피도 안보고 대충 손맛맨 했더니 조금 짜져버린듯;; 이게 요리다.
수진이는 무슨 보온통에 곰국을 싸와서 마시고 있었다. 몸보신을 좀 할줄 아는 친구인가... 곰국은 그냥 소금후추대파 넣고 밥말아서 후루룩 마셔야 되는데 그 욕망을 어떻게 참아내었는지 궁금
식사 후엔 조심스레 주말에 뭐했는지 안부타임을 가졌고 <키스>, <G코드의 탈출>, <죽음의 집> 순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키스를 공감,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들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했다. 애초에 조금 그런 작품이니까. 다만 그 예전에 읽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중성이형의 표현을 빌리자면) 윤며들었던 것 같다. 윤며들었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그 작가님이 의도하신 시선으로 내가 아주 정확하게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인받고 싶어하고 불안하며 계속해서 사랑 그 자체 혹은 관계 그 자체의 이데아를 추구하려는 소시민적이면서 완전히 소시민적이지 않은 대사들이 내게는 아주 찌질하고 내밀한 속삭임으로 들려왔다. 결국에 너와 나에게 필요했던건 무엇이었을까, 거기서 사는 것과 여기서 사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 물음 속에 빠지면 어쩐지 울 것만 같다. 그러니 빠지지 않겠다.
G코드의 탈출은 내가 진행했던 독서모임, 희곡 스터디들에서 빠지지 않고 읽었던 희곡이다. 생각해보니 국내 희곡 중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 계속해서 들고오지. 허름하고 퀘퀘한 분위기, 피폐한 사내, 마찬가지로 정신이 피폐한 여자. 과거부터 지속되어 오던 관계 속에서 사라져가는, 사라지는, 사라지게끔 종용하는 선택. 희곡 속 모든 설정들이 좋다. 시멘트 벽에 주먹을 쳐댄 중2병 스러운 모습도, 바다 속으로 점점 걸어들어가는 캥거루 같은 모습도. 안 멋있는 장면이 없음;; 다만 예전에도 느꼈는데 이 희곡이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의외로 별로 안멋있는거더라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소감을 아주 비통하고 각오하는 마음으로 들었다. 너희들이 싫어해도 괜찮아 암오케이 딩딩딩딩딩~
죽음의 집은... 아무래도 우리가 공연하기로 한 작품이니만큼 다른 사람들도 이전의 소감보다 더 자세히 말해주기를 원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현태는 죽음의 집이 무서웠댔다. 태준이는 죄송합니다 라고 했고 서현이는 취소했다. 다른 사람들의 새로운 시각에 나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 부분도 있었다. 다들 이 작품이 앞의 두 작품보다 이해하기 쉽고,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도 쉬워 그나마 읽기 수월했다고 한다. 나도 그런 점에 대해서는 동의를 한다. 그런데 말했듯이 그렇기에 더 어렵다. 더 쉬우니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이게 다야?' 싶은 마음이 들었기도 했다. 그래서 단순히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러니, 왜 사는지에 대한 의문을 대본에 나온대로 그저 살아가야 하니까, 소소한 만족과 욕망으로 인해서로 규정짓기 싫었다.
조금 더 철학적인 장면을 묘사하고 싶다. 누군가 카뮈의 메세지를 이해한 관객이 봤을 때, 니체의 철학을 아는 사람이 봤을 때, 결국 같은 말이라도 '이건 누구의 어떤 생각을 따온건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철학적인 메세지를 느낄 수 있게끔 극을 우리끼리 더욱 공부해야겠다.
내 생각보다 각자 희곡에 대한 생각을 잘 정리해오고 발표해서 기분이 좋았다.
첫댓글 의미 없는 삶에서 의미를 창조해나가는 과정은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사는게 사는게 아니라고 느꼈을 때, 씻고 나간 태겸이다
욕망을 어떻게 참아내었냐면.. 더위가 억제했습니다 성능이 씹;;;;
sip = 한 모금, 마시다
짤은 매번 찾으시는건가요 아니면 보관하시는건가요
머리 속 저장
우엉..취소죄송해요🥺